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내 안의 아기 도깨비 본문

천주교 관련 글

내 안의 아기 도깨비

빛무리~ 2009. 7. 14. 17:13
반응형


저는 예수회 소속이신 닐 기유메트 신부님의 저서를 매우 좋아합니다.
'하느님께 다가가는 짧은 이야기들'시리즈입니다.

그래서 예전에, 제가 자주 들르던 가톨릭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그 내용들을 소개하고 싶었는데, 책으로 읽기에는 짧은 이야기들이지만, 게시판에 올리기에는 그 한 편조차 너무 길다 싶은 면이 있어서 제가 나름대로 핵심만을 요약하여 올리곤 했었습니다.

지금 다시 찾아보니 꽤 여러 편이 되는군요.
새로 시작한 이 블로그로 차츰 옮겨 오도록 하겠습니다.

닐 기유메트 신부님의 저서에는 이 외에도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하느님께 다가가는 짧은 이야기들 총 10권을 다 읽었지만
아직도 제게는 목마르고 부족하기만 합니다.

 
우선 오늘은 "내 안의 아기 도깨비"를 소개합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교만이라는 명제를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자신의 능력이나 경제적인 부에 대해 과신하고 잘난척하는 것만이 교만이 아니라
자신의 올바름에 대해서 과신하는 것이 오히려 더한 교만일 수 있음을
닐 기유메트 신부님은 누누이 지적하고 계십니다.

이 글의 주인공인 니콜라스 주교 역시
아기 도깨비의 도움으로 그 함정을 벗어날 수 있었기에
천상 영광에 합류할 수 있었던 거겠지요.

부디... 나의 아기 도깨비도 나를 많이 도와 주기를... ^^



********

어느 날 문득, 고요한 새벽녘에 니콜라스 신부가 잠을 깨어 보니
귀여운 아기 도깨비 하나가 침대 옆에 서 있었습니다.

그 아기 도깨비는 물었습니다.

"주교님의 모자와 당나귀의 차이점이 뭐죠?"

니콜라스 신부는 그 질문의 내용보다도, 아기 도깨비의 정체가 궁금했기에
너는 대체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도깨비는 대답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보조 수호천사예요.
 정식 수호천사만큼 강력한 역할을 수행하지는 못하지만,
 당신이 자칫 잘못하여 지나친 자만이나 자기 비하의 감정에 휩싸일 때면
 내가 나서서 그것을 막아 주곤 하죠."

그러고는 여태까지 자신이 니콜라스 신부에게 해 주었던 일들을
몇 가지 말해 주었습니다.

니콜라스 신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껏 살아 오면서 그릇된 자만심에 도취될 뻔한 적도 수없이 많았고
자기 비하에 빠져 스스로를 포기할 뻔한 적도 많았는데
그때마다 아기 도깨비가 나서서 그 잘못된 환상을 깨뜨려 주었던 것입니다.

아기 도깨비는 재촉했습니다.

"내 질문에 대답을 하라니까요!"
 여태껏 몸을 숨기고 있다가, 내가 당신 앞에 나타난 이유가 궁금하겠죠?
 그만큼 이건 중요한 문제예요! 내 질문에 대답을 하라구요!"

니콜라스 신부는 솔직하게, 겸허하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정말... 모르겠는걸."

도깨비는 깔깔 웃으며 말했습니다.

"바보!!! 당나귀는 꼬리가 하나이고,
 주교님의 모자는 꼬리가 두개잖아요!!"

니콜라스 신부는 잠시 침묵하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도깨비가 다시 말했습니다.

"너무 고민할 거 없어요. 기쁜 소식이예요.
 방금 교황청에서 당신을 주교로 임명하기로 결정했어요."

순간, 니콜라스 신부는 넘치는 기쁨에 몸부림을 칠 지경이었습니다.

"아, 나에게 그런 영예가!!! 내 신앙의 성숙함이 인정을 받았구나!!!

그러자 아기 도깨비는 또 깔깔 웃었습니다.

"거봐요. 내가 간섭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온갖 바보짓은 다 하고 다닐 거라니까요!!"

순간 퍼뜩 정신을 차린 니콜라스 신부는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도 나는 내 안의 자만심을 다스리지 못하고 허우적거렸다.
그런데 이제 주교의 직분을 맡는다면 어찌 버틸 수 있을 것인가?
내 안의 자만은 뿌리가 깊으니, 더 부추겨서는 안 된다.

그리고, 아기 도깨비에게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교황청의 임명을 정중히 사양하는 편이 내게는 좋겠군."

하지만, 뜻밖에도 아기 도깨비는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주교 임명을 피한다 해서 자만심의 유혹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예요.
 당신 마음 속에는 늘 이런 생각이 자리잡을 거니까요.
  ’주교의 자리를 거절했으니 나는 얼마나 겸손한가!!!"
 바보 양반, 선한 싸움을 하는 것은 어디엘 가도 피할 수가 없어요.
 어떤 삶을 살든, 어떤 신분이든 그런 유혹은 늘 따라다니죠.
 그러니 사양치 말고 그 직분을 맡으세요.
 내가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돕겠어요.
 나뿐만 아니라 하늘에 계신 그분께서 가만히 보고만 계시겠나요???!!!"

그 이후, 주교가 된 니콜라스 신부는 자주 그 아기 도깨비를 보았습니다.

놀라운 성덕으로 세인들에게 칭송을 받는 니콜라스 주교가
마음 속으로 성인들과 자신을 견주며 조금이라도 흡족해 하거나 점잔을 뺄 때면
어김없이 아기 도깨비가 나타나,
주교님의 옷을 입고, 주교님의 지팡이에 주교님의 모자를 걸어 빙글빙글 돌리며
낄낄대며 이렇게 외치곤 했습니다.

"바보 양반!!! 주교의 모자가 별거야?
 당나귀보다 꼬리가 하나 더 달렸을 뿐이라니까!!!"

이렇게 해서 니콜라스 주교는
하늘 문턱에 다다르는 날까지 성덕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천국의 높은 문턱을 넘을 때,
아기 도깨비가 헤헤 웃으며 그의 뒤편에 나타나
살짝 밀어서 천국 문 안쪽으로 넘어뜨렸던 것입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