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종영 드라마 분류/선덕여왕 편지시리즈 (24)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어이 친구, 지금 나를 보고 있나? 내 이름은 비담이라고 해. 마냥 자유로운 영혼이지. 이제껏 살아오면서 크게 바라는 것도 없었어. 그저 산으로 들로 마음껏 노닐면서 한 세상 즐기고 싶었을 뿐이야. 어머니도 나를 버렸고 세상도 나를 버렸지만 그래도 내 눈에는 이 세상이 꽤나 예쁘게 보였거든. 나는 원래 가진 것이 없었어. 허름한 누더기를 걸치고 스승님을 따라다니며 언제나 하루의 먹을 것과 하루의 잠자리만 있으면 그뿐이었어. 나는 그런 삶이 당연한 것인 줄만 알았고, 남들도 모두 그렇게 사는 줄만 알았지. 이미 양 손 가득히 뭔가를 잔뜩 움켜쥐고서도 부족하여 더 가지려고 헉헉대는 인간이 세상에 이렇게 많은 줄을 내 어찌 알았겠어? 부모가 갓난아이인 나를 버렸다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뭐 괜찮아. 그럴..
비담(毗曇)아, 버림받은 핏덩이였던 너를 품에 안아 데려올 때 나 문노(文弩)의 마음은 매우 착잡하였다. 나의 어머니는 가야국의 문화공주(文華公主)이시니 나는 가야 왕실의 외손으로서 원래 신라에 기반이 없었으나, 네 어머니 미실궁주의 보살핌으로 8세 풍월주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 나는 사다함이 살아있을 때 그와의 의리가 깊었으며, 세종공과도 막역한 사이로 지내고 있었다. 게다가 미실궁주의 사촌인 윤궁과 혼인함으로써 인척관계가 되어 있었기에 나는 당시 완전한 미실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네 아버지인 진지왕을 폐위하고 지금의 진평왕을 옹립하는 거사에도 가담했던 것이다. 그러던 내가, 미실에게서 돌아서게 된 이유를 아느냐? 그것은 바로 네 어미인 미실궁주가 대의(大義)를 외면했기 때문이니라. 지증..
더 늦기 전에 이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나 설원(薛原)이 그대 미실(美室)에게 편지를 씁니다. 물론 그대는 알고 계시겠지요. 하지만 이제 점점 약해져가는 그대를 보니 내 마음을 말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내로 태어나 그대와 같은 여인을 만날 수 있었으니 나는 이 생에 아무런 여한이 없습니다. 예전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영원히 그러할 것입니다. 그대의 곁에서라면 나는 한 번도 죽음을 두려워한 적이 없습니다. 처음 만나던 순간부터 그대는 나의 삶이었고, 꿈이었고, 모든 것이었습니다. 내가 좀 더 잘난 사내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내가 그 허울좋은 성골로 태어났거나, 보다 출중한 능력을 타고났더라면, 그래서 당신의 첫번째 꿈을 이루어 줄 수만 있었더라면... 당신은 그 황후라는..
너희들이 나 미생랑(美生郞)을 아느냐? 나는 10세 풍월주로서 미진부공의 아들이며 미실궁주의 아우이니라. 생전에 진흥대제께서 나를 얼마나 총애하셨는지 아느냐? 나를 자주 궁으로 부르시어 태자님들과 어울리어 춤추며 놀게 하셨느니라. 그러다가 수많은 공주들이 나의 빼어난 용모와 화술에 혹하여 먼저들 손을 뻗어오니 내 어찌 거부할 수 있을소냐? 그 일을 아신 진흥대제께서 잠시 노하셨으나 곧 슬쩍 넘어가 주셨느니라. 나를 향한 대제의 총애가 얼마나 지극했는지를 알법하지 않으냐? 물론 누님의 입김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야 없지만 말이다. 누님께 천신황녀의 자리를 선물한 자는 애초에 사다함이라 하겠으나,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처리했던 나 미생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어찌 가능하기나 했을소냐! 비록 월천대사처럼 천문학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