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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 오스카의 한없이 외로운 눈빛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시크릿 가든

'시크릿 가든' 오스카의 한없이 외로운 눈빛

빛무리~ 2010. 12. 1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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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의 두 남자, 김주원(현빈)과 오스카(윤상현)에게는 아주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김주원은 속속들이 자신만만한 사람이지요. 자신이 엄청난 재력과 더불어 스마트한 두뇌와 신이 내린 외모까지 겸비한, 완벽한 남자라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누구의 앞에서든 겸손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영혼이 체인지되었을 때, 툭하면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는 길라임(하지원)을 보고 "내 머리를 어디다 숙여!" 라며 구박했던 것은 그야말로 김주원다운 행동이었지요.

그의 본질적인 자신만만함은 예상치 못한 일생의 위기 앞에서도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재벌 3세 백화점 사장에서 갑자기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가난한 스턴트우먼의 삶으로 전락했는데도, 걱정하거나 슬퍼하거나 쩔쩔매는 모습은 본 적이 없네요. 김주원은 남의 몸 속에 들어가 있어도 여전히 자신감으로 가득한 김주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길라임이라는 여자로 인해, 한 번도 금 간 적 없던 그의 철옹성 같은 자신감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그 동안 김주원이라는 인물은 굉장히 외로운 삶을 살면서도 넘치는 자신감 때문에 스스로 외로운 것조차 깨닫지 못했는데, 이제 드디어 남들이 느끼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인해 변해가는 나쁜 남자의 모습은 과연 매력적이군요.


그런데 오스카, 즉 최우영이라는 인물은 김주원과 많이 다릅니다. 똑같이 재벌 3세로 태어나 경제적 풍요로움 속에서 자랐으나, 그는 김주원처럼 명석한 두뇌를 갖지는 못했습니다. 어쩌면 학창시절부터 월등히 공부를 잘 하는 사촌동생에 대해 열등감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그 대신 최우영에게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지요. 부드러운 미소와 유머감각에 섬세한 배려심과 매너까지 갖추었으니 그의 주변에는 항상 친구가 많았을 겁니다.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의 김주원의 입장에서는 그런 사촌형이 부러웠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우영이 스포츠카를 사면 그 매장을 다 사들이고, 최우영이 요트를 사면 선착장 근처의 땅을 모조리 사들이는 식으로 질투심을 표현한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게 표현한다는 것도 사실은 자신만만하다는 증거입니다.

최우영은 자신이 사랑에 실패한 남자임을 잊지 못합니다. 만약 오래 전, 아직 어린 나이에 겪었던 윤슬(김사랑)과의 아픈 추억이 없었다면, 최우영 또한 김주원 비슷하게 자신만만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지요. 김주원처럼 똑똑하지는 못하지만 사람을 사로잡는 매력을 지녔으니 나도 저 녀석보다 못할 게 없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친화력이 좋으면 뭘 할 것이며, 연예인으로서 많은 인기를 얻으면 뭘 할 것입니까? 오직 한 사람, 진심으로 원했던 한 사람을 곁에 붙잡아 두지 못했으니 그는 자신이 패배자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의 실패는 오스카의 내면에 잠재해 있던 열등감을 폭발시켰고, 스스로를 어린아이처럼 약하고 못난 남자로 여기게 만들었습니다.


직업적인 면에서도 오스카는 열등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실제 윤상현의 노래 솜씨는 수준급이지만, 극 중 오스카는 거품 낀 한류스타일 뿐 형편없는 가창력을 간신히 음향장치를 이용해 커버하는 실력으로 설정되어 있거든요.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는 오스카는 새파랗게 젊은 가수 썬(이종석)이 퍼붓는 독설을 화조차 내지 않고 모두 수긍합니다. 이렇게 보니 최우영은 참으로 가엾은 사람입니다. 겉보기에만 화려할 뿐, 일과 사랑에 모두 실패했고 아무 것에도 자신감을 갖지 못했으니까요.

어쩌면 그는 삶에 대한 열정이 메말라버린 듯도 합니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수많은 여자를 가볍게 만나고, 음원 유출에 표절 논란까지 악재가 겹쳐 가수 인생이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는데 적극적으로 대처할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안 되면 그만두지 뭐... 이런 식입니다. 아무것도 안 한다 해도 먹고 살 염려는 없으니까요. 이렇게 생각하면 참으로 한심한 인간입니다. 그러나 무명가수 썬의 재능을 알아보고 자기가 키워주겠다며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모습을 보면, 결코 그런 것만은 아니군요. 비록 실력은 부족하지만 그도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안목은 지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최우영의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고 행복하게 해 줄 키포인트는 윤슬이라는 여자입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아직도 서로를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끝없이 이어지는 오해의 고리는 도무지 풀릴 기미가 없군요. 오래 전 윤슬을 짝사랑하던 남자스타의 악의적 계략으로 시작된 오해는 그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새겼고, 또 상처받을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에 점점 더 솔직해지지 못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도 두 사람은 진심이 아닌 독한 말들로 서로에게 더욱 깊은 상처를 주었고, 이제는 윤슬의 어리버리한 부하직원의 실수로 오스카의 신곡 음원이 유출되는 바람에 또 한 차례 커다란 풍파가 몰아칩니다. 너무 얄궂은 우연이에요.

오스카와 윤슬이 맺어질 운명이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계속 엇갈리기만 할까요? 사랑하면서도 거듭되는 오해와 엇갈림의 고리를 풀지 못하고 결국 헤어지는 연인들이 어디 한둘인가요? 안타깝지만 이들의 사랑은 이루어지기 어렵겠다는 예측이 조금씩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9회에서 길라임을 바라보는 오스카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어요. 원래 윤슬을 자극시키려고 했을 뿐 길라임을 사랑하는 마음은 없었고, 아직까지도 사랑이 시작된 거라고 볼 수는 없지만, 차츰 길라임을 향해 마음이 열리는 듯한 모습이 포착된 것이지요.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제 길라임은 오스카와 윤슬의 사이에 또 하나의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음원 유출과 표절 논란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오스카에게는 현재 절실하게 위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위로해 주지 않습니다. 매니저는 무조건 팬사인회를 하라는 둥, 후속곡으로 컴백을 하라는 둥 매섭게 다그칠 뿐이고, 사촌동생 김주원은 툭하면 깐죽거리기나 할 뿐입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윤슬이 악의적으로 자기의 신곡 음원을 유출시켰다고 오해하는 상황이니, 아무렇지 않은 척 웃고 있어도 오스카의 속은 지금 썩어 문드러져 가는 중입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단 한 사람, 길라임만은 그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위로해 주었습니다. 염려하는 마음으로 문자까지 보내서 모든 일이 잘 될 거라며 격려해 주었고, 내키지 않았던 그의 컴백 무대에도 몰래 관객으로 참여해서 응원해 주었습니다. "25년 전에 나는 열 살이었어요. 15년 전엔 스무 살, 5년 전엔 서른 살... 그리고 5년이 더 흘렀죠. 그런데도 난 아직 내가 열 살 같아요. 난 왜 이렇게 애 같을까요?" 오스카의 이 말은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아픈 상처와 열등감의 고백이었습니다. 여기서 오스카가 말하는 '어린아이'란 순수함의 상징이 아니라 약함과 능력없음의 상징이니까요. 그 말을 들은 라임은 미소지으며 거침없이 대답합니다. "애 아니에요. 진짜 애들은 '난 형이야' 하고 말하거든요."


길라임의 저 대답 또한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진짜 철들지 않은 아이들은 자기가 잘난 줄만 알 뿐, 자기의 모습을 분명히 자각하지 못한다, 그러니 자기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겸손할 줄 아는 오스카 당신은 어린아이가 아니다, 당신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능력있고 어른스러운 사람이다... 이런 뜻이었어요. 저 은유적인 짧은 대답 속에는 길라임이 오스카에게 전하고자 했던 위로의 메시지가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눈치 빠른 오스카는 즉시 그 뜻을 알아차리고 깊이 감동했지요. "라임씨는 참,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지네요." 

그 순간 길라임에게 오스카의 마음이 열린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습니다. 마침 윤슬에게는 또 한 번 커다란 상처를 받은 직후였고, 가장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가장 따뜻한 마음을 전해 준 여자가 라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이 두 사람은 안되겠죠. "그림 좋~~다!" 라고 이죽거리며 한쪽에 비스듬히 기대서서 그들을 노려보는 김주원의 모습은 너무도 막강합니다. 자신감이 흘러넘치는 남자는 얼핏 재수없긴 하지만 그래도 강해 보이고 매력있는 건 사실이거든요. 김주원과 길라임의 해피엔딩이 예상될수록, 오스카의 눈빛은 한없이 외롭고 쓸쓸해 보이기만 합니다. 그래서 가슴이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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