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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바라보기 위하여 높은 곳으로 올라갑니다

빛무리~ 2009. 7. 1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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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의 내용은 가톨릭출판사에서 출간된 류흥렬 저, 한국천주교회사(상권)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한국천주교 박해시절 이야기구요.

그 문장 표현에 있어 많이 예스러운 부분들이 있는데, 현대적 어법으로 바꾸어서 올릴까 하다가 오히려 그렇게 하면 느낌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울 듯 싶어서 그냥 거의 그대로 올립니다. (그래도 아주 약간은 손을 댄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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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6년 지방 순회를 마친 순교자 성인 안주교(Daveluy 다블뤼, 安敦伊)는 그 실상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2개월 동안에 내가 만나 본 사람들은 지극히 가난하고 불쌍한, 그러나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7백여 명의 교우들이었다. 괴로움을 말하자면 그것은 참으로 큰 것이었으나, 물론 나는 그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이 귀여운 교우들은 7,8년 전부터 성사를 받을 수가 없었다. 박해의 1년이 무엇에 상당하느냐 하는 것은 천주님께서 잘 알고 계시는 바이다.

나는 위로를 받게 되었다. 참으로 큰 위로를 받게 되었다.

내가 면접한 교우들은 박해에 시달리면서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던 용감한 군사들이었다.
자기의 남편이 회자수의 휘두르는 칼날 아래 쓰러지는 것을 눈앞에서 본 과부도 있었고, 부모를 순교자로 바친 고아도 있었다.
오늘에는 소녀가 나와서 그의 형제가 받은 형벌의 괴로움을 말하는가 하면,
내일에는 어머니가 다가와서 천국으로 먼저 떠나간 그 아들의 순교담을 들려주었다.
또는 자기의 죄를 통회하고, 오래도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신부를 보고 즐거워서 날뛰는 교우들이었다.

그들은 자기들의 존경과 애모하는 마음을 어떻게 나에게 보여야 할지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은 분주하게 나에게로 모여들어 가난하기 짝이 없는 그들일망정, 무엇이거나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주고자 하였다.

저녁때가 되면 나의 좁은 방에 빽빽이 모인 2,30명의 교우들과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때에 그들은 자기들의 뜻을 말할 용기를 내지 못하는 일이 많았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길어져서 한밤중이 되더라도 그들은 결코 그만 하자고 말하지 않았다.

나의 이야기는 중국말과 조선말을 뒤섞어서 되지도 않는 말을 늘어놓는 것이었으나, 그래도 그들은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는 몰라도 모두 만족하게 여기고 있었고, 나도 그러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와 헤어질 때에는 그들이 생나무를 꺾는 듯한 소리로 울고불고 하여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들은 이제 다시는 일생 동안에 그들의 마음을 가볍게 하여 주어, 천주와 일치하게 하여 줄 신부님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한없이 울어댔다. 나의 가슴이 얼마나 심한 감정으로 뛰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그래서 나는 슬쩍 도망치듯이 이 쓰라린 장면과 위험한 현상을 피하고자 몰래 떠나온 일이 몇번이나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 와중에 외교인이라도 달려들게 되면, 온 교회를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은 말할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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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년 최양업 신부는 외방전교회 신학교장 르그레조아 신부에게 보낸 편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양반집 부인들의 처지는 더욱 가련합니다. 조선 부인은 문 밖 출입을 못하고 가까운 일가에게만 말을 통할 뿐이며, 모르는 남자에게 한 번이라도 얼굴을 보이면 대죄로 지목하므로 부모와 남편을 가진 여교우들은 거의 성사를 받으러 다니지 못하고, 혼인한 이튿날에 그 남편이 죽어도 그 여인은 수절하여 일평생을 과부로 늙어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과부도 남편을 가진 여인과 같이 행세하여 마음대로 출입을 못하므로 여교우들이 밤에만 성사를 받으러 다니니 그들이 몇 가지의 고난을 당할 염려가 항상 있습니다. 의덕에 주리고 목마른 영혼을 어느 때에나 마음대로 배부르게 하오리요.

그러므로 교우들이 신부를 만나고 미사에 참례코자 하는 마음은 가상하되 위험을 염려하여 자주 왕래하는 것을 엄금하고 보속을 많이 주고 있으나 그럼에도 과히 두려워하지 않고 순명을 잘 하지 않습니다.

신부가 공소에 들어가면 남녀노소가 모두 새 옷을 갈아입고 신부 뵙기를 초조히 기다리며, 조금만 지체하여도 회장을 자주 들여보내어 뵈옵기와 강복 받기를 청합니다.

신부가 떠날 행장을 차리면 모두 대성통곡하여 공소가 진동하고, 어떤 이는 옷소매를 부여잡고 만류도 하고, 어떤 이는 옷자락을 눈물로 적시며 뒤를 따라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돌아가지 아니하고, 어떤 이는 오래 바라보기 위하여 높은 곳으로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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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바라보기 위하여 높은 곳으로 올라갑니다...

저는 이 부분이 왜 그토록 마음에 와 닿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속에 선하게 그 영상이 떠오른다고나 할까요? ... 가시는 뒷모습이나마 조금이라도 더 오래 지켜보려고.. 높은 나무 위로.. 또는 높은 언덕이나 바위 위로 올라가서 한 손으로 햇빛을 가리고... 점점 멀어져가는 모습을 속절없이 지켜보았을...

아주 가슴아픈 장면인데도, 왠지 한편으로는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정말 너무나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일까요?

요즘은 보통... 만남도 쿨하고 헤어짐도 쿨하고... 뒤끝없는 게 좋은 것인 양(?) 너무들 쿨하게만 살다보니.. 저렇게 애절한 사랑은 좀 드문 것도 같습니다.
물론 신앙을 일반적인 사람간의 사랑과 똑같이 생각할 수는 없겠지만, 신앙도 사랑도... 저렇게 진실하고 열정적일 수 있다면...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또 한편으로는, 늘 숨쉴 수 있기에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이... 우리에게 늘 신앙의 자유가 주어져 있고, 사제를 만날 기회가 드물지 않기에... 그 소중함을 모르고 지냈다는 생각도 듭니다. 늘 당연하다고만 생각해 왔던(?) 것도 같고...

누군가는 말하더군요. 성직자도 굳이 따진다면 직업의 한 종류일 뿐이지 않느냐고... 물론 비신자가 한 말입니다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찌 저런 감정을 지금에야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나중에는 그들도 꼭 알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기쁨을 깨달음에... 조금이라도 이 순간... 약간은 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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