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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 최장군(한정수)의 가슴 시린 매력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추노

'추노' 최장군(한정수)의 가슴 시린 매력

빛무리~ 2010. 2. 1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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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뭐 재미있어 사나?
다들 내일이면 더 재미있을 줄 알고 사는 거지

'추노'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설명하기 전에, 그의 인생관이라 할 수 있는 한 두 줄의 대사를 인용해 놓았는데, 저것이 바로 최장군의 캐릭터를 말해주는 대사입니다. 그는 이미 30대 후반의 나이로 대길보다도 한참 손윗사람이며, 원래 신분은 양반이었습니다. 그런데 무과시험에 수차례 낙방하면서 패가망신을 당하고, 목숨을 버리기 직전에 대길을 만난 것으로 되어 있군요.


과거에 낙방해서 망신을 당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패가(敗家), 즉 집안의 재산을 모두 탕진하기까지 했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답은 금방 나오더군요. 최장군과의 첫 만남을 추억하던 대길의 회상씬에서 등장했던 대길의 대사가 바로 답이었습니다. "이봐, 선비 양반! 어차피 실력만 가지고 과거 급제하는 세상 아니잖아. 나와 같이 야심차게 돈이나 벌어 보는 건 어때?"


실력만 가지고 급제할 수 없다면 뒤로 뭔가가 오갔다는 이야기겠군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라도 남들이 모두 그렇게 하는데 자기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집안 기둥뿌리를 뽑아서라도 어떻게든 급제부터 하고 그 후에 집안을 다시 일으켜 세울 요량이었겠지요. 그러나 작은 집의 기둥뿌리를 뽑아 봐야 부잣집의 곳간에서 나오는 금싸라기를 당해낼 수 없으니, 결국 낙방은 낙방대로 하고 집안은 집안대로 망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목숨을 버리려 할만큼 절망적이었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족은 있었는지, 원래 이름은 무엇이었는지, 과거를 철저히 벗어버린 그 남자에게 남아있는 거라고는 우연히 저잣거리에서 만난 추노꾼 대길이와의 우정과, 역시 그가 지어준 새 이름 '최장군' 뿐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양반일 때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대길이는 벌써 저잣거리의 왈패가 다 되었건만, 모든 것을 버리고 싶어서 이름마저 버린 최장군은 아직도 고상한 기질을 버리지 못해 양반 냄새를 폴폴 풍기고 있지요.

매사에 신중하고 진지하며 과묵한 남자, 명품 복근과 멋진 칼솜씨를 지닌 남자, 진심으로 남을 위할 줄 알며, 특히 여인이나 약자에 대한 배려심이 지극한 남자... 이제까지 최장군은 그런 최상의 남성 캐릭터를 보여 주었습니다. 비록 주연급이 아니라서 분량은 적었지만, 부정적인 모습은 하나도 보여준 것이 없군요. 그런데 이제 그의 슬픈 과거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왠지 모를 신비로움까지 겸비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과연 그의 원래 이름은 무엇이었으며, 가족은 있었을까요? 혹시 장가는 들었을까요?

대길이는 언년이가 시집갔다는 소식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쉽사리 빠져나오지 못하고 설화와 더불어 며칠간 술타령을 하며 지냅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최장군과 왕손이를 언제 어떻게 만났느냐고 설화가 물었고, 대길은 그들을 처음 만나던 당시의 일을 그녀에게 들려줍니다.


무과 시험을 보러 가던 최장군의 돈주머니를 왕손이가 들치기(소매치기)해서 달아나다가 대길이와 부딪혔는데, 어차피 부정한 재물임을 감지한 대길은 그것을 빼앗으려고 왕손이를 쫓아갔고, 최장군 역시 돈주머니를 찾기 위해 왕손이를 쫓게 되면서 세 사람의 운명적인 첫 만남이 이루어졌지요. 격투 끝에 최종 승리는 당연히 대길에게로 돌아갔구요. 그러니까 최장군보다 나이 어린데도 불구하고 지금껏 대길이가 리더 아니겠습니까?

돈주머니의 원래 주인이 최장군인 것을 알면서도 "나 역시 땀흘려서 번 돈이니 절반만 돌려주겠소" 라고 말하는 대길의 태도에서는 그 뻔뻔함에도 불구하고 차마 거역하기 어려운 포스가 넘쳐흘렀습니다. 그리고 마치 최장군의 운명을 예감이라도 한 것처럼 대길은 함께 돈이나 벌자고 제안하며, 추후에 자기를 만날 수 있는 방도를 알려줍니다. 과거에 낙방하고 패가망신하여 절망하던 최장군은 결국 대길을 찾아가 추노꾼의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이지요. 


저는 한동안 송태하의 매력에 빠져 있었는데, 지난 10회에서 정말 때 아닌 키스신을 연출하는 바람에 완전 김이 새어버린 상태였습니다. 원손이 아직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한 급박한 상황인데 뜬금없이 언년이에게 입을 맞추는 송태하의 충성심은 이미 풀이 꺾이고 빛이 바랬거든요. 그런데 최장군이 그 허전한 자리를 채워 주는군요.

그는 대길이와 왕손이에게 듬직한 맏형으로서 변함없는 의리를 지키고, 누구 못지않게 강인한 사내이면서도 여염집 처자 앞에서는 쑥스러움을 금치 못하는 순수함을 지녔으며, 가엾은 설화를 대할 때면 친오라버니처럼 따뜻한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송태하가 놓쳐버린 완벽 매력남의 자리를 손쉽게 차지했습니다. 


어디선가 얼핏 듣기로는 나중에 대길을 대신하여 최장군이 목숨을 잃게 된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제발 잘못된 스포일러였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슬플 것 같아요. 그리고 대길이 곁에는 최장군이 있어야 합니다. 그가 없으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대길이를 아무도 말리지 못할 거예요.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최장군 본인에게 있어 죽음은 대수롭지 않을 것도 같습니다. 어차피 "인생이 뭐 재미있어 사나? 다들 내일이면 더 재미있을 줄 알고 사는 거지..." 라고 허허롭게 웃는 사내이니까요. 아무것에도 집착하지 않게 되어버린 그 사내의 빈 가슴이 왠지 시리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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