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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제국' 최성재(이현진)의 비밀에 관한 추측 한 가지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황금의 제국

'황금의 제국' 최성재(이현진)의 비밀에 관한 추측 한 가지

빛무리~ 2013. 7. 9.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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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주인공을 악역으로 설정한 것은 치명적 패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본인이 그렇게 살지는 못해도) 드라마의 주인공을 통해서나마 대리만족을 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주인공이 나쁜 놈으로 그려지면 절대 몰입할 수가 없거든요. (혹시 "저 나쁜 놈... 그런데 보면 볼수록 나랑 비슷하네. 그러니까 응원해야지" 이러면서 몰입할 사람도 있을까요? ㅎㅎ) 물론 주인공도 악한 행동을 할 수 있으나, 그 행동에 충분한 이유가 주어지고 보편적으로 이해 가능한 수준이 되어야만 몰입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사실상 입봉작이라 할 수 있었던 '추적자'의 호평과 성공에 너무 들떴던 게 아닐까요? 주인공을 악역으로 만들고 그에 합당한 동기 부여마저 쿨하게 넘겨버린 박경수 작가의 용감함은 언뜻 과도한 자신감으로 비춰지니, 잔뜩 맴도는 불안한 기운을 떨치기가 어렵군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평범한 청년 장태주(고수)가 재벌가의 사람들과 조폭들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었다는 초반의 설정은 다분히 만화적입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이 괜히 있는 건 아니거든요. 장태주가 성진그룹과 인연을 맺게 된 시발점은 감옥에서 동료 죄수 최용재(김형규)가 천식 발작으로 사망하는 모습을 홀로 목격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최용재가 성진그룹 부회장 최동진(정한용)의 아들이란 사실을 알고 있던 장태주는 그가 남긴 유언을 자기가 들었다는 거짓말을 함으로써 최용재의 형 최민재(손현주)와 대면하는 기회를 얻었죠. 그런데 우연히 그 자리에서 자기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간 자가 바로 최민재였음을 알게 되고, 단순히 감옥에서 풀려나는 목표를 넘어 성진그룹을 향한 적개심을 키우기 시작합니다. 막내아들을 잃고 슬퍼하는 최동진 부회장 앞에서 최용재의 유언을 조작함으로써 집안 싸움을 격화시킨 것은 복수의 첫걸음이었네요.

 

 

하지만 거짓말인 줄을 뻔히 알면서도 장태주를 이용하여 아버지를 좀 말려보려다가 심하게 뒤통수를 맞은 최민재는, 쓸데없이 눈만 부릅떴을 뿐 별다른 행동이 없었습니다. 만약 실제 상황이라면 결코 장태주가 무사할 리 없었을텐데 말이죠. 악역 중 최고 악역인데도 이상하게 물러터진 최민재 덕분에 장태주는 재벌의 뒤통수를 치고도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조폭 두목씩이나 되는 조필두(류승수)는 어찌나 한심한지, 별로 싸움도 잘 못하는 장태주에게 덥석 납치가 되었던 게 아닙니까? 이후 윤설희(장신영)가 장태주를 배신하고 조필두에게 넘겼을 때도, 역시 불사신 장태주는 한 군데 부러진 곳도 없이 살기등등한 조폭 소굴에서 멀쩡히 살아 나왔습니다. 무슨 코미디도 아닌데, 그저 잘려진 가스 호스와 담뱃불 하나로 조폭들을 협박해서 말이죠..;; 아무리 주인공을 위한 들러리지만, 이렇게까지 무능하고 멀렁멀렁하게 그려진 재벌과 조폭 캐릭터는 리얼리티에 손상을 입혔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장태주는 윤설희의 도움을 받아 성진그룹의 후계자 싸움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장태주는 "착한 사람 필요없어. 정직한 사람 구역질나. 지금 나한텐 이런 사람이 필요해!" 라는 말 한 마디로 자기를 배신했던 윤설희와 다시 손을 잡았죠. 윤설희가 부동산 투기 방면에서 굉장히 능력있는 여자였음은 확실해 보입니다. 성진그룹의 패권을 다투는 최서윤(이요원)과 최민재가 주주총회에서 승리하기 위해 반드시 매입해야 하는 마지막 두 평의 땅을 장태주가 잽싸게 선점할 수 있었던 것도 윤설희의 협조 덕분이었으니까요. 이것도 굉장히 비현실적인 설정이긴 하지만, 어쨌든 장태주는 그 두 평의 땅을 최서윤에게 넘김으로써 성진그룹의 후계 구도가 정해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최민재는 조폭을 고용해 장태주의 여동생 장희주(윤승아)를 납치하고 장태주에게 린치를 가했지만, 결국 이 혈혈단신 평범한 청년을 이기지 못했죠..;;

 

최서윤에게 두 평의 땅 값으로 무려 10억을 받아낸 장태주는 일단 거기서 멈출 생각이었을까요? 죽은 아버지의 소원대로 아담한 밀면집 하나 차리고, 어머니와 여동생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깨끗한 집 한 채 장만하여, 먹고 살 걱정 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고 생각은 무슨 개뿔..;; 잠시 선량한 눈빛으로 돌아왔나 했더니 그건 쇼였나봅니다. 윤설희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자마자 그대로 넘어가 버린 걸요. 처음에는 "선배, 나 이제 그 일 끊었어요" 하고 시치미를 떼더니, 윤설희의 입에서 '20억'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금방 눈빛이 변하는 걸 보며 "아, 저 녀석은 오갈 데 없는 악역이구나" 싶었죠. 이젠 더 이상 죽은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는 핑계도 댈 수 없습니다. 다시 폭주하기 시작한 장태주의 내면에는 꿈틀거리는 욕망만 가득할 뿐이었어요.

 

 

그런데 주된 흐름에서 살짝 비켜서 있는 두 사람이 자꾸 제 시선을 자극합니다. 최동성(박근형) 회장의 아내 한정희(김미숙) 여사와 그 막내아들 최성재(이현진)... 마치 후계 다툼에는 별 관심도 없다는 듯 초연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 두 사람 말이에요. 지난 번 포스팅에서 한정희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으니, 오늘은 최성재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살펴볼까 합니다. 현재까지는 비중이 너무 적어서 별로 살펴볼 것도 없을 지경이지만, 훗날 이 인물에 얽힌 비밀이 밝혀지게 되면 성진그룹 내에는 또 한바탕의 폭풍우가 몰아칠 듯한 예감이 드는군요.

 

'황금의 제국' 3회에서 한정희는 직접 대사를 통해 자신이 최회장 자녀들의 생모가 아님을 밝혔습니다. "애들 다 커서 엄마라고 들어온 나... 대접 못 받으면 어쩌나, 내 맘 상하면 어쩌나, 그래서 (번잡한 거 싫어하는 양반이) 내 생일은 한 해도 안 빼놓고 온 식구 다 모아 축하해 주고, 그런 당신 마음 고마워서..." 역시 예상대로 최동성 회장의 4남매 중 위의 세 명, 최원재(엄효섭)와 최정윤(신동미)과 최서윤은 한정희의 친자식들이 아니었네요. 그런데 막내 최성재만은 위 대사에 있는 '애들 다 커서'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1990년 당시, 한정희가 최회장의 곁을 20년째 지키고 있을 때 최성재의 나이는 정확히 스무살이었거든요. 

 

 

2회에서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고 자택으로 돌아온 최동성 회장은 큰 아들과 큰 딸과 사위의 인사를 무덤덤한 표정으로 받았지만, 막내아들 성재와 눈이 마주치자 주름진 얼굴 한가득 웃음을 지으며 귀여워서 견딜 수 없다는 듯 얼굴을 감싸고 어루만졌습니다. 최회장은 어린 아들의 넥타이를 손수 매 주기도 하고, 잠시라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허전하다며 애타게 찾기도 하는군요. 한정희 여사가 웃으며 "당신은 성재만 좋아해" 라고 말하자, 최회장은 성재가 좋아하는 굴비장아찌를 저녁 밥상에 놓으라고 명하면서 "식성까지 닮았어, 그 놈..." 하고 흐뭇한 미소를 짓습니다. 이렇게 4남매 중에서도 막내 성재를 향한 최회장의 깊은 사랑은 노골적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바로 다음 순간에 충격적인 장면이 방송되었죠. 최성재는 모친 한정희가 시키는 대로 하얀 국화 꽃다발을 손에 들고 누군가의 무덤을 찾아갔는데, 무덤에 꽃을 바치고는 침통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던 겁니다. "제가 왔습니다. 생신 축하드립니다, 아버지!" 헉... 아버지라니! 대체 이 소년의 과거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걸까요? 그러고 보니 좀 전에 최회장과 한정희가 나누었던 대화도 의미심장했네요. 최회장이 물었죠. "몇 년 걸렸어? 나한테 속상하고 미운 맘 풀어지는데 몇 년 걸렸냐고?" 그러자 한정희가 곱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20년째 풀고 있어요. 아직 반도 안 풀렸네요." 이들 부부에게는 뭔가 복잡한 사연이 있나 봅니다.

 

 

추측컨대 한정희는 최서윤의 생모가 살아있을 때부터 최회장과의 내연관계를 유지했던 것 같습니다. 그 때는 한창 싱그러운 20대 초반의 아가씨였겠죠. 최회장은 그녀에게 홀딱 반했지만 본처가 있어서 집안에 들일 수 없었고, 한정희는 어느 덧 임신까지 하게 되었지만 단호히 첩살림을 거부했을 겁니다. 그렇다면 최회장 본처의 죽음은 한정희와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건 너무 앞서 나갔나? ㅎ) 어쨌든 본처가 죽은 후 보란듯이 저택의 안방을 차지한 한정희는 얼마 후 최회장의 막내아들을 낳고 당당히 성진그룹의 안주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최회장의 시각에서 본 내용이고, 한정희의 시각에서는 좀 다를 수도 있습니다. 최회장은 임신까지 한 그녀에게 안방을 빨리 내주지 못하고 서럽게 했던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지만, 기품있는 미소 속에 칼날을 숨긴 한정희의 대답은 그렇게 단순한 의미가 아닌 듯했거든요. 20년째 한을 풀고 있지만 아직 절반도 안 풀렸다는, 그 서늘한 증오심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 무덤 앞 장면을 본 시청자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최성재는 최회장의 친자가 아닐 것입니다. 한정희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던 것이죠. 그러나 운명의 장난인지 그녀의 미모에 눈독 들인 최회장과의 악연이 시작되었고 (아마도 회장 비서실에서 근무하던 여직원 쯤이 아니었을지..) 불가항력으로 최회장에게 몸을 빼앗기고 말았을 겁니다.

 

 

그런데도 계속 최회장의 여자가 되기를 완강히 거부하는 한정희를 보며, 그녀에게 남자가 있음을 알아차린 최회장은 매서운 수법으로 한정희의 애인을 쥐도새도 모르게 살해했습니다. 애인의 주검 앞에서, 그의 아이를 태중에 품은 채 한정희는 복수를 다짐했겠죠. "당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 내가 파멸시킬 거야. 그 사람이 가진 모든 것, 이제 당신 아이가 빼앗게 될 거야!" 그렇게 태도를 싹 바꾼 한정희는 최회장에게 "당신 아이를 가졌노라"며 애절하고도 다정한 눈빛을 보냈을 겁니다. 이에 홀딱 넘어간 최회장은 어찌어찌 사바사바 해서 그녀를 안방에 들였고, 지금까지 그녀가 낳아준 막내아들 성재를 가장 사랑하며 애지중지 키워 왔다는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저의 추측이지요..^^

 

최성재가 1990년에 스무살이니, 그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1971년... 유전자 검사로 친자 확인을 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던 시대입니다. 무서운 여자 한정희는 어린 아들을 철저히 교육시켜 식성마저 최회장에게 맞추도록 했지만, 그가 자신의 뿌리와 본분을 잊지 않도록 친부의 존재를 알려주고 생일을 챙기는 것도 소홀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죽은 사람의 제삿날이 아니라 생일을 챙기다니... 한정희는 아직도 젊은 날의 연인, 성재의 친부가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 못하고 있는 걸까요? 뼛속 깊이 아로새겨진 그녀의 한이 섬뜩하게 느껴지는데...

 

 

해맑은 웃음을 짓다가도 수시로 어두워지는 최성재의 눈빛은, 현재 폭풍과도 같은 후계 다툼의 회오리에서 한 발 비켜서 있는 그의 존재가 고요한 태풍의 눈임을 확신케 합니다. 이제 최서윤과 장태주가 결혼하면, 가장 큰 적은 일단 최민재가 되겠죠. 성진그룹에 대한 욕망도 욕망이지만, 장태주와 최서윤에게 뒤통수를 맞아 옥살이까지 하고 나온 최민재는 그 두 사람에 대해 치떨리는 복수심까지 갖고 있으니까요. 최회장의 어리석은 큰 아들 최원재는 그런 사촌에게 넘어가 협조자가 될 듯하고... 하지만 장태주와 최서윤의 막강 조합은 끝내 최민재의 세력을 쳐부수고 승리할 겁니다. 그런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려는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치명적인 일격이 아주 조용히 날아올 것이고, 남녀 주인공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겠죠.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은 약간 실망스럽습니다. 허무맹랑한 만화적 요소도 꽤 많이 보이고, 감정 몰입을 주도할 선역도 없고, 구성도 전작에서만큼 촘촘하거나 치밀하지는 못한 듯 싶고... 하지만 의외의 변수로 등장하게 될 한정희와 최성재 모자의 캐릭터가 있어 은근한 긴장감과 설렘을 느끼게 하네요. 부디 정신 바짝 차리고, 뻔한 드라마가 되지 않도록 잘 만들어 주길 바랍니다. 정말 더 이상은 기대작에 실망하고 싶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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