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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말의 순정' 김태훈-전미선-이훈, 그 묘한 인연의 실타래 본문

드라마를 보다

'일말의 순정' 김태훈-전미선-이훈, 그 묘한 인연의 실타래

빛무리~ 2013. 7. 3.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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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재미삼아 틈틈이 보아 왔던 일일시트콤 '일말의 순정'도 어느 덧 3/4 가량이 방송되고 이제 결말을 향해 치닫는 중이네요. 전체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순수하고 풋풋해서 그 맛에 보기는 하는데, 과장이 지나치게 심하고 전개상의 헛점이 많아서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없더랍니다. 김병욱의 명품 시트콤에 길들여진 제 기준으로는 참 많이 아쉬운 작품이에요. 특히 전체적인 중심을 잡아야 할 김선미(전미선) 캐릭터의 널뛰는 듯한 감정선에는 도통 공감할 수가 있어야 말이지요. 게다가 툭하면 방에서 혼자 웃고 울고 춤추고 엽기표정이나 지으면서 제 감정을 주체 못하고 있으니 오갈 데 없는 푼수처럼 보일 때도 많았습니다. (아무리 시트콤이지만 그럴 필요까지야..;;) 여주인공 캐릭터가 조금만 더 매력적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여러 번 안타까워 했다지요.

 

최수영 작가는 2005년의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집필했더군요. 그러고 보니 '올미다'의 여주인공 최미자(예지원)도 '일말'의 김선미와 비슷한 캐릭터였던 것 같은 기억이 납니다. 밝고 귀엽고 착하긴 한데 주책바가지에 푼수랄까... 작가는 그런 여자를 굉장히 매력있다고 생각하는 듯한데 제가 볼 때는 참 별로더라고요. 그 때도 최미자를 사랑하는 김정민과 지현우가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선미의 무매력에 비하면 그녀를 사랑하는 하정우(이훈)와 정우성(김태훈)은 나름대로의 뚜렷한 매력을 지니고 있네요. (캐릭터 이름들은 또 왜 대부분 유명 배우 이름을 따서 지었는지 번번히 헛갈려 죽겠다는..;;) 특히 20년 동안 든든한 친구로서 김선미의 곁을 지켜준 하정우는 외모 건강 직업 성품 등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일등 신랑감입니다. 너무 단순한 성격이라 좀 싱겁고 재미없다는 느낌은 있지만 뭐 그 정도면 최상급이죠.

 

 

정우성은 일찍 결혼했다가 사별한 이력과 애 딸린 홀아비라는 점에서 핸디캡이 있긴 하지만, 그 딸아이가 벌써 고등학교 1학년씩이나 된 데다가 보기 드물게 속 깊고 영리하니 별로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는 입장입니다. 전형적인 바람둥이 스타일로서 아내가 떠난 후 수많은 여자를 만나 왔다는 이력도 안 좋게 생각하면 찜찜한 것이지만, 사귀는 정도가 깊지 않고 선이 분명하며 행동이 단정했으니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언뜻 사람이 가벼워 보이지만 속마음은 진실했던 거죠. 무엇보다 이 남자는 언변이 좋고 유머러스하며, 단순한 하정우와는 달리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줄 아는 치명적 매력의 소유자입니다. 이런 남자가 진짜 사랑에 빠져서 어쩔 줄 모르고 맘고생하며 허우적대는 모습을 보는 건, 또 색다른 재미와 쾌감(?)이 있거든요..ㅎㅎ 그래서 저는 언제쯤 정우성이 김선미를 사랑하기 시작하려나, 목 빠지게 기다려 왔었죠.

 

그런데 문제는 사랑에 빠지는 그 과정이 너무 어설프게 처리되어서 전혀 공감이 안 되더라는 겁니다. 김선미와 하정우의 사랑을 응원하며 어떻게든 둘이 잘 되게 해주려고 애쓰다가, 막상 그 둘이 커플로 맺어지자 느닷없이 자신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는 식인데, 당최 이게 뭔가 싶더라고요. 이전까지는 자기가 김선미의 첫사랑이었음을 알고도 전혀 흔들림 없이 친구에게 "학창시절 나를 쫓아다녔던 스토커 그녀를 직장에서 다시 만났다"는 식으로 농담이나 했던 사람인데, 더욱이 하정우와의 사랑을 응원해 준 것도 분명 진심으로 보였는데 왜 갑자기? 그리고 김선미의 마음에도 기이한 변화가 일어납니다. 친구 관계조차 깨질까봐 고백 못하고 애태웠지만 분명히 하정우를 오랫동안 좋아했는데, 막상 하정우가 자기를 좋아한다니까 시들해지고 첫사랑 정우성이 다시 좋아진 모양이에요..;;

 

러브라인의 전개가 그렇게 설득력 없이 전개되지만 않았더라도, 저는 좀 더 일찍 메인 커플을 알아차렸을 겁니다. 제가 실생활에서는 눈치가 안 빠르지만 드라마 감상에는 꽤 촉이 좋거든요. '하이킥' 시리즈에서 김병욱 PD가 꽁꽁 숨겨놓고 비비 꼬아놓은 러브라인을 기막히게 찾아내고 알아맞힌 사람이 저였다는 거 아닙니까..ㅎㅎ 그런데 이번에는 전개가 너무 허술하다 보니 여태 모르고 있다가, 하정우가 노골적으로 김선미를 거부하기 시작하는 94회에 이르러서야 알아차리게 되었네요. 사실 하정우가 갑자기 그러는 것도 무척 황당한 일이긴 합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우성이랑 나는 아직도 선미 너를 좋아한다. 너의 선택을 기다리겠다" 하더니, 막상 그녀가 자기를 선택하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너는 나를 사랑하는 게 아니야. 우리 그냥 친구로 남는 게 좋겠다" 라고 입장이 바뀌나요?

 

 

극 중에서 사람의 마음이 바뀌려면 그럴만한 사건 사고가 좀 있어야 하는데, 마땅한 에피소드를 창조해 내기가 너무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모든 것을 갑작스런 심경의 변화로 처리해 버리니, 좀 냉정한 시각으로 보자면 등장인물들이 모두 제정신 아닌 것 같아요..;; 어쨌든 이로써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던 메인커플이 김선미-정우성이라는 사실은 분명해졌습니다. 어쩐지 홈페이지에는 벌써부터 전미선과 김태훈이 커플 하트를, 이훈은 혼자 하트를 그리고 있었네요. 그러나 하정우에게는 따로 인연이 있으니 너무 불쌍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랫동안 그를 짝사랑해 온 젊고 예쁜 여선생 하소연(한수연)이 기다리고 있잖아요? 하정우와 하소연 커플을 연결시키기 위해 등장했던 인물이 손호영이었는데, 개인 사정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금방 하차하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40대 어른들의 좀 늦은 사랑찾기가 이렇게 좌충우돌 진행되는 동안, 풋풋한 10대들에게도 어김없이 사랑의 열병은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당혹스런 전개는 이쪽에도 마찬가지네요. 최준영(이원근)과 정순정(지우)은 어려서부터 친남매처럼 지내왔고 한 번도 멀리 떨어져 살아본 적이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준영이가 순정이를 이성으로 좋아하기 시작한 겁니다. 이 부분에 대해 작가가 나름대로 설정을 넣어 놓기는 했어요. 학교에 화재 비상벨이 오작동 되어 모두들 황급히 대피하는데, 준영이는 여자친구 고다비(조우리)가 아니라 저도 모르게 순정이 손목을 잡고 뛰었거든요. 하지만 저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다비의 짝사랑을 거절하기 미안해서 사귄 것일 뿐, 준영이는 다비를 좋아하지도 않았으니까요. 그에 반해 순정이는 친 여동생같은 존재니까, 위급한 상황에서 먼저 순정이 손을 잡은 건 이상한 일도 아니었어요. 그런데 그 사건(?)을 계기로 준영이는 자기가 순정이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갑자기 깨달았답니다..;; 

 

한편 순정이는 남자친구 오필독(필독)과 나름 잘 사귀고 있었는데, 우연히 준영이의 마음을 알게 된 후로는 역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이 아이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현재의 커플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그들의 운명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가엾게도 필독이와 다비는 이룰 수 없는 첫사랑의 모진 아픔을 겪게 될 듯 싶군요. 대학가의 분수를 배경으로 준영이와 순정이의 투샷은 어찌나 환상적이던지! 이렇게 터질듯한 설렘과 미칠듯한 슬픔을 겪어내고 나면, 이 아이들도 부쩍 자라 어른이 되어 있겠네요.

 

 

비록 전개 과정의 미흡함으로 공감에 실패하긴 했지만, 이제 선미와 우성의 러브라인이 확정되고 보니 문득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18년 전, 대학교 3학년이던 김선미는 1학년 신입생 중 손꼽히는 킹카였던 정우성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고, 어설픈 스토커 비슷하게 쫓아다니기도 했지만 제대로 마음 표현 한 번 못한 채 흐지부지 첫사랑을 잃어버렸었죠. 우성이가 연상은 여자로 안 본다는 소문을 듣고 다가서지도 못했던 것인데, 막상 정우성이 졸업도 하기 전에 결혼한 여자는 선미보다도 몇 살 위였습니다. (언제나 사람의 일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것이고, 뜻대로 되지도 않는 것이에요..) 그런데 우성의 아내는 어린 딸 순정이만 남겨둔 채 일찍 세상을 떠났고, 킹카였던 정우성은 20대 초반의 한창 나이에 홀아비가 되어 딸을 키우며 17년을 살아왔네요.

 

학창시절부터 김선미를 좋아하던 하정우는 언제나 그녀의 곁을 맴돌며 친구로서 20년을 지내 왔는데, 중간에 다른 여자와 선을 보고 결혼할 뻔한 적도 있었으나 마음 속에는 항상 선미의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이제 드디어 그녀의 사랑을 얻고 오랜 기다림의 결실을 맺는가 했는데, 다시 나타난 선미의 첫사랑 그 녀석이 또 걸림돌이군요. 18년 전처럼 그 놈에게로 향해 있는 선미의 눈길을 보며, 정우는 아무리 싫어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겠죠. 선미는 자기의 사람이 아니라는 걸... (정우의 심경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다만 극 중의 표현이 너무 밋밋하다는..;;) 그토록 오랫동안 곁을 지켜 왔지만, 인연의 빨간 실은 다른 사람의 손목에 묶여 있었던 겁니다.

 

 

어쩌면 점점 이혼율이 증가하는 이유는, 차분히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성급히 인연의 실타래를 헝클어뜨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억지로 맺어진 인연이 순조로울 리는 없을 테니까 말이에요. 그들은 오랫동안 참을성 있게 기다려서 제 인연을 만났으니, 앞으로는 행복할 일만 남았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물론 그들은 허구의 인물이지만, 현실 속에도 그와 같은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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