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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프린세스' 서변(박시후), 전갈의 슬픈 운명을 지닌 남자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검사 프린세스

'검사 프린세스' 서변(박시후), 전갈의 슬픈 운명을 지닌 남자

빛무리~ 2010. 5. 1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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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갈은 강을 건너고 싶어도 수영을 못해서 개구리에게 부탁했다. 하지만 개구리는 거절했다. 왜냐하면 전갈이 찌를지도 모르니까... 그러자 전갈이 말했다. 나도 같이 물에 빠져 죽을텐데 왜 너를 찌르겠냐고.

그래서 개구리는 전갈을 업고 강을 건너는데, 물살이 거세지자 전갈은 겁을 먹고 개구리를 찔렀다. 개구리는 죽어가면서 물었다. 같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왜 찔렀냐고... 그러자 전갈이 슬피 대답했다. 나도 어쩔 수 없어. 이게 나의 천성이야.


오래된 영화 '클라잉 게임'에 나왔던 말인데, 최근 다시 떠올리게 된 이유는 작년에 방송되었던 드라마 '가문의 영광' 때문이었습니다. 최근 '검사 프린세스'의 남주인공 '서인우'로 등장해 선풍적인 '서변앓이'를 이끌고 있는 탤런트 박시후가 1년 전 그 드라마에서도 남주인공이었지요. 그는 단아(윤정희)를 사랑하면서도 그녀의 집안을 공격하여 가업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는 자기의 운명을 슬퍼하며 그녀에게 저 말을 했었지요. 하지만 단아는 흔들림 없이 "전갈도 자신의 운명을 슬퍼하고 있었던 게 아니겠느냐"며 오히려 그의 마음을 위로합니다.

한동안 '검사 프린세스'에는 재미를 붙이지 못하고 있었는데, 13회와 14회를 뒤늦게 시청하고 나서 갑작스럽게 마음이 끌리는 중입니다. 마혜리(김소연)와 서인우의 사랑은 마치 태풍의 눈과도 같고 폭풍전야와도 같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이제 그들을 둘러싸고 벌어질 엄청난 일들은 그 어떤 태풍과 비교해도 잔혹함에 있어 모자라지 않을 듯 하네요.

이러다가 박시후는 출연하는 드라마에서 줄곧 '전갈의 운명을 지닌 슬픈 남자'가 되는 게 아닐까 걱정스럽기까지 합니다. 배두나와 함께 출연했던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에서도 사랑하는 여자에게 아픔을 줄 수밖에 없는, 그러면서 자기 자신도 끔찍하게 아파하는 남주인공을 연기했었거든요. 물론 '완벽한 이웃'에서도 '가문의 영광'에서도 전형적인 '나쁜 남자'였던 박시후는 여주인공의 따뜻한 심성에 감화되어 그 슬픈 운명을 벗어던지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지만, 이번에는 어떨지 모르겠군요.

왜냐하면 '검프'에서 두 사람 사이에 얽힌 악연은 과거의 드라마에서보다 훨씬 더 깊고 본질적이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사업적인 문제로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거나, 삼각 사각으로 복잡하게 얽힌 멜로의 관계라면 극복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바로 '죽음'입니다. 서인우의 아버지는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죽었으며, 그 죽음의 원인 제공을 한 것은 마혜리의 아버지였습니다.


비록 마상태가 의도적으로 누명을 씌운 것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그는 자기가 저지른 살인죄를 서동근이 뒤집어쓰고 죽어가는 동안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습니다. 도움을 주기는 커녕 오히려 사람들을 매수하고 알리바이를 조작하여 그 사건에서 자기 혼자 벗어나는 데에만 골몰했을 뿐입니다. 감옥에서 억울한 심경에 고통받다가 급작스런 병으로 사망한 서동근의 죽음에 어찌 마상태가 책임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그의 행동은 실수가 아니었고, 명백히 의도적인 것이었습니다.

마혜리를 사랑하는 서인우의 마음이라면, 그 자신이 외롭게 이를 갈며 성장해 왔던 15년의 세월쯤은 모두 잊고 마상태를 용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기의 고통쯤은 잊을 수 있을 만큼 그는 이미 혜리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찌 그가 혜리의 손을 잡고 서동근의 무덤을 찾아가 "아버지, 제가 사랑하는 여자입니다" 라고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자기의 고통은 용서하고 잊을 수 있지만, 아버지의 죽음은 용서하고 잊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지 않겠습니까?

이제 죽음보다 나을 것 없는 고통이 그들을 휩싸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남자와 아버지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끝내 공격하고 상처를 입힐 수밖에 없는 남자... 어쩌면 서변이야말로 '전갈의 슬픈 운명'에 가장 적합한 인물인 듯 싶군요. 마혜리에게 상처를 입힐 때마다 자기 자신도 똑같은 상처를 받지만, 멈출 수 없는 서인우의 처절한 아픔이 연기자 박시후를 통해서 훌륭히 표현되고 있습니다.

혜리가 인우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상태는 딸에 대한 부정(父情) 때문에 자기의 죄를 인정하기로 결심하기에 이르릅니다. 그는 서인우를 찾아가 스스로 인정할테니 혜리를 놓아달라고 부탁하지요. 그리고 망설이던 인우는 결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맙니다.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임을 또한 알고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서동근의 아들이라면,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지" 마상태는 이렇게 아버지의 이름을 들어, 인우로 하여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서인우는 마지막으로 혜리와 '반나절간의 정신줄 놓은 데이트'를 즐깁니다. 그래봐야 자기의 사진 한 장이라도 간직하고 싶어하는 혜리를 위해, 사진기를 빌려주고 그 앞에서 포즈를 잡아주는 것 정도였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은 행복했습니다. 환하게 웃는 두 사람의 얼굴은 너무도 아름다운데, 극도의 아름다움이 극도의 슬픔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그것은 헤어짐의 전주곡에 지나지 않았다" 라는 문장이 떠오르는군요. 독일의 문호인 한스 카로사의 작품에서 읽었던 문장으로 기억합니다만, 지금 눈앞에 보이는 혜리와 인우의 모습에 그보다 잘 어울리는 말은 없을 듯 싶어서 가슴이 아파옵니다. 박시후는 과연 예전의 출연작에서처럼, 이번에도 '전갈의 슬픈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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