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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플' 하루의 풋사랑, 허무만을 남기다 본문

드라마를 보다

'트리플' 하루의 풋사랑, 허무만을 남기다

빛무리~ 2009. 7. 3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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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루(민효린)와 장현태(윤계상) 등의 이기적인 사랑에 질려서 외면하겠다고 생각했으나, 종영을 앞두고는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한 마음에 다시 '트리플'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저 관성에 이끌리듯 무심한 시선이었을 뿐이나, 역시 주인공 이하루의 이유를 알 수 없는 급작스런 감정선의 변화 등으로 인해 기대감이 전혀 없었음에도 약간의 실망을 안겨준 최종회였다.




그나마 가장 현실적이고 크게 지탄받을 일 없었던, 나름대로 상큼했던 조해윤(이선균)과 강상희(김희) 커플은 쌍둥이를 낳아 평범한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이고 자유로워 보이던 상희가 아이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쏟아붓는 평범한 엄마로 변신한 것은 일견 흐뭇하기도 했다.

장현태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대쉬로 지탄받았던 윤계상과 이하나 커플은 결국 그들만의 사랑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수인(이하나)의 마음이 장현태 쪽으로 돌아서자, '일방적 들이대기'에서 '서로 사랑하기'로 바뀐 그들의 연애모드는 의외로 조금은 예뻐 보이기까지 했다. 게다가 신활(이정재)과 최수인이 헤어지게 된 이유는 장현태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들 부부가 이미 마음속으로 재결합할 수 없을 만큼 갈라서 있었기 때문임을 느끼면서, 어쩌면 현태와 수인 저들이 원래 맺어져야 했던, 스타일이 잘 맞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위의 두 커플이 그나마 무난한(?) 모양새로 마무리된 것에 비해 메인 커플이었던 신활과 이하루는 정말 의문스럽고 어정쩡한 결말을 맞이해야 했다.

무릎 부상이 악화된 하루는 결국 스케이트를 그만두고 시골 아버지 집으로 내려가게 된다. 선수 생활이 좌절된 것에 크게 상처받은 하루는 오빠와도 연락을 끊고 잊겠다고 말한다. 정말 생뚱맞았다. 대체 왜?

하루에게 있어 오빠에 대한 사랑과 스케이트에 대한 사랑은 하나로 묶여 있기라도 했단 말인가? 신활은 하루의 방을 비워둘테니 언제라도 다시 오라고, 계속 내 집에 살아도 좋다고 했건만 하루는 갑작스레 일방적으로 감정을 정리해 버린다. 오빠에게 마구 들이댈 때도 일방적이고 제멋대로이더니 정리할 때도 일방적이고 제멋대로다.




어떻게 보면 그게 더 현실적일 수도 있었다. 나이차도 많고 한때나마 남매로 엮였던 신활과 연결되는 것보다야, 나이도 비슷하고 하루에게 변함없는 해바라기 사랑을 보여주는 멋진 청년 지풍호(송중기)와 연결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긴 했다.

시골 집으로 내려간 하루에게 자주 찾아가 든든하게 곁을 지켜주고 하루의 아버지에게도 막내아들처럼 싹싹하기 그지없는 지풍호는 그야말로 최고의 사윗감이요 신랑감이라고 할만했다. 게다가 어린 나이에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일 만큼 능력도 뛰어난 젊은 인재인 것이다. 그런 풍호에게 차츰 관심을 갖는 하루의 태도와 그들의 가벼운 키스신은 이미 그들의 커플 탄생을 말하고 있었다.




또한 2년만에 찾아온 신활과 마주한 하루는 "오빠를 만나면 굉장히 가슴 아플 줄 알았다." 면서 담담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이미 열 여덟 청춘의 사랑이 정리되었음을 고했다. 그리고 흐르는 나레이션... "빙판이 사라졌다. 빙판에 쏟아부었던 열여덟 내 꿈과 사랑이 어디로 간 걸까. 빙판과 함께 녹아서 없어져 버린 걸까. 내 나이 스물. 나는 또 다른 빙판 위를 달리고 있다"

결국 열 여덟 풋내기의 천방지축 좌충우돌 막무가내 풋사랑이었을 뿐이었다. 2년이란 시간은 어찌보면 그리 길다고 할 수도 없건만, 그 사이 청소년에서 어른이 되어버린 소녀는 가벼운 새처럼 자기의 젊음을 즐기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런 하루를 향해 예전처럼 자상하게 환한 미소를 띄워주는 신활의 모습이 어찌나 쓸쓸한지... 눈물을 흘릴 뻔했다.




신활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자기를 향한 하루의 사랑이 결코 오래 가지 않을 풋사랑임을... 그래서 매몰차게 밀어내려고 했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멀어져버린 최수인과 재결합이라는 무리수를 두었던 것도 어린 하루의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기 위해서였던 거다. 그런데..... 말도 안되는 것을 알면서 어처구니 없게도 그 풋내기에게 마음을 끌려버린 남자...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기에 그저 자상한 오빠로서 그녀를 후원해 주고 원하는 모든 것들을 기꺼이 들어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남자... 그녀가 갑작스레 영원히 떠나겠다고, 오빠를 잊겠다고 말하는데도 그 이유조차 묻지 못한 남자... 오랜만에 마주한 그녀의 얼굴에서 예상대로 자기의 흔적이 사라져버린 것을 보면서도 환하게 웃을 수밖에 없는 남자...

신활은 참 비극적인 캐릭터다. 생일 다음날이 부모님의 기일이라 생일 한번 마음 편히 지내지 못했고, 정신세계가 매우 특이한 아내를 만나 호되게 뒤통수를 맞았고, 어린 의붓여동생에게 대책없이 마음을 끌려 적지않은 나이에 사랑의 상처를 받아야 했다.

개인적으로 이정재씨의 연기는 매우 좋았다고 생각한다. 늘 남성적이고 약간 거친 이미지를 연기하던 그가 이번에는 미묘한 심리 변화를 거치는, 섬세하고 자상하고 원숙한 남자의 이미지를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표현해 냈다. 그의 멋진 연기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 내게는 이 드라마가 전해 준 가장 큰 소득이었다고 하겠다.




그 외에 '트리플'이 남긴 것은 무엇일까? 실망하면서도 어쨌든 끝까지 시청한 내 마음속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허무함' 이었다. 청춘의 열정, 청춘의 사랑은 그저 그렇게 소나기처럼 지나가 버린다는 것을, 우리 모두 그렇게 살아왔다는, 평범하지만 잔인한 현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을 뿐이다. (여주인공 '하루'의 이름 또한 지금 생각하니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하루 만큼 짧은 사랑이라는 걸까?)

아련한 추억에 잠겨 여중, 여고 시절을 회상하며 보던 드라마 '트리플'은 이렇게 쓰라린 허무함만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제작진이 원래 의도했던 결말이 이런 것이었는지가 아주 조금은 궁금하지만, 이렇게 남겨진 작은 관심조차 하루의 풋사랑처럼 쉽게 잊혀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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