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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뿐인 내 편' 제목에서 드러나는 진한 주제의식 본문

드라마를 보다

'하나뿐인 내 편' 제목에서 드러나는 진한 주제의식

빛무리~ 2019. 2. 8.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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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이미지가 강했던 중견배우 최수종이 오랜만에 현대극으로 돌아온 작품이 '하나뿐인 내 편'이다. 죽어가는 아내의 병원비를 구하기 위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강수일(최수종)은 수십 년간의 복역을 마치고 출소했지만, 성장한 딸 김도란(유이) 앞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살아간다. 살인자에 전과자인 생부의 존재가 도란의 인생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해만 끼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라마의 법칙이 늘 그렇듯 모든 등장인물들의 운명은 계속 엮이게 된다. 강수일은 봄앤푸드 왕진국 회장(박상원)의 운전기사로 고용되고, 김도란은 왕회장의 장남 왕대륙(이장우)과 결혼하게 되는 것이다. 설상가상 왕대륙의 차남 왕이륙(정은우)과 결혼한 장다야(윤진이)는 강수일이 과거 살해했던 남자의 딸이다. 이렇게 한 집안에서 서로의 정체를 모르는 아버지와 딸, 피해자와 가해자가 공존했던 것이다. 

 

현재 김도란은 강수일이 아버지인 것을 알고 받아들였으며, 주변 사람들 역시 이들의 부녀 관계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으나 고비를 넘기고 모두 수용한 상태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큰 폭탄이 남아있으니, 바로 강수일의 살인 전과다. 수십 년만에 재회한 생부가 살인 전과자임을 알게 된 도란은 고민 끝에 이혼을 결심하고 남편 왕대륙에게 사실을 털어놓지만, 대륙은 절대 이혼할 수 없다며 수일의 과거까지 받아들였다. 

 

나는 이 드라마를 시청하며 항상 제목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하나뿐인 내 편'이란 과연 누구의 입장에서 볼 때 누구를 뜻하는 것일까? 일단 강수일 김도란 부녀가 주인공이니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강수일의 입장에서 볼 때 딸이 '하나뿐인 내 편' 일까? 아니면 김도란의 입장에서 볼 때 아버지가 '하나뿐인 내 편' 일까? 아무래도 내 생각엔 전자 쪽이 우세한 듯 싶다. 

 

김도란은 젊고 아름답고 선량한 여성으로서 특별히 큰 죄를 지은 적이 없으며 큰 원수를 진 일도 없다. 그녀를 목숨만큼 사랑하는 남편이 있기도 하지만, 그런 남편의 존재가 아니더라도 김도란의 편을 들어 줄 사람은 세상에 꽤 많은 것 같다. 하지만 강수일은 다르다. 천성이 착하고 온순한 사람이지만 그에게는 낙인찍힌 과거가 있다. 무려 두 사람을 죽인 살인 전과자란 사실이 밝혀지면... 그의 편에는 누가 남아줄까? 

 

나홍주(진경)는 아직까지는 진심으로 강수일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살인 전과를 고백한 후에는 어떨지 알 수 없다. 더욱이 강수일이 살해한 두 남자 중 한 명은 나홍주의 형부였던 것이다. 언니 나홍실(이혜숙)을 엄마처럼 의지하며 살아온 나홍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동안 착한 척하며 자신을 속였다 생각하고 강수일을 미워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외의 다른 인물들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왕회장네 식구들, 나홍실네 식구들, 김도란의 친정인 소양자(임예진)네 식구들... 모두 강수일에게서 등을 돌릴 것이다. 그런 끔찍한 과거를 감쪽같이 숨기고 자신들에게 천사같은 얼굴로 행세해 왔다며 치를 떨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오직 왕대륙만은 장인의 과거를 전해 듣고도 끌어안고 가겠노라 했지만, 그 역시 전적으로 김도란 때문일 뿐 강수일에 대한 마음은 아닌 것이다. 

 

이렇게 따져 본다면, 강수일에게 있어 '하나뿐인 내 편'은 딸 김도란이다. 핏덩이 어린 것을 후배에게 맡겨놓고 감옥에 가야만 했기에, 평생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지도 못했지만, 이제 그 딸이 노년을 앞두고 있는 강수일에게 세상에 오직 단 '하나뿐인 내 편'이 되어주는 것이다. 

 

강수일의 살인죄는 누명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범인은 따로 있었는데, 당시 강수일은 스스로 너무 겁먹은 데다가 흥분해 있어서 자신이 죽인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1회를 찬찬히 보면 강수일이 직접 칼로 찌르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진실이 밝혀지면 그를 외면했던 사람들이 모두 돌아오겠지만, 진실을 모를 때조차도 무조건 그의 편이 되어 주었던 단 한 사람의 가치를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진정 누군가의 편이 되기 위해서는, 그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 믿고 이해하고 사랑하며 지켜주어야 한다는 것을 이 드라마의 작가는 말하고 싶은 것 같다. 작품은 얼핏 뻔한 듯 촌스러운 듯하지만, 의외로 진하고 깊이 있는 주제의식이 바로 제목을 통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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