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시크릿 가든' 강압적 스킨십이 정말 아름다울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시크릿 가든

'시크릿 가든' 강압적 스킨십이 정말 아름다울까?

빛무리~ 2010. 12. 28. 06:30
반응형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이지만, 아무래도 저와는 코드가 잘 맞지 않는 듯합니다. 저도 그 열광에 동참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서 소외감을 느꼈거든요. 그러다가 지난 주 11회에서 싸가지 김주원(현빈)이 스스로 인어왕자가 될 것을 자청하며, 대놓고 길라임(하지원)에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고는 "이거다!" 싶었습니다. 무조건 그녀를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것이 아니라, 겸허한 마음으로 자기가 그녀에게 맞춰 변화되려는 결심이라고 판단했거든요. 드디어 저도 남들과 같이 '주원앓이'의 감미로움을 이제부터 체험할 수 있겠다 싶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더 크게 실망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13회에서는 제 눈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이른바 '노출 없이 야한 베드신'이라고 명명되었던 김주원과 길라임의 베드신이었습니다. 서슴없이 여자의 침실로 뛰어들어와 그녀가 분명히 거부 의사를 밝히고 내쫓았음에도 아랑곳없이 힘으로 제압하고, 함께 침대에 누워서 꼼짝 못하게 자기의 팔다리로 그녀의 몸을 휘감는 김주원의 행동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생각입니다. 결정적인 성행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도 이 정도 되면 거의 성폭력에 가깝습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그 장면을 보고도 거부감을 느끼지 않은 이유는, 이미 길라임의 마음이 김주원에게 많이 기울어져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전지적 시점에서 길라임의 마음을 알고 있는 것일 뿐, 그 때까지만 해도 김주원은 자기에 대한 길라임의 마음을 정확히 모르고 있었습니다. 길라임이 김주원에게 정식으로 사랑을 허락한 것은 그 다음 회인 14회의 파티에서였지요.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길라임의 속마음이 어떻든 간에, 외적으로 명백히 거부 의사를 밝히는 그녀를 힘으로 제압하고 강도 높은 스킨십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공식적인 연인이나 부부 관계에서도 그건 안 될 일이지요.

결과적으로 길라임은 그런 과정을 통해 점점 더 김주원에게 끌리고 맙니다. 그런데 이것은 다른 시각에서 보면 더욱 더 위험한 설정입니다. '시크릿 가든'의 주인공 길라임은 그랬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여자가 훨씬 더 많거든요. 이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그들의 감정에 몰입되어 "어쨌든 여자도 속으로는 좋아했잖아. 그럼 된 거지!"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런 생각에 빠져들다 보면, 여자가 아무리 거부 의사를 밝혀도 "속으로는 좋으면서 튕기고 내숭 떤다"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박힐 수도 있습니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누가 드라마와 현실을 구분 못하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드라마가 사람의 내면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더구나 '시크릿 가든'을 실제로 보는 사람이 어른들 뿐일까요? 아직 인격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들도 분명히 많은 시청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잘못된 생각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는 남자들이 꽤 있습니다. 이런 남자들은 여자의 거부 의사 표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계속 대시하는 경향이 있지요. 김주원에게 넘어가는 길라임을 보며 그들의 터무니없는 생각은 "아, 저렇게 하면 넘어올 수도 있겠구나!" 라는 식으로 더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하긴 이제까지도 길라임을 향한 김주원의 일방적 스킨십이나 강압적 행동들은 하루이틀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길라임의 팔에 생긴 상처가 얼마나 나았는지를 보려고 했다지만, 김주원은 백주대로에서 길라임의 상의를 거침없이 벗겨버리기도 했습니다. 안쪽에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있긴 했지만, 그 장면에서도 저는 꽤 큰 충격을 느꼈었지요. 더구나 그 때는 두 사람의 마음이 전혀 통하지 않은 만남의 초기였기에 충격은 더욱 심했습니다. 그 당시에 썼던 포스팅에서도 저는 "경찰에 신고할만한 일이었다"고 표현했었습니다. (관련 포스팅 : 김주원보다 오스카가 더 좋은 이유)

모두가 열광했던 '윗몸 일으키기' 장면도 제가 보기엔 불편했습니다. 액션스쿨은 엄연한 길라임의 직장이고 그녀는 업무에 임하고 있었을 뿐인데, 김주원은 그녀의 직업을 이용해서 거부하지도 못하게 자기의 다리를 잡아 주도록 요구했으며, 윗몸을 일으킬 때는 남들이 다 보는 앞에서 거의 부딪힐 정도로 얼굴을 바짝 갖다 대며 숨결을 내뿜었던 것입니다. 그 때도 길라임은 김주원의 대시에 명백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던 시점이었습니다. 눈빛을 마주치면서 그녀도 그에게 끌리는 것을 못 보았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업무 중에 자기 의사와 관계 없이 일방적으로 그런 일을 당하는 길라임의 모습은 편하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또 임종수(이필립)에게 상처를 준 일 때문에 길라임이 김주원을 찾아가서 따질 때, 김주원은 그 특유의 자기 중심적 사고방식으로 응대합니다. 결국 폭발한 길라임은 "그래, 나 감독님 좋아해. 그쪽 덕분에 감독님 마음도 알았으니 이제부터 남자로 좋아해 보려고."라고 대답하며 냉랭히 돌아섰지요. 그러자 김주원은 거칠게 길라임을 붙잡고 강제로 키스를 퍼붓더니 "이제 자격 생겼지."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지는 대사는 "경고하는데 다신 딴 놈 때문에 나한테 성질 내지마. 딴 놈 때문에 아프다는 말도 하지 말고, 두 번 다시 딴 놈 때문에 나 찾아오지도 마."라는 것이었습니다. 질투하는 현빈의 매력에 빠져서 얼렁뚱땅 넘어가긴 했지만, 사실은 저것도 분명한 성추행이었습니다. 자격이 생기긴 뭐가 생겼단 말입니까?

그 어떤 경우에도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의 마음만으로, 그녀에 대한 하등의 권리가 남자에게 생기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시크릿 가든'에서는 그 남자가 김주원이기 때문에, 현빈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식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거부 의사를 밝히는 길라임에게 "쫑알거리면 확 덮쳐버린다." 라고 변태스런 대사를 했는데도, 시청자들은 여전히 멋있다고 환호합니다. 그러나 애써 김주원 캐릭터에 호감을 가져 보려고 노력하던 저는 완전히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거북함을 느끼는 사람은 정말 나 혼자뿐일까 생각하며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저 혼자뿐은 아니더군요.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 역시 드라마에서 성추행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서슴없이 방송되는 것을 보며 우려의 뜻을 표명하고 있었습니다. (관련 기사 : '시크릿가든'이 성폭력 부추긴다) 드라마와 주인공 캐릭터가 이렇게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와중에, 그래도 다른 방향에서 냉정한 시각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적으나마 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아무리 멋있고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아닌 것은 절대 아닌 것' 이니까요

* Daum 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버튼을 누르시면, 새로 올라오는 제 글을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