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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 김주원보다 오스카가 더 좋은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시크릿 가든

'시크릿 가든' 김주원보다 오스카가 더 좋은 이유

빛무리~ 2010. 11. 2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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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4회까지 방송된 '시크릿 가든'의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어느덧 '현빈앓이'가 시작되는 양상을 봅니다. 차갑고 까칠한 도시 남자의 전형이지만 의외로 내면에 뜨거운 사랑을 지닌 김주원(현빈)이라는 남자가, 아주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길라임(하지원)이라는 여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면서 차츰 변화해 가는 모습이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모양이에요.

그런데 아쉽게도 저는 김주원의 캐릭터에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는 지금까지 김은숙 작가가 그려왔던 남자 주인공에게 언제나 그랬던 것 같아요. '파리의 연인'의 박신양을 비롯해 김은숙 작가의 남주인공은 거의 비슷한 성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마초적이고 무뚝뚝하고 사랑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할 줄 모르지만, 속마음은 뜨겁고 진실합니다. 그러다가 캔디같이 씩씩한 성격의 여주인공을 만나서 차츰 변화해 가지요. 매우 드라마틱하고 매력적인 캐릭터이긴 한데, 저는 별로 끌리지 않는군요.


특히 '파리의 연인'에서 남들이 모두 '한기주 신드롬'에 올인하고 있을 때 (박신양의 캐릭터 이름이 한기주였죠), 저 혼자 윤수혁(이동건)의 외로운 사랑을 안타까워하며 슬픔에 잠겼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드라마 초반에 한기주가 여주인공 강태영(김정은)을 파리의 낯선 길바닥에 버린 채 혼자 차를 몰고 가 버렸을 때, 추위와 두려움에 떨던 그녀 앞에 윤수혁이 달려와서 무릎을 꿇고 다친 발을 살펴주던 그 장면에서부터 저는 이미 수혁의 편이었거든요.

'시크릿 가든'의 남주인공 김주원 역시 한기주의 맥을 그대로 잇고 있습니다. 엄청난 부자이며 까칠한 성격을 지녔는데, 의외로 순진한 구석이 있으며 일단 사랑을 깨달으면 올인하는 스타일이군요. 그런데 아직 사랑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초반에는 지독히 나쁜 남자의 껍질을 쓰고 있습니다. 자기 마음을 흔들어 대는 묘한 감정에 당황한 탓인지, 말을 해도 그렇게 못되게 할 수가 없습니다. 박신양도 김정은을 향해 "길에서 담배만 파는 게 아니라 또 뭘 파는지 내가 알게 뭐냐"는 식으로 막말을 하더니만, 현빈도 하지원을 향해 "백화점에 청소기나 타러 오는 여자인데, 내가 정말 미쳤었구나" 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로 그녀의 마음을 후벼팝니다.  


물론 남주인공이 정말 못된 사람이어서 말을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초반에 못되게 나올수록 점차로 변해가는 과정이 더욱 극적으로 표현된다는 법칙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평소 마초적인 캐릭터와 거친 언어를 무척이나 싫어하는 저에게는, 김은숙 작가의 남주인공이 좀처럼 남성적인 매력을 어필하지 못합니다. 남들이 그 남자의 까칠한 껍질에 싸여 있던 여린 속살이 살짝살짝 드러나는 것을 발견하며 감탄을 연발하는 동안, 저는 자기중심적 어린아이에서 조금도 성장하지 못한 듯한 그 캐릭터에 오히려 조금씩 짜증을 내고 있기가 일쑤입니다.

길라임의 팔에 났던 상처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녀의 옷을 거칠게 잡아 내리던 주원의 모습도, 제 눈에는 멋지다기보다 굉장히 무례해 보였습니다. 아무리 안에 민소매 티셔츠를 입었다 해도, 현재 그녀와 아무 사이도 아닌 남자가 길바닥에서 일방적으로 여자의 옷을 확 벗겨 버리는 모습은 무척 당황스럽고 민망해 보였으며, 나쁘게 표현하면 목적이 무엇이었든 추행에 가깝다고 느껴졌습니다. 만약 현실의 상황이었다면 경찰에 신고하고도 남지 않았을까 싶어요.


내가 관심을 갖고 너에게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는데, 너는 왜 나에게로 다가오려는 노력을 조금도 하지 않느냐고 화를 내는 것도 사실은 우스운 일입니다. 자기가 일방적인 관심을 표현한다 해서 상대가 무조건 고마워하며 받아들이고 노력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김주원은 모든 사람이 자기를 높이 대우하고 납작 엎드리는 것에만 익숙한 나머지,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라고는 없으며 모든 사고방식이 지독히 자기중심적입니다. 이토록 재수없게 나오는데도 그 남자가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그저 돈 많고 잘 생겼기 때문입니다. 돈 없고 못 생긴 남자가 저런 말과 행동을 한다면 좋아할 여자가 한 명이라도 있을까요.

물론 앞으로 사랑을 하면서 조금씩 변화해 가긴 하겠지만, 사람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현실 속에서 저런 남자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면 앞으로도 여자는 그 남자의 비위를 맞추느라고 무척이나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은 좀 다른 모습을 보이겠지만, 일단 사랑을 얻고 나면 그는 다시 이기적인 어린아이로 돌아가 버릴 것이고, 여전히 마초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명령해 가면서 여자가 자기에게 맞춰 주기를 바라겠지요. 사랑하는 남녀의 관계도 결국 나중에는 '타인을 대하는 마음'으로 귀결되니까요. 하지만 이 드라마 자체가 워낙 환타지 성향을 띠고 있기 때문에 굳이 현실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여튼 제가 김주원보다 오스카(윤상현)의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그 역시 이종사촌 김주원과 마찬가지로 입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으며 안하무인에 자기중심적인 것은 똑같지만, 적어도 그에게는 타인에 대한 (특히 여성에 대한) 배려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쁘게 본다면 바람둥이 성향 때문에 여자의 비위를 맞추는데 익숙해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이라 해도, 말을 함부로 하면서 여자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김주원보다는, 상처받지 않도록 섬세하게 배려할 줄 아는 최우영이 훨씬 나아 보이더군요.

오스카가 길라임과 마주쳤던 장면은 아주 잠깐씩이었으나, 저에게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1회가 끝나갈 무렵 오스카는 주원을 향해 급히 달려오며 "지훈이가 그러는데, 네가 어떤 이상한 여자를 데리고 갔다더라..." 하고 외치다가 옆에 서 있는 라임을 발견하고는 급히 말을 수습했지요. "아, 지훈이는 왜 그러냐, 아무나 보고 이상하대.." 바로 이 장면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낯선 사람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오스카의 섬세한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김주원에게서 상처받고 뛰쳐나오는 라임과 마주쳤을 때, 그녀의 가방끈을 슬쩍 잡았는데 툭 끊어진 일이 있었지요. 오스카가 당황하며 사과하자 길라임은 "그쪽이 그런 거 아니에요" 라고 대답했고, 가방끈을 살피던 오스카는 시원스레 웃으며 말합니다. "아, 옷핀으로 응급처치해 놓았었구나... 라임씨 되게 센스있다!" 낡은 가방을 멘 채 자기를 만나러 왔다고 온갖 막말로 상처를 주던 김주원과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도 상대방이 민망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오스카의 태도가 제게는 감동이었어요. 


말로 인해 받는 상처는 의외로 깊고 오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칼을 휘두르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이 바로 말이거든요. 만약 제가 라임이라면 그 정도의 막말을 듣고서는 너무 기막혀서 다시 그 남자가 있는 쪽을 쳐다도 안 볼 것 같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김은숙 작가의 대사가 지나치게 독해요. 아무리 속마음이 그게 아니었음을 나중에 알게 된다 해도, 이미 가슴에 아리게 박힌 상처는 그리 쉽게 낫는 것이 아니거든요. 아무리 대세가 '나쁜 남자'라 해도, 저는 역시 상처주지 않는 '착한 남자'가 좋습니다.

겉으로 무뚝뚝하다 해서 무조건 속마음이 진실한 것도 아니고, 겉으로 살살 눈웃음을 친다 해서 무조건 속마음이 거짓인 것도 아닙니다. 만약 나중에 오스카도 길라임을 사랑하게 된다면, 김주원보다는 오스카를 선택하는 편이 그녀를 위해 좋을 거예요. 타인을 배려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삶의 기본 자세를 모르는 남자는 처음부터 작은 것까지 일일이 가르쳐 가면서 힘든 사랑을 해야 하는 반면, 그 기본 자세라도 알고 있는 남자는 일상 생활 속에서 곁에 있는 사람을 그만큼 편안하게 해 줄 테니까요.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이건 제 생각일 뿐입니다. 길라임은 제가 아니니까 다른 선택을 하겠지요..^^

물론 '시크릿 가든'에는 아직 펼쳐지지 않은 대박 카드가 있습니다. 바로 김주원과 길라임의 영혼이 뒤바뀌게 된다는 것이지요. 너무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남녀는 현재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 사건을 계기로 이해의 폭을 넓혀갈 것입니다. 그 과정 중에 라임보다는 주원 쪽의 변화가 크겠군요. 남들에게 존중받는 것만을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왔던 왕자님 김주원은 이제, 가난한 여자의 삶이 어떤 것인지, 무시당하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될 것입니다.


결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그 신기한 경험을 통해 김주원이 내면적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재탄생한다면, 4회까지만 보고 써 내려간 이 리뷰의 내용은 드라마의 엔딩 부분에 가서는 별 의미가 없게 될 수도 있겠군요. 만약 그 변화의 과정이 매우 설득력있고 매력적으로 그려진다면, 저도 뒤늦게나마 현빈앓이에 동참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최소한 지금까지는 전혀 그럴 기미가 없습니다. 김주원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부드럽고 편안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오스카를 보며, 예정되어 있는 서브남의 비애에 벌써부터 함께 젖어가고 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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