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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문노의 재등장과 비담의 출현으로 떠들썩했던 '선덕여왕' 21회 본방송을 어제 놓치고 오늘에서야 시청했다. 과연 비담의 존재는 충분히 화제가 될만했다.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한때 무협소설을 탐닉했던 나는 초록누리님의 포스팅에서도 언급되었듯이, 마치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화려하게 등장하는 비담(김남길)을 보며 가슴이 설레기도 했다. 전설적 무공을 지닌 사부 밑에서 어릴 때부터 엄격한 훈련을 받았으나 좀처럼 길들여지지 않는 그 자유로운 영혼 캐릭터는, 얼핏 '소오강호'의 영호충을 연상시키기도 했으나 그보다 더 야생에 가까운 원초적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강한 이미지를 어필했다. 야생 버라이어티 1박2일이 현재 예능 프로그램 중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듯이, 요즘 대세는 '야생'인데 참 그 컨셉 한 번 제대로 잡은 ..
나는 1박2일을 본다. 1박2일을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강호동, 김C, 이수근, 은지원, MC몽, 이승기... 이 여섯 남자는 모두 1박2일에서는 어린아이가 된다. 나도 1박2일을 보는 동안에는 그들을 따라서 어린아이가 된다. 어린아이가 된 나는 그들과 함께 비가 오거나 말거나 땅바닥에 뒹굴며 흙탕물 투성이가 되어서 뛰어놀고, 겨울이건 여름이건 상관없이 물을 보면 첨벙 뛰어들어 물놀이를 한다. 어린아이가 된 나는 그들의 손을 잡고 신나게 "1박~ 2일~"을 외치며 산을 오르기도 하고 풍랑이 이는 바다에서 배를 타기도 한다. 어린아이가 된 나는 그들과 함께 더운 한여름 복작거리는 차를 타고 여행을 한다. 서로 입에 담았던 물을 뿜으며 장난을 치다가, 옆에 앉은 아이의 옷자락으로 땀을 닦고 코를 풀기..
'태양을 삼켜라'(이하 '태삼)는 화려한 볼거리와 군데군데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극적 구성으로 현재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내게는 좀처럼 채널을 그쪽으로 돌리게 되지 않는 거부감이 있었다. 지성, 성유리, 이완 등 주연급들의 연기도 그리 혹평을 들을 정도는 아닌 듯하고, 특히 평소 좋아하던 유오성의 등장과 중후한 악역의 전광렬 때문에라도 볼만한 것 같긴 한데 갈수록 묘한 거부감이 든다. 그 이유는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작위적 설정'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요즘이야 모든 드라마가 시청률 전쟁 때문에 진정한 작품성보다는 부수적인 다른 면들에 치중하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태삼'은 해도 해도 너무했다. 우선, 지난번 '태삼' 관련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최인호 작가의 ..
이하루(민효린)와 장현태(윤계상) 등의 이기적인 사랑에 질려서 외면하겠다고 생각했으나, 종영을 앞두고는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한 마음에 다시 '트리플'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저 관성에 이끌리듯 무심한 시선이었을 뿐이나, 역시 주인공 이하루의 이유를 알 수 없는 급작스런 감정선의 변화 등으로 인해 기대감이 전혀 없었음에도 약간의 실망을 안겨준 최종회였다. 그나마 가장 현실적이고 크게 지탄받을 일 없었던, 나름대로 상큼했던 조해윤(이선균)과 강상희(김희) 커플은 쌍둥이를 낳아 평범한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이고 자유로워 보이던 상희가 아이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쏟아붓는 평범한 엄마로 변신한 것은 일견 흐뭇하기도 했다. 장현태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대쉬로 지탄받았던 윤계상..
모처럼 공짜 영화표를 구할 수가 있어서 기분 좋게 영화 '차우'를 보고 왔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포영화가 아니라 코믹영화라고, 굉장히 웃기다고 하셔서 저는 웃을 준비를 하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웃긴 건 조금밖에 없고 저는 내내 무섭고 끔찍하더라구요. 제 성격이 너무 진지해서이기도 하겠지만, 같이 본 친구도 저와 같은 의견이었어요. 도입 부분에서 전설의 포수 장항선씨의 손녀가 멧돼지에게 잡아먹힙니다. '차우'라는 단어가 원래 '으적으적 씹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데, 아주 그 소리 제대로 들려줍니다. 뺑소니 차량에 치이긴 했지만 아직 숨이 끊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다리 쪽부터 으적으적 씹혀 들어가면서, 소녀의 눈빛에 드러나는 공포와 표정으로 말하는 고통이... 정말 처음부터 섬뜩하고 구역질나고 무서웠습..
당연히 긴박감이 넘쳐야 하는 대목인데도 이상할 만큼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훗날의 선덕여왕, 덕만의 정체가 드디어 흥미진진하게 밝혀지고 있건만,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대체 언제까지 남자네, 여자네, 누구 딸이네, 누구 동생이네 하면서 저러고만 있을 건가?" 이런 것들뿐이었다. 역사적 사실과 픽션을 적당히 얼버무려 만들어지고 있는 이 드라마에서, 어차피 출생의 비밀이라는 그 부분은 100% 픽션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가 알고 있다. 실제 선덕여왕은 태어나자마자 버려지지도 않았고, 사막에서 자라나지도 않았고, 남장을 한 채 낭도 생활을 한 적도 없다는 것을 우리는 다 알면서도 기꺼이 속아주는 기분으로(?)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길어도 너무 길다. 게다가 뜬금없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
나는 8월 5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MBC 드라마 “혼”을 기대하고 있다. 1994년 드라마 “M"의 칼날 같은 공포와 슬픔과 감동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에 다시 한 번 그 감동을 느껴보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이산“의 종영 이후 1년 넘게 침묵하던 이서진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도 잔잔한 기쁨이다. 대부분의 연예인에게는 각종 루머가 따라붙게 마련이고, 경우에 따라 반드시 해명해야 할 경우가 있는가 하면, 오히려 해명하지 않는 것이 나은 경우도 있다. 이서진과 김정은의 결별 이후, 그 경위에 대한 해명은 김정은을 통해서만 이루어졌고 이서진 측에서는 끝내 침묵을 지켰는데 나는 그 선택을 후자(해명을 하지 않는 것이 나은 ..
즐거운 마음으로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를 관람하고 왔습니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들으니 제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재미없다고 투덜거리면서 다른 영화를 볼 걸 그랬다고 후회하더군요. 하지만 약간씩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 해도 별로 신경쓰이지 않을 만큼 저는 충분히 좋았습니다. 물론 주연배우들의 외모가 아역 때만큼 귀엽거나 예쁘지 않은 것도 맞고, 책을 읽지 않고 영화만 보러 간 사람들은 명확한 내용을 이해하기도 어려울 만큼 원작의 내용이 많이 삭제된 것도 사실이지만, "절대악"으로 상징되는 볼드모트에 대항하기 위해 차층 성장해 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여전히 사랑스러웠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지적당하고 있는 배우들의 외모 부분에서 먼저 개인적 감상을 간략히 적어 본다면, 해리와 헤르미온느의 외모에는 그닥 ..
어제 선덕여왕 17회는 지난주 16회에 최고조에 달했던 답답함을 속 시원히 풀어주는 한 회였다. 16회 내내 미실의 포스에 짓눌려 깜짝깜짝 놀라기만 했던 덕만이 어느새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미실에게 대항할 수 있게 되었으며, 유신과 천명공주와 알천랑 등 덕만의 사람들이 점점 더 의지를 굳건히 하여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소엽도를 매개체로 하여 숨겨져 있던 덕만의 정체가 드러나기 일보직전의 상황까지 도달했다. (먼저 잠시 소품에 대해 언급한다면, 이 소엽도라는 소품은 정말 100% 멋지게 활용되었다. 소엽도는 진흥대제의 전설을 담고 있으며, 마야부인의 생명을 구함으로써 천명과 덕만을 탄생하게 하였고, 소화의 손에 들려 칠숙을 찌름으로써 덕만을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였고, 이제 다시 중요한 시..
작년 연말에 출간된 드라마작가 노희경의 에세이집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를 이제야 읽었다. 원래 이 책을 구매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고, 그 드라마에 관해 다른 분들이 쓰신 여러 편의 리뷰를 재미있게 읽었으면 그뿐이지, 에세이는 읽고 싶지 않았다. 나는 수필이라면 전문 수필가의 작품, 또는 예술과는 좀 거리가 있는 사람들의 수필을 좋아한다. 막노동하시는 아저씨의 수필도 좋고, 식당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의 수필도 좋고, 평범한 회사원의 수필도 좋고, 정신과 의사선생님의 수필도 좋고, 물리학과 교수님의 수필도 좋다. 그러나... 소설가의 수필, 드라마작가의 수필, 영화배우의 수필, 화가의 수필, 음악가의 수필 등... 예술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의 수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