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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생뎐' 의외로 괜찮은 아이들이 숨어있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신기생뎐

'신기생뎐' 의외로 괜찮은 아이들이 숨어있다

빛무리~ 2011. 4. 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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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생뎐'이 아주 많은 문제점을 지닌 드라마임은 확실합니다. 가장 큰 막장요소로 지적받고 있는 것은 역시 '기생'이라는 여주인공의 직업으로 인해, 현실에 존재하는 텐프로들의 삶이나 팁 문화 등이 모두 정당한 것으로 미화될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혹시라도 막장드라마의 필수 요소를 하나라도 빠뜨릴까봐 신경쓴 것처럼, 여기저기 복잡한 출생의 비밀과 불륜 코드마저 세심하게 채워넣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고전에서나 볼 수 있던 식상한 설정으로, 의붓딸을 구박하는 못된 계모마저 등장합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신기생뎐'은 욕 먹어 마땅한지도 모르겠군요. 이 드라마에 관한 기사만 떴다 하면, 온통 눈 뜨고 보기 힘들 만큼의 지독한 비방으로 댓글란이 채워집니다. 이런 쓰레기 같은 드라마를 왜 빨리 끝내지 않느냐는 식의 내용이 대부분이며,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는 다 그렇다면서 이제까지 임작가의 작품들을 모조리 폄하하는 댓글도 많습니다. 블로거들의 리뷰 중에도 이 드라마 자체를 '존재해서는 안 될 무언가'로 규정하는 듯, 굉장히 노골적이고 단호한 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기사나 댓글들을 볼 때마다,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마땅히 비난받아야 할 부분에 대해서만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한보따리로 묶어서 쓰레기통에 처넣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기생뎐'을 보면서 진짜로 감동받고 눈물이 핑 돌았던 경험이 꽤 여러 번 있는 저로서는, 이 드라마가 정말 그렇게 쓰레기처럼 악취만 풍기는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특히 여기에 등장하는 젊은이들은 의외로 참 기특하고 괜찮은 녀석들이 많아요.

1. 단사란 (임수향)


이 아이의 결정이 결코 옳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틀렸죠. 분명히 틀렸습니다. 양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려면, 기생이 되어서는 안되죠. 집에 돈이 없는게 문제라면, 차라리 자존심을 꺾고 아다모(성훈)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편이 낫습니다. 그의 집안과 수양딸의 인연을 맺기만 하면, 재벌 아수라 회장(임혁)의 지원을 받아 가난한 집안 정도는 얼마든지 피어나게 할 수 있지 않겠어요? 기생이 되는 것보다야 백배 천배 낫지요.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가족들을 위해서도 그쪽을 선택하는 게 옳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드라마의 스토리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겠군요.

그러나 잘못된 결정이었다 해도 그 마음마저 폄하할 수는 없습니다. 단사란의 양부모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그녀를 데려다가, 스물다섯 살이 될 때까지 전혀 눈치도 못 챌 만큼 친자식처럼 키웠습니다. 넉넉치 않은 살림에 무용대학까지 졸업시켰을 정도면, 그 아이를 위해서 온갖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던 셈이군요. 재벌가와 다를 것 없는 금병원집 외동딸 금라라와 같은 학교를 다니게 했으니, 그것만 보아도 단사란의 양부모는 그 아이에게 진심어린 사랑을 아낌없이 베풀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갓난아기 단사란을 품에 안아서 데려왔던 양엄마는 수년전에 병으로 죽었고, 양아버지 단철수마저 신장병에 걸렸습니다. 과로하면 금세 치명적으로 악화되는 병이라 직업도 가질 수 없게 되었습니다. 꾸준히 치료를 해야 할 테니 그 병원비도 만만치 않을테고, 다달이 120만원씩 나가는 집세까지 부담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단사란은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충격받은 마음을 추스르고 나니, 양부모의 은혜가 얼마나 컸는지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죽어버린 엄마가 무척이나 그립고, 병든 몸으로 살아남은 아빠가 못견디게 가여워집니다.

지화자(이숙)는 자기의 입장에서만 보면 아주 못된 계모입니다. 하지만 아빠와는 알콩달콩 더없이 사이가 좋습니다. 단사란은 그런 아빠의 행복을 차마 무너뜨릴 수가 없습니다. 피붙이도 아닌 자기를 친딸처럼 키워 준 아빠인데, 이제는 자기 삶을 희생해서라도 그 은혜를 갚아야겠다고 결심합니다. 비록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아빠를 위하는 단사란의 마음은 진짜였습니다. 그 어리석음 때문에 더욱 가엾어서 눈물이 나더군요.

2. 아다모 (성훈)


임성한 드라마의 젊은 주인공들은 대부분 생짜 신인으로 캐스팅되지요. 그 중에도 남주인공 아다모 역을 맡은 성훈(본명 방성훈)이라는 배우는 단역이나 엑스트라의 경험조차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생전 처음으로 해보는 연기가 50부작 주말드라마의 주인공인 셈이죠. 이런 무모함이라니... 그래서인지 벌써 20회가 훌쩍 넘어가는데, 아직도 연기를 참 못합니다..;; 

하지만 아다모라는 이 뻣뻣한 녀석, 볼수록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세술의 요령이 너무 없이 곧이곧대로라서, 그런 점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군요. 서른이 다 된 아들이, 어머니한테 좀 잘해주시라고 아버지한테 버럭버럭 대들다가 혼쭐나는 모습도, 철없고 한심하긴 하지만 한편 귀엽기도 했습니다.

단사란을 좋아하는 그의 마음은 진심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레 이별을 고한 이유가 드라마상에 충분히 설득력있게 표현되지 않았으니, 그 부분은 작가의 큰 실수였지요. 처음의 의도와 달리 단사란에게 너무나 빠져들고 있는 자기 자신을 감당하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가볍게 정신적인 연애만 하자고 단사란과 일종의 계약을 맺을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점점 그녀를 놓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된 거죠. 현실적으로 그녀와 결혼까지 하려면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온갖 고초를 겪어야 할텐데, 아수라 회장의 성격을 익히 아는지라 아버지를 이길 자신이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그렇게 단사란에게 상처를 주고 헤어졌지만, 경제적 이유로 고통받는 그녀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혀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식당에서 서빙 아르바이트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 아파서 강구해낸 방법이, 자기 집안에 수양딸로 들이는 것이었습니다. 평생 딸자식 키우는 재미를 모르고 지내신 자기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살가운 딸 노릇이나 좀 해드리면, 자기 집에 넘쳐나는 것이 돈이니 그 문제로 단사란이 고생하지는 않아도 될 거라는 생각이었지요. 

한때 남녀의 감정으로 사랑했던 사이인데, 이제와서 어떻게 오누이로 지낼 수 있느냐며 단사란은 몹시 화를 냈지만, 글쎄 꼭 그렇게만 생각해야 할까요? 오랜 친구였다가 애인이 되기도 하고, 애인이나 부부였다가 쿨하게 친구가 되기도 하고... 실제로 그런 경우가 꽤 있던데요. 저는 사랑의 종류가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에로스였다고 해도 나중에 아가페로 변하는 일이 왜 불가능할까요? 단사란이 그렇게 화를 낸 이유는 아직도 그녀가 아다모를 남자로서 사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아다모는 그녀를 동생으로 삼을 수도 있을 만큼 사랑의 종류가 변했는데 말이죠. 여자로 보던 눈을 바꿔서 동생으로 보려면 참 그것도 쉽지 않았을텐데, 아다모는 단사란을 진심으로 아끼기 때문에 힘든 결정을 내렸던 것입니다.

이제 단사란이 독하게 기생의 길을 선택하면서 아다모의 계획은 틀어졌고,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단사란의 모습을 보며 가슴은 점점 더 아파오겠지요. 그렇게 가엾어하다 보면 결국은 또 감정이 변하고, 애틋한 사랑이 다시 시작되겠지요. 기생이라는 자극적 소재로 인해, 이 두 사람의 사랑은 비극적 농도가 매우 짙을 것입니다.

아다모는 재벌의 아들답게(?) 마초 기질도 있고 자뻑왕자 기질도 있어서, 만약 실제로 만난다면 그다지 호감형의 인물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사란을 여동생으로 삼으려던 그 마음 자세가 저는 특히 좋았습니다. 어떻게든 그녀의 힘든 삶을 돕고 싶어한, 그 뻣뻣하고 요령 부득인 진심이 말이죠. 이상하게 제 마음에 들더란 얘기입니다..^^

3. 금라라 (한혜린)


금어산 원장(한진희)의 외동딸로 자라난 금라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이기적인 철부지 아가씨로만 보였습니다. 단사란이 자기에게 비밀로 한 채 아다모와 잠시 사귀었다는 이유만으로 꼭지가 돌아서, 밤중에 그 집에 찾아가 뺨을 때리고 소란을 피우던 장면은 최악이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다가 채였는데, 바로 그 남자가 가난한 친구와 사귄다니까 자존심이 무척이나 상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 후에 보여준 괜찮은 모습들 덕분에, 이제는 그 때의 실수조차도 솔직함과 귀여움으로 봐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숙부와 숙모가 사실은 친부와 친모였다니, 그 사실 자체가 꽤 큰 충격이었을텐데 금라라는 의외로 의연하고 단호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제껏 아무 내색 없이 따뜻하게 길러주었던 지금의 부모에게 남아있기로 결정한 것이죠. 현재 외국에 살고 있지만 어쨌든 작은집에는 연상이라는 남동생도 있고, 자기가 떠나겠다고 하면 지금의 부모는 너무 외로워질 테니까요. 물론 원래 작은엄마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어떤 이유로든 자식을 직접 키우지 않고 형님 내외에게 맡겼던 친부모를 용납하기 어려운 면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길러준 부모에 대한 사랑이 우선이었습니다.

요즘 '신기생뎐'에서 가장 밉상인 캐릭터는 바로 금어산의 아내 장주희입니다. 시아버지 금시조가 세상을 뜨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이혼하겠다고 나선 그녀에게는 알고보니 오래된 정부가 있었군요.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며느리로 받아 준 시아버지가 고마워서 이제껏 모시고 살았다지만, 사실은 꼬장꼬장한 시아버지에게 불륜을 들키게 되면 어떤 후환이 있을지 두려워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장주희가 이렇게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니, 부모의 이혼마저 쿨하게 받아들이는 딸 금라라의 존재가 상대적으로 더 빛나게 됩니다. 금라라는 자기 인생 찾아 떠나겠다는 엄마를 원망하지 않고 이해하며, 이제부터는 혼자 된 아버지와 할머니를 스스로 지키겠다고 결심합니다. 엄마를 대신해서 주부 역할을 맡아 집에 오는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식혜 만드는 법까지 배워서 할머니의 간식을 책임집니다. 할아버지를 잃고, 큰아들 내외의 이혼까지 겹쳐서 의기소침해 있는 할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커피전문점에 모시고 가서 맛있는 와플을 대접하기도 합니다. 금라라가 이렇게 어른스럽고 든든한 딸자식인 줄은 처음 알았네요.

게다가 금라라 역의 한혜린은 꽤 연기력이 괜찮은 편입니다. 단공주 역의 백옥담과 더불어 앞으로 주목해야 할 신인 여배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사란 역의 임수향은 고정적인 억양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연기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데, 한혜린과 백옥담은 마치 실생활인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치더군요.


이렇게 저는 '기생'이라는 소재 자체가 지닌 퇴폐성에 주목하기보다는, 주로 이 아이들의 기특한 면에 집중하면서 드라마를 봅니다. 양아버지를 위해 자기 삶을 희생할만큼 효심어린 단사란... 좋아하던 여자를 위해 흑심을 접고 동생으로 삼을 수도 있을 만큼 순수한 아다모... 평소에는 철부지 같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집안의 듬직한 기둥으로 변할 줄 아는 금라라... 의붓 언니가 기생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울고불고 매달리던 착한 단공주... 이 아이들을 보면 막장스런 스토리 와중에도 감동을 느끼고, 때로는 오히려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기생이라는 소재 역시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가상의 세계라는 점을 참작하여 조선 시대 기생들의 삶과 애환을 다룬 것처럼 여긴다면 조금은 거부감이 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텐프로를 미화한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도저히 볼 수가 없겠지만요..;; 원작소설도 괜찮은 작품이라 들었고,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나름 좋은 점도 많은 드라마이니, 무작정 너무 혹독하게 비난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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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omments
  • Favicon of https://smiletown.tistory.com BlogIcon 스마일타운 2011.04.05 17:06 신고 신기댕젼 못봤는데 재밌나보네요.
    한번 봐야겠네요.
    좋은 인연 맺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 ^^
  • Favicon of http://blog.samsungcard.com BlogIcon 삼성카드블로그지기 2011.04.05 17:47 이쁘시네요^^

    좋은하루되세요!!
  • 에구궁 2011.04.05 19:32 사란의 계모는 참으로 교활한 욕심쟁이 입니다. 사란이 아무리 대차고 강해도 도리를 저버릴 아이는 아닌걸 알고 교묘한 방법으로 사란을 제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더군요. 사람의 고운 심성을 이용하다니 참으로 교활한 사람입니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엔 아주 속물적인 사람들이 잘 등장합니다 이번 드라마에도 여러명이 등장 하더군요. 그중 사란의 계모가 아주 대표적이지만요. 그런 사람들을 통해 인간 내면의 아주 속물적인 근성들을 소소한 에피소드등을 통해 아주 잘 표현해냅니다. 마치 사람은 원래 이런거야~~하듯이 말입니다. 보면서 놀랄때가 많습니다.
    여러가지 막장 코드(그것도 아주 특이한) 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를 재미있게 시청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1.04.06 02:30 신고 맞습니다. 임성한의 드라마에는 아주 속물적인 사람들이 곧잘 등장하죠. 너무 적나라해서 소름끼칠 정도로..ㅎㅎ 이 작가는 그런 방식으로 세상을 비웃는 것도 같습니다^^
  • Favicon of http://4486kmj.tistory.com BlogIcon 샤방한MJ♥ 2011.04.05 20:34 신고 저도 폭~~빠진 드라마예요 ㅋㅋㅋ
    이제 슬슬 주목받는거같네요~

    어쩔수없는드라마인거같기도하고 ^^;
    편안한밤되세요^^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1.04.06 02:30 신고 꽤 재미있죠? ㅎㅎ 언제나 그렇듯 임성한의 드라마는 너무 자극적인 내용이 많아서, 욕을 좀 먹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합니다..^^
  • Favicon of https://doctorcall.tistory.com BlogIcon 닥터콜 2011.04.06 01:55 신고 좋은 의견 잘 읽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문제라고 생각되는 것은.. 막장요소나 자극적인 상황 설정 이전에 임성한 작가의 사회 소수자를 바라보는 편견의 시선이라고 생각됩니다. 예전 임성한 작가의 작품속에 등장하는 비만형의 사람들은 대체로 나쁜 사람들로 그려졌었죠. 임성한 작가의 작품을 베스트극장까지 모두 봤는데 그것을 보고 느낀 공통점은 임성한 작가가 굉장히 편견이 많은 사람이고 그중에서도 사회적 약자나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에 대해서 "태생이 저러니 저렇게 천박하지" 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수밖에 없게 글을 쓰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 유명한 개구멍받이라는 대사도 거기서 나왔죠.

    양부모는 모두 자식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비정상인 사람들로 그리는 것 역시 편견을 조장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도 스타급 작가라면.. 최소 편견을 만드는 시각은 좀 자제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1.04.06 02:28 신고 닥터콜님의 댓글을 보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저도 임성한의 드라마를 꽤 많이 본 편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별로 없어서요... 일단 뚱뚱한 사람을 예로 들자면, '신기생뎐'의 오실장과 '아현동 마님'의 백금녀 백미녀 자매를 들 수 있겠는데, 글쎄 저는 나쁜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매우 멋진 여성들이라고 느꼈거든요. 외모 중심주의 사회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어디서나 당당한 매력... 제가 보기엔 그랬어요..^^

    '왕꽃선녀님' 당시에 '개구멍받이'라는 단어가 대사 속에 등장하면서, 굉장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죠. 그런데 저는 그 대사가 입양아를 비하한 거라고 생각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비하된 것은 그 대사를 입에 담은 인물의 캐릭터였지요. 이다해가 시집갈 뻔했던 부잣집의 마나님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하마터면 개구멍받이를 며느리로 맞을 뻔했군!" 뭐 이런 식의 대사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은 편견으로 가득찬 그 중년여인의 캐릭터를 표현한 말로써, 상류층입네 폼잡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위선적 행태를 드러낸 것 아닐까요?

    임성한 작가가 정말 입양아를 천박하다고 생각했다면, 왜 하필 자기 작품의 주인공을 입양아로 만들었을까요? 주인공 초원이는 입양아 출신이고 무병에까지 걸려서 고통받았지만, 신비로울 만큼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주위의 차가운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기 인생을 살아갔죠. 제가 보기에 임성한 작가는 편견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편견을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대놓고 비웃는 것 같습니다.

    아다모의 부모가 유일한 친부모인 것은 맞는데, 그 외의 양부모들은 모두 자식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비정상인가... 생각해 보니 글쎄 잘 모르겠네요. 물론 최근에 장주희가 이혼하겠다고 나서며 뒤통수를 치긴 했지만, 어쨌든 이제껏 25년간 피 한 방울 안 섞인 금라라를 친딸처럼 키워서 아이가 전혀 눈치를 못 챌 만큼 최선을 다했는데... 금어산 원장도 라라에게 아버지 노릇 제대로 안한 것은 없고... 오직 단철수의 경우는 딸보고 기생이 되라 했으니 어떤 말로도 변호해 줄 수 없는 나쁜 아빠지만, 그건 전체가 아니라 한 캐릭터에 국한된 문제고...

    예전 작품을 생각해 보니 '왕꽃선녀님'에서 이다해의 양엄마였던 한혜숙은 정말 친엄마 이상으로 딸에게 눈물겨운 모정을 보여주었습니다. '하늘이시여'에서도 역시 한혜숙은 의붓아들이었던 구왕모(이태곤)를 친아들 이상으로 사랑하며 키웠지요. 이렇게 지극히 선량한 양엄마와 계모의 캐릭터가 분명히 존재했는데...

    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임성한의 작품이 양부모나 계부 계모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하늘이시여'의 배득(박해미)이나 '신기생뎐'의 지화자(이숙)처럼 강렬하게 표현된 악역들 때문에 시청자들이 자극을 받다 보니, 전체적으로 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사람들은 '악역'입니다. 애초부터 '나쁜 사람'으로 설정되었으니까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지, 양부모이기 때문은 아니었어요.

    이렇게 긴 답글을 쓸 생각은 아니었는데, 깊이 생각하며 쓰다 보니까 엄청 길어졌네요..ㅎㅎ 하여튼 정성들인 댓글로 의견을 말씀해주신 닥터콜님 덕분에, 저도 예전 기억까지 떠올리면서 참 재미있었습니다. 좋은 시간 되세요^^
  • Favicon of https://doctorcall.tistory.com BlogIcon 닥터콜 2011.04.06 02:53 신고 늦은 시각에 제 글을 보고 불쾌하셨던건 아닌지..^^;; 음.. 보석비빔밥에 나왔던 뚱뚱한 피디나 하늘이시여의 그 뚱뚱한 코디, 아현동마님의 언니들도 미련하고 속물적인 사람들로 그려졌었죠. 사실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서 뚱뚱한 사람이 긍정적으로 그려진건 신기생뎐 하나라고봐도 과언이 아닐거라 생각해요.

    입양아를 편견적으로 그린다기보다 친부모가 아니면 구박 받는다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심어주고 있다고 할까요. 예전에 보석비빔밥이라는 드라마에서도 잠깐 등장한 동성애자 캐릭터를 굉장히 희화화해서 그려내길래 헉했었는데..

    굳이 배득이나 지화자를 예로 들지 않아도 단공주의 양부모들도 비정상이죠. 임성한 작가 드라마속에서 양부모가 정상으로 그려진적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고 (하늘이시여의 예를 드셨는데 정말 친아들로 생각했다면 자기 친딸을 그 아들과 묶어줬을까요? 이건 정말 비정상에 패륜인데;;) 그러면서도 항상 양부모가 드라마속에 등장한다는 점은 결코 작가가 편견이 없다고 보긴 어려울것 같네요. 물론 드라마속에서 계모가 구박하는 설정이야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임성한 작가처럼 그토록 많은 양부모가 등장하는데 모두가 비정상인 경우도 드물다 생각이 들어요;

    배득이나 지화자가 원래 악역인것은 맞습니다만 하늘이시여나 신기생뎐이 예를 들어 웃어라 동해야의 새와와 같은 캐릭터처럼 악역vs선역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드라마들도 아니고 저 두캐릭터는 중심악역이라기보다는 스토리에서 흘러가는 조역중 하나라고 보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데 등장하는 나쁜 사람들이 대체로 양부모라는 점이 아무래도 좀 저는 걸려요.

    아무튼 입양아를 천박하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반대로 양부모를 천박하게 생각한다는게 맞을것 같네요. 순혈주의사상이라고 해야하나..작가가 그쪽으로 트라우마가 있는것 같기도 하고..출생의 집착이 상당히 강하더라구요. 아무튼 저도 좋아하는 작가고 필력도 대단하다싶고 재밌게 글을 쓴다 생각은 들지만 경계심을 결코 늦추어선 안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좋아하지만 한번씩 강하게 비판할 생각입니다.ㅎㅎ 좋은 하루 되세요.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1.04.06 03:10 신고 전혀 불쾌하지 않습니다. "내 생각은 그렇다"고 하셨을 뿐, 제 의견에 대한 공격적인 어조는 드러나지 않아서 마음이 편합니다. 원래 사람마다 느낌과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인데, 내 생각만 옳고 당신 생각은 틀렸다는 식으로 나오면, 대놓고 싸우자는 거죠..;;
    제가 아주 좋아하던 이웃님이 계신데, 아무리 온건한 표현으로 의견을 제시해도, 무작정 공격하는 자세로 심하게 받아치시는 바람에 몹시 실망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냥 기분좋게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며 대화하고 싶었던 것뿐인데, 그렇게 나오면 대뜸 기분이 팍 상하니까 도저히 대화가 불가능하죠..;;
    하지만 닥터콜님은 의견을 나누는 올바른 방식을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정말 다행이네요..ㅎㅎ 좋은 의견, 잘 읽었고 일부분 동의하기도 합니다. 고맙습니다^^
  • Favicon of https://doctorcall.tistory.com BlogIcon 닥터콜 2011.04.06 04:02 신고 감사합니다 빛무리님 역시 넓은 배포와 아량을 갖고계신분 같아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사실 이런저런 말을 하지만 그만큼 좋아하는 작가라서가 더 크네요. 이번에 단공주가 손등을 깨무는 모습이나 하늘이시여에서 투우사에게 죽임을 당하는 소의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윤정희에게 반하는 설정은 정말 가슴 깊이 와닿았거든요.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이유들이 더 거슬려 보이나 봅니다.

    조금 아이러니하지만 빛무리님이 다소 안좋게 보실줄 알았던 임성한 작가의 진면목을 아시는 분 같아서 더욱 빛무리님 글에 신뢰가 가게 됩니다. 진심입니다.^^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1.04.06 08:17 신고 아, 그러시군요. 저도 이번 대화를 계기로 닥터콜님의 시각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신뢰하게 된 것 같습니다. 바람직한 의견 나눔은 바로 이런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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