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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을 보다

'불타는 청춘' 한정수, 다시 웃는 그의 모습이 흐뭇했던 이유

빛무리~ 2018.11.24 23:08

'불타는 청춘'은 참 따뜻한 프로그램이다. 분명 방송이긴 하지만 '불청'에 나오는 연예인들은 왠지 방송에 출연한다는 느낌보다 친구를 만나러 나온다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사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기 전까지는 '몸이 늙는 것일 뿐 마음이 늙는 건 아니다'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를 결코 깨닫지 못한다. 속절없이 몸은 늙어가고 어느 덧 청춘을 지나 중년이 되고 노년이 되어가지만, 마음은 여전히 푸른 청춘이던 봄날과 전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외롭고 그립고 설레는 마음은 그 시절과 완전히 똑같다는 것을, 현재 청춘을 지내고 있는 사람들은 결코 모를 것이다. 

그리고 몸이 청춘일 때는 친구를 사귀거나 만나기도 참 쉬웠다. 그냥 우연처럼 만나서 기분 좀 통하면 친구가 되고, 언제든 친구로부터 전화가 오면 별로 거리낄 것 없이 달려나가 함꼐 신나게 놀곤 했다. 그 때는 그런 나날이 얼마나 귀한 청춘의 특권인 줄 모르고 아주 오래 지속될 줄 알았지만, 의외로 그 자유롭고 찬란한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도 세월에 떠밀려 억지로 어른이 되고, 생활의 무게와 책임감의 의미를 뼈저리게 깨달아 가며, 험한 세상 속에 경계심이 많아지고, 고단한 삶 속에 귀찮은 것도 많아져서, 친구를 사귀기도 만나기도 쉽지 않게 된다. 


중년은 그렇게 늙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시점이다. 하긴 어느 나이에든 외로움에 가슴 시리기는 마찬가지겠지만, 청춘과 노년의 중간에서 어정쩡하게 떠돌고 있는 중년의 외로움은 좀 더 복합적이고 어려운 것이 아닐까? 더욱이 또래의 대부분 사람들은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든 힘이 들든 그 안에서 복닥거리며 살아가는데, 아직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을 나이에 짝 없이 홀로 버티며 살아간다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더 이상 친구를 만나기도 쉽지 않고, 만나도 예전처럼 편안하지 않고, 이성과 만남의 기회는 더욱 더 줄어만 가는데 여전히 피는 뜨겁고. 

일반인들도 그럴진대, 왕년에 달콤한 인기를 누렸던 연예인들의 경우는 더할 것이라 짐작된다. 마음은 아직도 예전과 똑같은데 화려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참 많이 외로워져 버린 현실이 날마다 손발을 시리게 하지 않을까? 그런 상황에서 '불타는 청춘'의 출연 제의를 받는다면 아마 거절할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다른 예능처럼 출연자를 골탕먹이거나 웃음거리로 만들지도 않고, 고달프게 대본에 맞춰 온갖 쇼를 하지 않아도 되고, 그저 비슷한 처지의 옛 동료들끼리 모여 서로를 반가워해 주고 토닥여 주고 즐겁게 밥 해먹고 대화하며 놀다가 오면 되는 것이니 (일단 시청자의 눈으로 보기에는) 말이다. 


모두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는 부분도 많고, 친구가 되기도 무척 쉬울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김국진과 강수지처럼 그 안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열려 있다. 이 착한 예능 '불타는 청춘'은 그래서 정말 따뜻한 마음으로 편하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때때로 갖가지 이유 때문에 상처받았던 사람들이 출연하면, 그 상처를 보듬어주는 모습들에 감동을 받게 된다. 특별히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아도 무언중에 이해하고 감싸주는 담담한 모습들이 속에서 그 마음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번에 새친구로 출연한 한정수는 작년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故김주혁의 절친이었다. '불청'의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이렇게 야외에 나와 보는 것도 거의 1년만이고, 작년에 큰 일을 당하면서 TV를 안 보기 시작했던 것도 1년쯤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 큰 일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김주혁의 1주기를 맞이하여 그의 추모 특집으로 마련되었던 '1박2일'에 고인의 친구로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너무 이른 나이에, 또 너무 갑작스럽게 가장 친한 친구를 떠나보내야만 했던 상처는 마음을 닫게 만들고 외로움을 더욱 깊어지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불타는 청춘' 출연을 계기로 다시 세상에 마음을 열고 힘차게 살아보기로 결심한 듯한 그의 모습은 시청하는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그는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상황극에 동참했고, 새로 만난 친구들의 박수에 맞춰 기꺼이 춤을 추었고, 거리낌 없이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상처는 치유되고 또 새로운 삶이 시작될 것이다. 산 사람은 추억을 가슴에 묻어둔 채 또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배우 한정수는 '추노'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최장군 만큼이나 멋진 사나이로 보였다. 먼저 떠난 친구의 몫까지 그가 더 열심히 행복하게 살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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