목록나의 생각 (43)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다사다난했던 청마(靑馬)의 해가 가고 청양(靑羊)의 해가 밝았다. 푸른빛은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성향과 행운의 의미가 있으며, 양이라는 동물은 온순과 정직과 성실의 상징이다. 그런데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속죄양'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양은 그 온순함과 순종성에서 비롯된 '희생'과 '속죄'의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다. '희생'이란 얼마든지 좋은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단어지만, 작년에 억울하게 희생된 영혼이 너무 많았던 탓인지 신년벽두부터 또 '희생'이라는 단어를 접하는 기분이 썩 개운치는 않다. 죄악이 저질러졌다면 누군가 속죄를 하긴 해야 할텐데, 과연 그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스스로 '속죄'와 '희생'을 하게 되려나? 온순하고 연약하고 죄없는 사람들이 또 다시 '속죄양'처럼 억울한 희생을 ..
깊은 애정과 희망을 담아 이 블로그를 개설한 후, 매해 첫날과 마지막날은 꼭 포스팅을 하려고 노력해 왔는데 때로는 그것도 지키기가 쉽지 않다. TV 스타 영화 중심의 연예 블로그이니 그쪽 방면의 글을 써야 하는데, 요즘은 당최 쓰고 싶은 소재를 발견하기도 어렵거니와, 기껏 발견했어도 다른 이유로 인해 쓰지 못하게 되곤 한다. 굳이 나를 이해해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해도 오해받는 건 정말 싫으니까... 오해받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글에서조차 내 기를 콱콱 막히도록 오해하는 반응이 드러나곤 하는데, 시작 전부터 오해받을 게 뻔하다 싶은 글은 아예 쓸 수가 없다. 그래, 많이 익숙해졌다 싶어도 여전히 나는 새가슴이다. 평범 이상으로 까칠하고 단호해 보일 때가 적지 않겠으나, 그건 사실 겁많고 예..
그녀가 '열혈구독자'라는 이름으로 내 블로그에 찾아와 처음 발자취를 남겼을 때는 2009년 가을에서 초겨울 무렵이었던 것 같다.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를 개설한지 불과 3~4개월밖에 되지 않아 고정 독자가 별로 없을 때였는데, 그 닉네임 만큼이나 열정적인 어조로 댓글을 달며 꾸준히 찾아와 주던 그녀는 참으로 인상적이면서도 고마운 존재였다. 나는 당시 드라마 속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하여 편지 형식의 리뷰를 즐겨 쓰곤 했었는데, 어느 날 그녀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의 남주인공 차강진의 편지를 꼭 읽고 싶다며 부탁하기에, 나는 그 드라마의 최종회 리뷰를 차강진의 편지 형식으로 작성하기도 했었다. 그것을 읽고 무척이나 기뻐하며 감사 인사를 남기던... 나중에 알았지만 그녀는 겨우 스무 살의 꽃다운 소녀..
내가 당신의 새 차를 몰고 나가 망가뜨린 날을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몹시 화를 낼 거라고 생각했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당신이 비가 올 거라고 말했는데도 내가 억지로 해변에 끌고 가서 비를 맞던 때를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비가 올 거라고 했잖아!" 하면서 비난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내가 당신을 질투나게 하려고 다른 남자들과 어울려 당신이 화가 났던 때를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떠나리라 생각했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내가 오렌지쥬스를 당신 차의 시트에 엎질렀던 때를 기억하나요? 난 당신이 내게 소리를 지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당신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내가 깜박 잊고 당신에게 그 댄스 파티가 정식 무도회라는 걸 말해 주지 않아서 당신 혼자만 작업복 ..
2009년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저에게 다음뷰(Daum View)는 블로그와 뗄 수 없는 친구같은 존재였습니다. 햇수로 6년째 블로그 활동을 해 오면서, 2014년 6월 28일 현재까지 정말 감사하게도 9725명이라는 많은 수의 독자님들이 다음뷰에서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여 제 블로그를 찾아 주셨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outta_1.blog.me/201874445 그러나 안타깝게도 2014년 6월 30일부로 다음뷰 서비스의 종료가 예고되었고 티스토리에서 글을 발행하면 자동으로 다음뷰에 발행되던 서비스는 6월 24자로 며칠 먼저 종료되고 말았습니다. 아직은 수동으로 다음뷰 발행이 가능한 시점이지만 어차피 종료될 서비스이니 더 이상 연연하지 않기로 했습..
요즘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극심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최근 듣게 된 뉴스는 정말 놀라웠다. 이는 역겨운 갑질의 수준을 한참 넘어서는 것으로, 만약 나의 지인이 취업 준비중에 이런 경우를 당했다면 그처럼 파렴치한 기업에는 차라리 입사하지 않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말해 줄 생각이다. 아무리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지만, 어떻게 이런 억지를 쓸 만큼 관리자들의 정신 상태가 썩어빠졌단 말인가? 최악의 취업난 속에 월급 액수조차 모르고 취업하는 '깜깜이 지원' 이 늘면서, 취업에 성공하고도 예상보다 턱없이 적은 급여를 뒤늦게 알고 고민에 빠진 사회 초년병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취업 준비생 A씨는 지난달 한 기업의 채용 면접을 앞두고 회사에 연봉을 물었다가 면접을 취소당했다. 연봉의 액수는 취업 결정에 있어 ..
한국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보행자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에 이른다고 한다. OECD의 '2011년 국가별 교통사고 발생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1년 보행 중 사망자 수가 2044명으로 인구 10만명 당 4.1명이었다. 이것은 OECD 국가 중 불명예스럽게도 1위를 기록하는 수치이며, OECD 평균(1.4명)의 3배에 달한다. 2위인 폴란드는 10만명당 3.7명, 3위인 그리스는 2.0명이었다. 일본(1.6명)과 미국(1.4명)은 평균에 가까웠고, 노르웨이(0.3명)·영국(0.7명)·프랑스(0.8명) 등 유럽의 선진국은 대부분 10만명당 1명 미만이라고 한다. 한국의 2011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5229명 중 보행 중 사망자가 39.1%를 차지했다. 승용차를 ..
벌써 9월이네요. 내가 도망치듯 한국을 떠나온지도 어느 덧 4개월에 접어드는데, 머나먼 이 곳에서도 어김없이 새로운 계절은 시작되는군요,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열띤 이마를 식히니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지난 일들이 떠오릅니다. 이제 크리스마스가 되면 내가 당신을 가슴에 품은지도 꼭 3년인데, 그 때쯤에는 말간 얼굴로 다시 돌아가 아무 고통 없이 당신을 마주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돌이켜 보니 그것은 갑작스레 찾아온 열병이었습니다. 내 나이 스물 둘... 아직은 세상이 두렵고 알 수 없는 미래가 두려워 방황하던 그 때, 당신의 작은 친절은 삽시간에 내 마음을 무장해제시켰지요. 유난히 춥던 그 해 겨울은 그 열병 덕분에 따뜻했습니다. 당신으로부터 응답받지는 못했어도, 사랑했기 때문에 나는 행복했습니다. ..
그래도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이 방 주인은 굉장히 어리버리하고 겁이 많다. 방을 잘못 찾아든 내 친구들은 벌써 이 세상 모기가 아니다. 두려움 없이 잽싸게 파고드는 손바닥 또는 파리채에 의해 그들은 영혼이 되었다. 살아 생전에도 가벼운 몸이었지만, 이제는 더욱 더 가벼운 영혼이 되었다. 그런데 이 방 주인은 나를 무서워한다. 추워진 날씨 때문에 빠릿빠릿하게 날아다니지도 못하는 나를 무서워한다. 슬로비디오처럼 천천히 날아다니는 나를 무서워한다. 바로 눈 앞을 날아가도 절대 나를 잡지 못한다. 비명을 지르면서 헛손질을 하고 헛손뼉을 칠 뿐이다. 불쌍하다. 하지만 그의 눈앞을 오락가락하면 그 댓가로 나에게는 지독한 화생방 훈련이 주어진다. 치익~ 치익~ 그는 침대와 베겟잇에 거리낌 없이 독가스를 살포한다...
언제나 블로그에 TV 관련 리뷰만 올리는 저이지만, 오늘은 모처럼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남들에게야 별 것 아니겠지만 저에게는 너무도 신기한 체험(?)이어서 말이죠. 아직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닌데도, 일단 기분은 무척이나 좋습니다.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나 할까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호흡기 알레르기가 매우 심한 편입니다. 특히 알레르기성 비염 때문에 어려서부터 평생토록 고생을 해 왔지요. 특히 환절기가 되면 더욱 심했습니다. 몇 년 전부터는 그 알레르기가 목으로 내려가서 천식 증상까지 나타났습니다. 불편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여지껏 그렇게 살아왔으니 뭐 이게 내 팔자인가보다 생각했습니다. 만날 목소리는 코먹은 소리에, 툭하면 캑캑대고 기침을 하니까, 제가 주위에서 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