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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내가 개신교회에 방문한 이유

빛무리~ 2023. 2. 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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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15일, 대전교구 박주환 신부에게 '정직' 처분이 내려진 이후, 내 마음속은 온통 절망과 혼란으로 가득했다. 나의 지인들은 물론 이 블로그의 오랜 독자분들도 모두 아시겠지만, 나에게 있어 천주교 신앙이란 삶과 인생 그 자체였다. 마치 정치 집단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정의구현사제단의 행보가 늘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어차피 하나의 비인준 단체일 뿐 천주교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상관없는 것이니 어렵더라도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박주환 신부의 개인적 잘못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그에게 내려진 교구의 징계 처분이 고작 '정직'에 불과하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성직자가 공개된 SNS 계정에 비행기 추락을 염원하며 함께 기도하자는 망언을 올렸는데... 면직(파문)이 아니라 정직이라니...! 

 

같은 잘못을 저지른 대한성공회의 김규돈 신부가 즉시 면직 처분을 당한 것과 비교되니, 내 마음의 비참함은 더욱 극에 달했다. 한 명의 사제가 죄를 지었으나 대한성공회의 즉각적이고 타당한 처분은 오히려 그들의 신앙과 종교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성공회보다 훨씬 크고 오래되고 권위있는, 언제 어디서나 나의 자랑이었던 한국 천주교회는... 시간을 질질 끌다가 고작 정직이라는 처분을 내림으로써, 사제 자격을 박탈하지 않고 유지시켜 주었다. 그 사제 한 명을 감싸고 도는 대가로 수천 수만 명 신자들의 영혼을 병들게 하고... 어쩌면 목숨을 빼앗아 버린 것이다. 그런 사람의 성직자 신분을 인정해 주는 종교의 테두리 안에서 나는 과연 숨을 쉴 수 있을까? 

 

사실 그 동안 수차례 느껴 왔지만 애써 부정해 왔는데, 이 사건은 한국 천주교회의 현주소가 어디에 와 있는지를 증명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말로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처참한 현실이었다.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나는 이후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신앙을 버린다는 것은 행여 꿈속에서도 해본 적 없는 생각이었다. 나는 신앙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하지만 가톨릭 신앙을 유지하자면 필수적으로 행해야 하는 성사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고해성사'가 문제였다. 그 동안에도 몰랐던 것은 아니다. 신부도 그냥 인간이라는 것을 물론 알고는 있었다. 그저 주님께서 목자로 선별하신 사람들이니까, 오직 주님을 향한 마음으로 행해왔던 것 뿐이다. 

 

고해성사 중에 괜시리 폭언을 해서 마음을 상하게 하는 신부들도 있었지만, 그쯤은 기꺼이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제에 대한 존경심을 갖는 것은 오랫동안 체화된 습관이었다. 심지어 드라마를 볼 때조차 그랬다. 한동안 드라마에 천주교 신부가 많이 등장했는데, 아무리 젊은 신부라도 타인이 그에게 "야, 임마, 너는..." 이런 식으로 말하는 모습을 보면 불편하고 불쾌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사제를 존경은 커녕 존중도 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들을 '주님의 대리자'로 여기며 그 앞에서 죄를 고백하는 행위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만약에라도 어떤 신부가 훈계조로 말하면 "당신이 뭔데 그런 말을 하지?" 라고 항의하게 될 것만 같았다. 

 

고민이 길어지며 해답을 찾지 못하자 마음은 점점 어두워지고 괴로워졌다. 그러던 중 예전에 성령세미나를 받고 기도회 활동을 할 때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원래 성령기도회에서는 개신교 찬양 노래를 많이 부르곤 하는데, 엄숙한 가톨릭 성가와는 또 다른 몰입도와 즐거움이 있었다. 특히 온누리 교회의 찬양이 무척 좋다기에, 몇몇 기도회원들이 어울려 양재동의 온누리 교회까지 찾아갔던 기억도 떠올랐다. 아, 찬양 노래 정말 좋았었지... 그래서 온누리 교회를 검색해 보았더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양재보다 서빙고 본당 쪽이 가까워 보였다. 한 번 가볼까? ... 가볼까? ... 그냥 노래만 들어도 좋을 것 같은데... 나는 복잡한 고민 없이, 오직 주님께만 집중하고 싶었다. 신앙의 즐거움을 되찾고 싶었다. 

 

역시 오랜 고민끝에, 어제 처음으로 서빙고 온누리 교회를 홀로 찾아가 수요일 오전의 여성 예배에 참석해 보았다. 그 결과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웠다. 다행스럽게도 오래 전 기도회 활동을 할 때 내가 자주 부르고 좋아했던 노래들을, 어제 서빙고 본당 예배에서도 많이 듣고 함께 부를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느낌'이라서 말로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냥 좋았다. 정말 좋았다. 많이 좋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개종 결심을 완전히 굳힌 것은 아니다. 그저 온누리 예배와 찬양이 좋았다는 것이고, 몇 번 더 찾아가 볼 의향이 있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행복하다는 것... 정말 오랜만에 '즐거움'과 '기분 좋음'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내가 어디에 있든 주님은 오직 한 분이시며, 결코 옹졸하거나 편협한 분이 아니신데, 굳이 비참함과 역겨움과 불행함을 느끼면서까지 천주교회를 고집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올바른 신앙이란, 내가 주님 안에서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아닐까? 

 

찬양이 너무 좋아서, 어제 오후에 집에 와서도 잘 못 치는 기타를 띵가띵가 혼자 튕기며 내내 노래를 불렀다. 삑사리가 나도 그저 좋았다. 밤새 푹 자고 새벽에 일어났는데, 놀랍게도 머릿속에 찬양의 선율이 가득했다. 어쩌면 잠을 자면서도 내내 쉬지 않고 찬양을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성령세미나를 받은 후 한동안 그런 시간을 보냈었는데,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충만한 기쁨이었다. 이렇듯 상쾌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듯 기운과 의욕으로 가득찬 아침이라니...! 

 

앞으로도 온누리 교회를 몇 번 더 가 보고, 집에서 좀 더 가까운 대형교회 중 찬양 위주로 예배하는 교회가 있다면 그런 곳도 찾아서 또 가 볼 생각이다. 과연 내가 정말 천주교에서 개신교로 확실한 개종을 하게 될지, 아니면 또 어떤 계기가 있어 되돌아가게 될지는 오직 주님만이 아실 일이다. 부디 당신 안에서 언제나 오늘의 이 기쁨을 잃지 않도록만 해 주소서! 

 

 

- 본격적인 개종 일기는 네이버 블로그에 

https://blog.naver.com/jhjanna/223007708366 천주교에서 개신교로[1] - 온누리교회 방문 
https://blog.naver.com/jhjanna/223007835260 천주교에서 개신교로[2] -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https://blog.naver.com/jhjanna/223008967841 천주교에서 개신교로[3] - '선택적 정의'는 위선일 뿐 
>>>>> 이 후로도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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