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나의 생각 (43)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내 남편은 중증 약시 환자로서 2급 시각장애인이다. 운전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버스 번호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혼자서는 대중 교통 이용도 쉽지 않다. 지하철은 그래도 천천히 방향을 확인하면서 가면 되니까 좀 나은데, 현재 거주 지역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지하철역이 없어서 꼭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만 지하철도 탈 수 있다. 그래서 부부 동반 외출이 아니라 혼자 나가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게 된다. 그런데 이용자 수에 비해 운행 차량 대수가 적다 보니 예약을 해도 시간 맞춰서 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통 1시간~2시간 정도를 맥놓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몹시 불편하고 난감한 경우가 많지만, 다른 방법이 없으니 그저 꾹 참고 이용해 왔다. 그런데 최근 남편이 새벽에 나갈 일이 ..
7월의 시작이다. 6월 내내 기상청에서는 수없이 장마라고 외쳐댔지만 속시원히 비 한 번 뿌리지 않더니, 오늘은 하루종일 주룩주룩 비가 내린다. 도대체 '마른 장마'라는 기상천외한 말은 어디에서 생겨난 것인지, 비가 안 오는데도 그걸 장마라고 할 수 있는 건지 참 아리송했는데, 아무튼 오늘부터는 제대로 장마인가보다. 사진 출처 : http://blog.naver.com/h_w_0_5/220274886464그런데 '마른 장마'보다도 더욱 거슬리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장맛비'다. '장마'와 '비'의 합성어임은 분명한데, 굳이 사이시옷을 넣어서 표기해야만 하는 것일까? 맞춤법이 수시로 개정되기 때문에 나 역시 현재는 어떤 것이 맞다고 확신할 수 없긴 하지만, 언제부턴가 사이시옷이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는 것 같..
매일미사를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벌써 1~2년 전부터 갖고 있었지만, 결혼해서 인천으로 이사를 온 후에는 좀처럼 사정이 여의치 못했다. 서울대교구에는 매일 같은 시간에 미사를 드리는 성당이 무척 많았는데, 인천교구에 속한 성당들은 절대적으로 미사 횟수가 적을 뿐 아니라 시간대도 들쑥날쑥해서 규칙적으로 매일미사를 실천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아무래도 사제 인력 부족의 문제가 아닐까 싶은...) 그렇다고 인천에서 서울까지 매일미사를 다닌다는 것은 좀 지나친 일이 아닐까 싶었기에 늘 원하면서도 이제껏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난 주일 아침 미사 중에 문득 예전의 몇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마음을 다해서 간절히 기도했을 때 주님께서는 아주 확실히, 소름돋을 만큼 정확하게 그 기도를 들어주셨다. 그렇게 ..
사구체종양(사구종:glomus tumor)이란 사구(glomus)세포에서 발생하는 양성종양이다. 사구세포는 신경계와 혈관계에서 혈관의 흐름이나 온도조절 역할을 담당하는데, 사구종은 인체의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지만 호발부위는 손톱과 발톱 밑이다. 크기가 매우 작고 천천히 자라는 특징이 있으며, 충격과 온도 변화에 민감하고 날카로운 통증을 동반한다. 매우 작은 종양이라 지름 5mm만 되어도 사구종으로서는 굉장히 큰 편이다. X-ray나 CT로는 판독하기 힘들고 MRI를 찍어야만 판독이 가능한데, 초기여서 종양의 크기가 너무 작으면 MRI에 검출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사구종 환자들은 어느 날부터 손톱 밑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지만, 어느 병원을 찾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경우가 ..
4.13 총선(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을 앞두고 서울역 3층 대합실에 '투표 참여 홍보관'이 설치되었다. 투표 참여 홍보관에서는 사전투표 모의 체험을 할 수 있고, 전시된 각종 자료를 통해 대한민국의 선거 역사와 정보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그리고 포토존에서는 총선 홍보대사로 선정된 AOA 설현의 실사 이미지와 함께 사진 촬영이 가능한데,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현장에서 즉석 인화할 수 있도록 '포토 인화 이벤트'도 진행된다. 투표 참여 홍보관은 4월 1일~6일(09:00~18:00)까지 운영될 예정이며, 4월 8일~9일에는 실제 사전투표소(06:00~18:00)로 전환되어 서울역을 이용하는 전국의 모든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할 수 있다. 선거 당일인 13일에 투표할 수 없는 유권자는 별도 신고 없이..
최근 H카드를 꼭 사용해야 할 일이 생겼다. 예전에 H은행에서 만들어 둔 체크카드가 있는데 역시 사용 가능했다. 그런데 결제 계좌로 연결해 두었던 H은행 통장은 장기간 미사용으로 거래 중지된 상태였다. 일단 거래 중지된 계좌를 되살리는 것은 새로 입출금 계좌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다. 보이스피싱이나 대포통장 등의 범죄에 대처하는 방법이 정녕 이토록 단세포적인 것밖에 없다는 말인가? 모든 불편과 책임 따위는 대다수 선량한 국민의 몫으로 떠넘기면 되니까, 법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쉽고 편해서 좋을 것 같기는 하다. 아무튼 H은행 통장을 되살리는 과정이 심히 번거롭기에, 나는 차라리 H 체크카드의 결제 계좌를 타은행 통장으로 변경하고자 했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오히려 쓰지도 않는 H은행 통장을 되살리는..
한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캣맘 벽돌 사망 사건'의 유력 용의자는 초등학교 4학년생으로 밝혀졌다. 용의자 A군은 사건 당일 친구 2명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갔으며, 그 곳에서 물체를 던지면 무엇이 먼저 떨어질까 하는 궁금증에 낙하 실험을 하던 중 옥상에 쌓여 있던 벽돌 하나를 집어 아래로 던졌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A군은 벽돌을 던진 사실만 인정할 뿐, 그 벽돌에 맞아서 피해자가 숨진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아직 수사가 종료된 것이 아니니 '범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되겠지만, 18층 아파트 옥상에서 아래로 벽돌을 던진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에릭 스미스 : 1980년 미국 출생. 13세 되던 1993년, 당시 4세였던 데릭 로비..
SK플래닛에서 제공하는 시럽오더(Syrup Order)라는 결제 어플이 있다. 커피숍을 비롯한 몇몇 제휴 매장에서 30% 가량의 할인 혜택은 물론, 줄 서서 기다릴 필요조차 없이 곧바로 주문한 음료 및 과자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며 최근 홍보를 많이 하는 어플이다. 결혼해서 인천 구석에 자리잡은 후에는 커피숍 이용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추석날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하게 된 우리 부부는 처음으로 시럽오더 결제의 혜택을 받아보고자 했다. 대학로에서 연극을 구경한 후 근처의 H커피숍을 방문했고, 시럽오더를 이용해서 평소 좋아하는 와플 12개를 주문했다. 즉시 테이크아웃하여 받아들고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주문하신 제품을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 라는 메시지가 뜨더니 불과 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화장품 회사인데요. 고객님께 새로 나온 제품을 무료로 사용해 보실 기회를 드리려고 전화 드렸습니다!" 평소 이런 류의 전화는 받자마자 끊어버리던 나였는데, 이번에는 정말 타이밍이 기막혔다. 살살 찬바람이 불어오면서 얼굴 피부가 부쩍 건조해지는 걸 느꼈는데, 여름에 바르던 로션으로는 보습이 충분치 않은 것 같아서 조만간 영양크림을 하나 사야겠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고급 기능성 영양크림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평소 내 성격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인데 그 날은 뭔가에 홀렸는지 이상하게 솔깃해졌다. 전화번호는 무작위로 돌리다가 얻어 걸렸다는데, 평소 같으면 꺼림칙하게 여겼을 일을 그 때는 왠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내 이름과 주소까지 선선히 불러주고 말았다. 무료 체..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가 우연처럼 운명처럼 대한민국에 유입된 후, 발원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하고는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유례가 없을 만큼 가공할 전파력으로 온 사회를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마치 재난 영화 '감기'의 한 장면처럼, 믿을 수 없지만, 이것은 지금 우리의 코앞에 닥친 현실이다. 중동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채 입국한 최초의 환자는 오직 1명뿐이었으나, 초기 대응 부실로 방역망이 뚫리면서 전국 곳곳의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2차, 3차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확진된 환자들 뿐 아니라, 감염 의심 대상자로 선정되어 격리 조치된 사람만도 수천 명이 넘으니, 이쯤 되면 국가적 재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혹시나 좋은 소식이라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