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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젤아이즈' 또 다시 로미오와 줄리엣, 꼭 그래야만 했을까? 본문

드라마를 보다

'엔젤아이즈' 또 다시 로미오와 줄리엣, 꼭 그래야만 했을까?

빛무리~ 2014. 4. 2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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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촌스러운 사랑 이야기라도 나쁘진 않았다. '첫사랑과의 재회' 스토리가 식상해질 때도 됐지만 아직은 괜찮았다. 하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제 질렸다. 제발 그만 우려 먹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줄 모르고 사랑에 빠졌는데 알고 보니 상대의 부모가 내 부모를 죽인 원수였다는 이야기, 하긴 갈등의 최고점을 찍기엔 더 이상의 소재가 없을 것이다. 웬만한 장애물쯤은 너끈히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사랑한다 해도 제 부모를 죽인 원수의 자식이라면 쉽지 않을 테니까, 어쩌면 그것은 연인들 사이에 설정할 수 있는 최대의 고통이다. 하지만 설정하기는 쉬워도 풀어나가기는 무척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솔직히 그런 경우 깔끔한 해결책은 한쪽이 (또는 둘 다) 죽어버리거나 헤어지는 것뿐이다.

 

하지만 작가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어 놓고도 어떻게든 그 사랑을 이루어 주려고 애쓴다. 최근 종영한 '황금무지개'에서는 악의 축이었던 서진기(조민기)를 정신병자로 만들고 그 아들인 서도영(정일우)을 반신불수로 만들면서 기어이 남녀 주인공의 사랑이 이루어졌다. 김백원(유이)을 사랑한 서도영이 극단으로 치닫는 아버지의 악행을 막기 위해 자기 머리에 총을 쏨으로써 벌어진 결과였다. 하지만 너무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러웠다. 차라리 서도영이 죽음으로써 새드엔딩을 맞이했다면 훨씬 자연스러웠겠지만, 요즘 시청자들은 무조건 해피엔딩을 원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으니 웬만한 뚝심으로는 새드엔딩을 고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 '엔젤아이즈'에서는 어떤 식으로 윤수완(구혜선)과 박동주(이상윤)의 사랑을 이루어 줄 수 있을까? 이번에는 윤수완의 아빠 윤재범(정진영)이 박동주의 엄마 유정화(김여진)를 죽였다. '황금무지개'와 달리 여주인공 쪽이 가해자가 된 것이다. 그런 사실을 꿈에도 모르는 박동주는 그 이후 12년 동안이나 윤재범을 아버지처럼 여기며 존경하고 따랐다. 이제 와 진실을 알게 된다면 그 분노와 배신감이 오죽이나 클 것인가? 아무리 윤수완을 사랑한다 해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환자의 산소호흡기를 의도적으로 제거하여 죽음에 이르도록 한 윤재범의 행위는 의사로서 결코 저지를 수 없는 일이기에,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분노와 역겨움이 치밀어 오른다.

 

유정화의 심장이 멎고 나서야 후회하며 인공호흡을 했다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게다가 그 장면을 목격한 동료에게 십수년이나 협박을 당하면서도 끝내 비밀을 지키며 살아왔다니 윤재범은 참으로 지독한 사람이다. 딸 수완의 시력을 되찾아 주고 싶은 열망이 아무리 강했다지만, 그 살인 행위를 결코 부정(父情)이라는 이름으로 미화시킬 수는 없다. 사후 각막 기증을 희망하며 자기 딸을 수혜자로 지정할 만큼 아껴주는 유정화의 마음에 감사하기는 커녕 오히려 그 목숨을 빼앗아 버린 것은 참으로 소름끼치는 이기심의 발로였다. 하물며 각막 이식 수술이 별로 시급한 상황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18세 박동주는 그렇게 엄마를 잃고 미국으로 떠났다.

 

 

사실 박동주의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의 죽음도 윤수완과 관계가 깊다. 소방관이었던 박동주의 아빠는 바로 윤수완의 엄마를 구하려다가 함께 죽었으니, 결국 박동주는 윤수완의 부모 때문에 고아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데 수많은 여자 중에 하필 윤수완을 사랑한 박동주의 운명은 참 얄궂기도 하다. 밝혀지지 않을 비밀이라면 만들어지지도 않았을 터, 진실을 알게 된 후 과연 그들은 사랑할 수 있을까? '황금무지개'에서는 남주인공이 아비의 거듭되는 악행을 막으려 반신불수가 되었지만, 여기서는 그럴 수도 없을 것 같다. 윤수완이 다시 제 눈을 멀게 하여 아비의 죄를 갚으면 될까? 아니 그건 또 하나의 비극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보고 싶었다, 윤수완!" 12년 동안이나 서로를 그리워하던 박동주와 윤수완은 천신만고 끝에 힘겹게 다시 만났다. 힘찬 포옹과 뜨거운 눈물로 사랑은 다시 시작된다. 하지만 그 사랑이 아름답고 애틋할수록 지켜보는 마음은 불편해진다. 잘 되라고 응원해 주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지 않아도 비극은 충분했다. 무너지는 터널 속에서 동주의 아빠와 수완의 엄마가 죽었으니까, 어린 날의 아픔을 공유했다는 것만으로도 두 아이의 사랑은 가슴시린 것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꼭 윤재범을 살인자로 만들어야 했을까? 이 잔인한 운명의 실타래를 작가는 어떻게 풀어나가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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