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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이시네요'에서 연상되는 영화들... 사랑은 대를 이어?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미남이시네요

'미남이시네요'에서 연상되는 영화들... 사랑은 대를 이어?

빛무리~ 2009. 10. 31.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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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이시네요'의 남녀 주인공인 황태경(장근석)과 고미남(박신혜)는 부모 세대부터 이어진 질긴 인연의 끈으로 묶여 있는 듯 보입니다. 태경의 어머니와 미남의 아버지가 사랑하던 사이였기 때문이죠. 물론 아직까지는 추측 상태지만, 둘은 결코 남매는 아닌 듯 합니다.

그런데 그들의 부모는 과연 어떤 사랑을 했을까 조용히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보니, 의외로 이런 부류의 이야기들이 벌써 적지 않게 있었음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기억을 샅샅이 파헤치다 보면 좀 더 나올 듯도 하지만, 우선 제 머릿속에 떠오른 영화는 두 편입니다.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주연의 '클래식'(2003), 그리고 여명과 서기 주연의 홍콩 영화 '유리의 성'(1999) 입니다.

먼저 '유리의 성'을 추억해 보겠습니다.
(오래 전 작품이라 등장인물의 이름은 낯설게 느껴지실테니, 그냥 배우들의 이름으로 표기합니다.)


여명과 서기는 대학시절 애틋한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여명이 과격시위로 인해 체포되면서 더 이상 국내에서 생활하기 어려울 만큼 곤란한 처지가 되자 파리로 유학을 떠나게 되면서 둘은 헤어집니다. 홍콩과 파리... 그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그리워하며 전화로 사랑을 확인하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면서 바쁜 일상속에 사랑은 멀어져갑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상대를 만나 결혼을 합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그들은 홍콩의 중국어학원에서 우연히 재회하게 됩니다. 카페에 들러 지나온 시간을 나누는 두 사람... 여명은 그 자리에서 'Try To Remember'를 노래하며 그녀의 마음속에 가라앉아 있던 추억을 일깨웁니다. 두 사람은 다시 사랑을 불태우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이 타고 달리던 자동차가 전복되면서 서로를 껴안은 채 함께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들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이미 청년이 된 여명의 아들과 서기의 딸이 찾아옵니다. 그들은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부모들의 애틋한 사연을 알게 되고, 대화를 나누면서 점점 서로를 애잔한 눈길로 바라보게 됩니다. 마지막 부분에 두 젊은이가 나누는 키스로 새로운 사랑의 시작을 예고하며 영화는 엔딩을 맞이합니다.

'유리의 성'은 전적으로 부모의 사랑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에 자녀들의 사랑이야기는 거의 나오질 않습니다만, 결말에서 얼핏 비춰주는 사랑의 암시는 그들의 인연이 앞으로도 질기게 이어질 것임을 보여줍니다.

*******

그리고 '클래식'... 이 작품은 제가 매우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이 깊어가는 가을에 낭만적인, 지극히 낭만적인 영화를 원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 보셔도 좋을 듯 하군요. 아직 안 보신 분은 물론이고, 이미 보셨다 해도 다시 한 번쯤...^^


손예진이 1인 2역을 맡아, 어머니와 딸을 동시에 연기합니다. 어머니 주희의 사랑이 조승우였고, 딸 지혜의 사랑이 조인성이었죠. 저는 개인적으로 지혜와 조인성의 사랑에 더욱 공감을 느꼈는데 아쉽게도 조인성의 촬영 부분이 막판에 거의 절반 가량이나 편집되었다더군요.

1968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주희(손예진)과 준하(조승우)는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의 친척집에 놀러갔다가 그 동네에서 우연히 서로 만나게 되고, 묘한 사랑의 기운을 느끼지만 작별인사도 못하고 헤어지게 됩니다. 그 후 서울의 학교로 돌아온 준하는 단짝친구 태주(이기우)에게서 연애편지 대필을 부탁받습니다. 그런데 태주가 짝사랑하는 여학생이 바로 주희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준하는 잠시 망설이지만 결국 대필을 허락합니다. 물론 그 편지에 담긴 마음은 준하 본인의 마음이었지요.

그러나 결국 주희도 그 사실을 알게 되고, 이미 시골에서부터 준하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던 주희는 준하를 선택하게 되지요. 준하의 친구 태주는 상처를 받고 배신감을 느끼지만, 워낙에 우정이 깊었던 데다가 착한 성격 탓에 그들을 이해해 줍니다. 그러나 월남전에 참전하게 된 준하는 소식이 끊겨버리고, 준하가 전사했다고 생각한 주희는 우연인 듯 태주를 다시 만나서 결혼을 합니다. 그렇게 주희와 태주의 사이에서 딸 지혜가 태어납니다.

그런데 몇년 후, 준하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희는 그를 다시 만납니다. 첫사랑에게 자기의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준하는 숨기려 하지만, 주희는 그가 전쟁중에 눈이 멀었다는 사실을 결국 알게 되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시간은 하염없이 흘러... 여대생이 된 지혜(손예진)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고, 현재 엄마는 일 때문에 외국에 나가 계셔서 집에 혼자 살고 있습니다. 학교 선배인 상민(조인성)을 짝사랑하지만, 지혜의 친구인 수경이도 상민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수경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지혜는 상민에게 보내는 연서를 대필해 줍니다. 물론 편지 안에 담긴 것은 자신의 마음입니다.

그런데 지혜는 상민 역시 자기에게 마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운명처럼 깨닫게 됩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그 유명한 장면을 기억하시겠지요? 손예진과 조인성이 함께 외투를 둘러쓰고 비 오는 캠퍼스를 달려가던 모습... 원래 우산이 없었던 사람은 지혜였습니다. 그녀가 커다란 나무 아래서 비를 피하고 있는데 상민이 다가와서, 자기도 우산이 없다고 말하며 그녀를 자기 옷으로 감싸서 그렇게 도서관까지 데려다주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며칠 후, 친하게 지내던 매점 언니(임예진)에게서 지혜는 이런 말을 듣게 됩니다. "상민이가 말야... 며칠 전 비 오던 날에 저 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더니 갑자기 자기 우산을 나한테 주고, 자기는 비를 맞으면서 뛰어나가 버리더라..." 지혜는 그때 상민이 앉아 있었다던 자리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봅니다. 저만치 정면에 커다란 나무가 보입니다. 그 때 그녀가 비를 피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바로 그 나무였습니다. 상민은 지혜의 모습을 보고는 자기 우산을 버리고 그녀에게 달려갔던 것입니다.


서로 말하지 못하던 애틋한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은 함께 부모님의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오래 전 그들의 부모가 처음 사랑을 느꼈던 시냇가의 작은 통나무 다리에서 그들도 사랑을 확인합니다. 조인성이 두 손아귀에 조심스레 가두었다가, 손예진에게 살며시 손을 열어 보여주던 반딧불이의 예쁜 불빛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상민(조인성)은 아버지의 유품이라며 한 개의 목걸이를 지혜(손예진)에게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목걸이는 월남전에 참전하는 준하(조승우)에게 주희가 눈물로 건네주었던 목걸이입니다. 전쟁 중에 실명의 고통을 겪으면서까지 소중하게 간직했던 주희의 선물을, 준하는 아들에게 물려주었던 것이지요. 이렇게 이루어지지 못한 부모의 사랑은 자녀 세대에 와서 이루어지게 됩니다.

*******

그리고 아직 결말이 나지 않은 '미남이시네요' 에서, 아이들의 사랑이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는 저런 만남 자체가 거의 없겠지요. 아무래도 세상은 넓으니까요. 그러나 만약 실제로 만나게 된다면 사랑에 빠질 가능성은 매우 농후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핏줄이란 무시할 수 없는 것이라 자녀는 당연히 부모를 닮게 되어 있고, 또한 이성을 좋아하는 취향 역시도 충분히 닮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부모가 느꼈던 사랑의 감정을, 그와 닮은 자녀들 역시 비슷하게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저는 불교신자는 아닙다만, 가끔씩 불교에서 유래한 말들이 가슴에 와닿곤 합니다. 그 중 하나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입니다. 사실 이 넓은 세상, 이 많은 사람들 중에 옷깃이라도 스치고 지나간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보면 대단한 인연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하물며 서로 가슴 저리도록 사랑했던 사이라면 그들의 인연을 어찌 범상하다 하겠습니까? 그들의 마음이 너무도 깊었기에 자녀들의 핏속에까지 감정이 흐르며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미남이시네요' 에서도, 비록 모화란(김성령)이 어머니로서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여주어 분노를 자아내지만, 세상을 떠난 미남의 아버지를 생각하며 아직도 눈물을 글썽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한편 애잔하기도 합니다. 한때의 잘못된 판단으로 연인을 잃었지만, 그녀의 사랑만큼은 진실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기적인 모화란이 원했던 결말은 아니겠지만, 이루지 못한 그녀의 사랑은 아들 대에서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필연적인 운명처럼, 돌고 돌아서 소중하게 다시 만난 인연이니, 이토록 예쁜 아이들의 애틋한 사랑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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