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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초리' 실망스런 4회, 갈 길이 바쁘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생초리

'생초리' 실망스런 4회, 갈 길이 바쁘다

빛무리~ 2010. 11. 2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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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어폰어타임 인 생초리' 

일주일을 목빠지게 기다린 것에 비해서는 허무할 만큼 실망스러운 4회였습니다. 1회부터 3회까지는 삼진증권 식구들이 생초리로 내려오게 된 계기를 설명하는 데 할애되었다면, 4회부터는 드디어 인물들 사이의 갈등구도가 본격화되는 시점이니 진짜 재미는 지금부터라고 볼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기껏 좋은 재료들을 준비해서 기대치를 높여 놓더니, 첫 밥상의 요리를 망쳐 버린 경우라 하겠습니다. 밥이고 반찬이고 대충 만든 것처럼 설익은 느낌이더군요.

일단 조민성(하석진)과 유은주(이영은)의 갈등을 주된 소스로 풀어나가긴 했는데, 민망할 만큼 유치하고 재미가 없었습니다. 까칠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데 사사건건 투덜대면서 누구에게나 말을 함부로 해대는 조민성의 모습은, 원래 그런 캐릭터임을 감안하고 본다 해도 비호감으로 느껴졌지요. 그때마다 한 번도 참지 못하고 "말씀이 너무 심하신 거 아니에요?" 하면서 식상한 멘트로 반항하는 유은주의 모습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의 유치한 신경전이 길게 지속되면서 '생초리' 4회는 전체적으로 매우 지루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무엇 하나 잘 하는 일도 없고 실수투성이면서 성격조차 순하지 않은 유은주의 캐릭터는, 계속 이런 식이라면 최고로 매력없는 여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렌드가 그런 건지, 요즘 방송되는 드라마들 중에서는 좀처럼 호감형의 여주인공을 찾아보기가 어렵군요. 술만 마시면 강아지가 되는 자기의 술버릇을 알면서도 유은주는 좀처럼 자제를 하지 못합니다. 가리봉 지점이 폐쇄되고 전직원이 해고 직전의 위기까지 몰린 책임을 유은주에게만 물을 수는 없겠으나, 그녀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요. 낮에는 불시에 들이닥친 사장 박규(김학철)의 눈앞에서 숨죽이고 있어도 모자랄 판에 쪽지를 돌리면서 장난질을 치다가 들켰고, 밤에는 술에 취해 길거리에 주저앉아서 "박규~ 닥쳐!"를 고래고래 외쳤으니 말입니다.

생초리에 내려와서는 '뉴은주'로 재탄생하겠다면서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 공언하더니, 단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또 고주망태가 되어 '닥쳐!"를 외쳐댑니다. 그러더니 4회에서는 사상최대의 사고를 저질렀군요. 얄미운 소리만 해대는 조민성의 입술을 바라보며 그 인중을 후려치고 싶다고 생각하던 것을, 회식자리에서 술 몇 잔이 들어가자 그대로 실행에 옮긴 것입니다. 조민성의 코와 입술은 온통 벌겋게 부어올랐고 다음날부터는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왜 넣었는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매우 부적절한 에피소드였습니다. 아무리 술김이라지만 그 정도의 큰 실수가 그저 몇 마디 사과만으로 무마될 수 있을까 싶거든요. 유은주는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기색도 없이, 아침에는 사과해 놓고 점심 때는 또 다시 조민성을 째려보기 시작했습니다. 저 같으면 민망해서 함께 일하지도 못할 것 같은데, 유은주는 술에 취했거나 안 취했거나 뻔뻔하기 이를 데 없네요. 하여튼 그 에피소드는 황당하고 재미도 없었을 뿐 아니라, 쓸데없이 남주인공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 시각적으로도 답답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숫자치가 되어버린 조민성이 "하나하나 잘못되기 시작하면 나중에 전체가 잘못됩니다. 하나부터 고쳐 가자는 겁니다." 라고 엄연히 숫자에 해당하는 '하나'라는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점도 실망스러웠습니다. 아직도 그의 증상은 전혀 회복되지 않아서 "한놈, 두식이, 석삼, 너구리..."를 익히고 있는 중인데 말이에요. "입이 열 개라도..."라는 말조차 하지 못했던 지난 3회에 비해 확실히 대본의 완성도가 떨어졌습니다. 대충 만든 것 같았다고요.  


한편 최달국과 봉진수가 동네 할머니를 설득해서 실적을 올려 보려다가 실수로 할머니의 가슴을 만지게 되는 장면 또한 "저건 또 뭔가?" 싶을 정도로 황당했습니다. 물론 할머니도 여자이긴 하지만, 손주뻘이거나 잘해야 막내아들뻘 되는 젊은이들이 고의가 아닌 실수로 그런 상황이었는데, 다짜고짜 곡괭이로 찍어 죽이려고 달려드는 모습도 설득력이 없어 보였지요. 게다가 할머니에게 쫓기는 두 남자의 모습을 배경으로 흐르던 '추노'의 배경음악은 정말 생뚱맞더군요. 생초리라는 마을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좀 괴기스럽고 비정상적이긴 하지만, 그것도 초반의 설정을 위한 것이지 너무 오래 지속되면 좋지 않습니다. 이제 그만 정상적인 패턴으로 돌아올 때가 되었어요. 지나치게 현실감이 떨어지면 일단 유치하고 지루해집니다. 

밤이면 사무실에 들어와서 음식을 훔쳐 먹는 누군가의 정체도 처녀귀신이니 뭐니 과도하게 미스테리한 척 하면서 이렇게 질질 끌 필요가 없습니다. 어차피 우리 시청자들은 그게 누군지를 다 알고 있거든요. '생초리'의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제2의 신세경'이 될 거라고 언플이 자자했던 남보라가 아직도 등장하지 않았으니까요. '웰컴 투 동막골'의 강혜정을 연상시키는 남보라의 캐릭터도 그냥 빨리 등장해서 자기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편이 나을 겁니다. 귀신이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아는데 괜히 귀신처럼 보이게 한다 해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유은주의 설레발에 조금씩 짜증만 늘어갈 뿐이죠.


불과 20회 밖에 되지 않는 분량으로 기획된 작품인데, 이렇게 시답지도 않은 에피소드로 소중한 1회 분량을 낭비해 버린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네요. 일일시트콤이라면 워낙 살인적인 스케줄에 시달리는 만큼 중간중간에 함량미달의 회가 끼어 있는 것도 당연하다 할 수 있겠지요.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도 세호(이기광)가 로봇인 척 하고 세경의 집안일을 도와주던 그 회는 너무 말도 안 되는 최악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하지만 수백회를 이어가는 과정 중에 벌어진 실족과, 20회 중 한 회를 망쳐버린 실족은 같은 무게로 비교할 수 없어요.

벌써 1/5이 지나가 버렸어요. 남은 16회 안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모두 담으려면 갈 길이 바쁩니다. 남녀 주인공은 비호감의 늪에서 빠져나와 매력을 발산해야 하고, 벌써부터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하는 러브라인을 풀어가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거예요. 후반에는 미스테리의 핵인 '김도상 살인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할 테니, 그 이전에 해야 할 일이 무척 많습니다.


글이라는 게 처음 시작할 때는 할 말이 없는 것 같다가도 막상 쓰다보면 점점 더 할 말이 많아지거든요. 20회를 채우기가 벅찰 거라고 생각해서 4회를 쉬어가는 타임으로 잡은 건지도 모르겠으나, 뒤쪽으로 가면 갈수록 하고 싶은 말에 비해 너무나 부족한 분량이 아쉬울 것입니다. 케이블 방송이라서 좀 쉬어가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이영철 작가의 인터뷰 내용이 좀 마음에 걸리는군요. 창작 중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어요. 힘들어도 조금만 더 박차를 가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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