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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신혼여행의 추억 (1) - 도떼기 시장 본문

여행을 가다

파리 신혼여행의 추억 (1) - 도떼기 시장

빛무리~ 2013. 1. 8.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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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예능 프로그램 '안녕하세요'에 출연한 한 남자의 고민을 들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처럼 생긴 외모 때문에 어딜 가나 차별과 놀림을 받고 반말을 듣게 된다는 이야기였죠. 말하자면 한국에서 자행되는 '인종차별'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그 순간 제 머릿속에는 글감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최근 다녀온 신혼여행에서 저도 바로 그 '인종차별'을 생생히 체험했거든요.

 

 

결혼 준비하느라 글쓰기를 오래 쉬었지만, 신랑과 저의 사랑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뤄두고(^^;;) 우선은 파리 신혼여행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까 합니다...

 

총평부터 말해 본다면, 저로서는 (물론 좋은 것도 있었지만) 무척이나 힘든 여행이었습니다. 원래 저는 낯선 곳에 호기심보다는 두려움을 느끼는 편이고, 익숙한 환경에 있어야 마음의 안정을 찾는 소심한 사람이거든요. 게다가 복잡한 곳을 극도로 싫어하며 한적한 곳을 선호하니, 솔직히 여행이 별로 적성에 맞지는 않아요. 그래도 어쨌든 신혼여행은 가야 하니까, 내 성격에 평생 또 다시 여행이란 것을 할 기회가 있을지 없을지 모를 일이니, 이번에야말로 꼭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심사숙고한 끝에 결정을 내린 곳이 바로 프랑스, 파리였죠. 


적잖은 나이가 되도록 여행의 경험이라고는 오래 전 가족들과 함께 일본에 한 번 가 보았던 것이 전부인 제가, 이제 와 생각하면 정말 겁도 없이 덤볐던 겁니다. 일본 여행 때는 제 나이도 아직 어렸고, 당시 일본에서 유학중이던 친오빠가 3일 정도 시간을 내서 부모님과 가족들을 위해 거의 24시간 현지 가이드를 해주었으니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죠. 하지만 이번 신혼여행은 아예 차원이 달랐습니다.

 

 

우리 여행 계획을 듣고서 많은 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셨죠. 기왕 비행기 타고 거기까지 날아갔으면 유럽을 한 바퀴 돌고 와야 할 게 아니냐고, 달랑 '파리'만 구경하고 오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일단은 남편의 직업상 도저히 6일 이상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매우 적었고, 설상가상 여행을 즐기지도 않는 제가 그 먼 곳에서 오랫동안 체류하며 몇 개국을 방문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일 듯 싶은 생각도 들었기 때문에, 우리는 스위스와 이탈리아에 대한 아쉬움을 떨쳐내고 별 이견 없이 최단기간의 파리 여행에 합의했습니다. 


'3박 6일 파리 관광' ... 네, 그렇죠. 비행기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워낙 길다 보니 6일 여행 중 숙소에서 편히 잠잘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일에 불과했던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제 와 생각하니 정말 겁도 없이 덤빈 거였습니다. 비행기 안에서의 답답한 시간들을 생각하면 며칠이 지난 지금도 온 몸이 뻑적지근해지는 것 같아요. ㅎㅎ

 

파리 여행의 추억에는 물론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공존하지만, 좋은 쪽에서는 별로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교과서와 소설책에서나 사진으로 보고 읽었던 유럽의 문화 유산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며 좋은 구경을 하고 왔다는 건데, 그냥 그게 전부일 뿐 더 이상 할 이야기는... 없네요. 하지만 미처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들과 안 좋았던 경험에 대해서는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합니다. ㅠ  


간략하게 한 마디로 정리해 본다면, 초보 여행자인 제가 파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태도에서 대표적으로 느낀 감정은 '거만함'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거만함의 밑바탕에는 뿌리깊은 '인종차별'이 깔려 있다는 사실도 파리 여행 이틀째부터는 아주 뼈가 저릿저릿하게 느낄 수가 있었죠. 지금껏 제 인생에서는 정말 생소한 단어였던 '인종차별'... 당해 본 적도 없고 타인에게 행해 본 적도 없고 그런 감정조차 품어 본 적 없던, 그 인종차별을 생생히 체험해 볼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불쾌한 기억이지만 달리 생각하면 소중한 배움이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1. 사상 초유의 인파를 경험하다

 

기나긴 비행을 마치고 샤를 드 골 공항에 내린 저희 부부는 잠깐 헤매긴 했어도 어렵지 않게 한국인 현지 가이드와 만날 수 있엇습니다. 파리 여행의 가장 첫번째로 지정된 순서는 베르사이유 궁전이었어요. 어렸을 때 좋아하던 만화 '베르사이유의 장미'가 떠오르는 바로 그 곳...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와네트가 거닐었을, 중세의 낭만이 가득할 그 궁전을 향해 달려갈 때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희망에 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베르사이유라는 곳에 내리니, 이건 당최 사람 구경을 하러 왔는지 궁전을 보러 왔는지 헛갈릴 지경이더군요. 마침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성탄 축제 기간이라 전세계의 관광객이 더 많이 몰려들었다고 하던데, 나중에 다시 들어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습니다. 파리는 워낙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여행지라서 항상 비슷하게 붐비며, 언제쯤 한산한 때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시기는 거의 없고, 예측도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가이드로부터 되돌아왔습니다.

 

 

아차 싶었죠. 한겨울의 유럽 여행이 이처럼 '도떼기 시장 속 헤매기'일 거라고는 전혀 예측 못했거든요. 신랑도 저도 여행 초보이다 보니, 나름대로는 열심히 검색해서 알아보고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이와 같은 상황은 단 한 번도 생각 못한 거였습니다. 신랑은 안 그렇지만 저는 살면서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고 싫어하는 것이 '사람 많고 복잡한 곳에 있는 것'인데... 그 때부터 고난의 여행은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장소에 도착하든 가이드는 표만 끊어 주고는 궁 밖에서 대기하며 언제까지 다시 모이라고 시간만 정해주었습니다. 일단 궁전 안으로 들어서긴 했는데, 이거야 원 출퇴근시의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사람들에 꽉 낀 채 이리저리 떠밀려 다닐 뿐, 제대로 구경은 거의 할 수가 없었어요. (어찌 이런 일이 ㅠ) 그 와중에 전세계 각국의 온갖 사람들이 모여서 각기 제 나라 말로 와글와글 떠들어대니 나름 진귀한 경험이긴 했지요..;; 

 

게다가 건물 내부는 또 어찌나 복잡하게 미로처럼 되어 있는지, 빠져나오려 해도 출입구를 찾을 수가 없는 겁니다. 신랑은 오래 전 미국에서 살았던 경험도 있고 지금도 영어에 관련된 일을 하는지라 그래도 영어와는 꽤나 친숙한 편인데, 곳곳에 서 있는 안내원들에게 영어로 출입구를 물어봐야 단 한 명도 제대로 대답해 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이 건물 밖으로 나가고 싶으니 문을 가르쳐 달라"는 정도의 간단한 영어를, 관광지 안내원이 못 알아들을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일부러 그러는 것 같더군요. '파리에서 경험한 불친절'의 제1탄이었습니다. 


결국 아주 간신히 인파를 뚫고 겨우 겨우 출입구를 찾아 그 건물을 탈출한 신랑과 저는 또 다른 건물로 진입할 엄두가 나지 않아 궁전 후원을 거닐며 남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와 한 팀이던 다른 신혼부부 한 쌍은 그 베르사이유 궁전 안에서부터 대판 싸우기 시작했는데, 낌새를 보니 "내가 생각했던 여행은 이런 게 아니라고" 여자가 불평하자 남자가 "그럼 뭐 어쩌라고"  받아치면서 싸움이 시작된 것 같더군요. 그들은 다행히도 몇 시간만에 극적 화해를 이루었지만, 어쨌든 적잖이 힘겹고 실망스럽던 베르사이유 투어였습니다.


  

2. 사람을 치일 뻔하고도 미안한 기색 없던...

 

베르사이유만이 아니라 샹젤리제 거리, 에펠탑, 세느강, 루브르까지... 모두 도떼기 시장이긴 마찬가지였습니다. ㅠ 루브르 박물관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모나리자' 앞에는 5미터 밖에서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인파가 몰려들었는데, 다행히 신랑이 긴 팔을 최대한 위로 뻗고 '줌인' 기능을 사용해서 '모나리자'의 직찍 사진을 담을 수 있었지요. 어차피 우리가 그 곁에 서서 찍은 사진도 아닌데 직찍이라는 사실 하나가 무슨 의미일까 싶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세느강 유람선을 타러 가는 도중, 제 입장에서는 혼비백산할 만한 사건(?)이 터졌습니다. 워낙 인파에 밀리다 보니 신랑과 제가 나란히 걷지 못하고 앞뒤로 걷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신랑이 서너 걸음쯤 앞서 가고 있을 때 웬 버스가 사람을 거의 치일 듯이 가까이 다가오는 거였습니다. 느린 속도였기 때문에 부딪혀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작은 부상은 충분히 당할 수 있을 만큼 위험한 운전이었습니다. 신랑의 몸이 버스와 부딪힐 뻔 하는 순간 저는 비명을 질렀고, 신랑이 돌아보는 순간 버스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옆으로 피해가더군요. 


그런데 정말 황당한 것은 버스 안에 있던 인솔자(?)의 태도였습니다. 무슨 단체 관광객을 실은 버스였나봐요. 맨 앞에서 한 백인 여자가 마이크를 쥐고 뭔가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 버스 문이 열려 있기에 제 옆을 지나갈 때 제가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죠. 사람을 치일 뻔 했으니 조금은 미안한 기색이라도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백인 여자는 오히려 도끼눈을 뜨고 삿대질을 하며 뭐라고 외쳤습니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나 적반하장으로 우리를 탓하고 있다는 것쯤은 충분히 알 수 있었죠. 어쩌면 그 길이 원래는 인도가 아니라 차도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사람이 복잡하게 다니고 있는 길인데, 그 와중에 인파에 섞여서 그 길을 걷고 있었던 게 죄일까요? 그 길이 인도이든 차도이든 현실이 그렇다면 마땅히 운전을 조심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너무 기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잠시 후 세느강 유람선에 올라탄 후에도 좀처럼 풍경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위험에 처했던 신랑은 뒤의 상황을 못 봐선지 충격을 별로 안 받은 것 같더군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동양인이니까 무시해서 그랬겠죠!" (우리는 서로 존댓말하는 동갑부부^^) 


저는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미국 생활의 경험이 있는 신랑에겐 비교적 익숙했던(?) 인종차별이지만, 저는 생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 사건이었어요. 설령 강아지나 고양이가 눈앞에 있어도 그렇게 치일듯이 위험한 운전은 안 할 것 같은데, 그들은 우리를 마치 길가의 비둘기처럼 보더군요.


생각해 보니,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정신없이 인파에 밀려다니는데, 그 와중에 한 금발의 백인 여자가 저에게 황급히 손짓하며 부르기에 무슨 일인가 쳐다봤더니 저를 노려보며 "돈 푸쉬!" 하더군요. 저는 결코 밀지 않았거든요. 근처에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데, 제가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목했던 것 같아요. 

 

3. 백화점 화장실에서 매몰차게 끌려나오다

 

우리 부부에게는 관심 밖의 장소였지만, 공동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거쳐가야 했던 곳은 바로 백화점이었습니다. 신혼여행지를 파리로 정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신랑 친구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물었다더군요. "예비신부가 명품 좋아하는구나!"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게 아니었습니다. 저는 예나 지금이나 명품에는 전혀 관심 없고 앞으로도 없을 거거든요. 


백화점에서 '아이쇼핑'을 마친 다른 신부들이 다음 차례로 '약국'에 간다는 말을 듣고, 저는 그녀들이 유럽의 석회질 많은 물을 마시다 보니 배탈이 나서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약국'이란 백화점보다 저렴하게 화장품이며 향수 등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라더군요. 


다들 간다니까 할 수 없이 문 앞까지는 따라갔으나, 좁아터진 '약국'이 입구에서부터 미칠듯이 붐비는데, 그 속에 들어가면 한 마리의 바퀴벌레가 될 것 같아서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신랑과 저는 다른 부부들이 약국 안에서 쇼핑하는 40분 동안 거리에 서서 대화하며 각양각색의 사람 구경을 했던 재미있는(?) 추억을 남겼죠. ㅎ

 

 

그런데 파리는 사람만 불친절한 게 아니라 건물도 불친절한 도시더군요. 화장실은 그야말로 고객 서비스 차원의 시설이라고 생각하는데, 무슨 백화점 안에서 화장실 찾기가 그렇게 힘들단 말입니까? 저는 원래 배탈이 잘 나지 않는 편이지만, 루브르에서 나와 백화점 안에 들어섰을 때부터는 살살 배탈의 기미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비행시간 때문에 피곤한 탓도 있고, 어쩌면 호텔 수돗물을 끓여 먹었던 게 문제였을 수도 있지만, 워낙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제가 꼼짝없이 이틀 내내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도떼기 시장을 헤매고 다녔으니, 정신적 스트레스가 더 큰 원인이었을 듯 싶군요.

 

다른 커플들이 쇼핑을 다니는 동안 저는 화장실을 찾아다녔고 신랑은 저를 도와주러 쫓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죠? 곳곳의 안내판에는 분명 '남과 여' 그림 모양의 화장실 표시가 되어 있고 화살표까지 그려져 있건만, 그 쪽으로 가보면 화장실은 없었습니다. 우리가 외국인이라 그 표시의 의미를 잘못 해석한 걸까요? 우리나라에선 화장실 표시인데, 그 나라에선 다른 용도로 쓰이는 걸까요?

 

신랑은 저를 위해 여기저기 안내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영어로 화장실 위치를 물었으나, 역시 제대로 대답해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1층에서 물어보면 "여기는 없으니 지하로 내려가라" 하고, 지하에서 못 찾아 또 물어보면 "여긴 없으니 한 층 올라가라" 하는 식이었죠. 나중에야 비로소 찾은 백화점 안내도를 보니 분명 그 층에 화장실이 있었음에도 일부러 틀리게 가르쳐 준 거였습니다. 프랑스에 와서 영어를 쓴다고 기분 나빠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며 장난삼아 놀리느라 그랬던 건지... 아니면 (최대한 좋게 해석하면) 화장실 찾는 김에 여기저기 백화점을 더 많이 둘러보고 물건을 사라는 뜻에서 그랬던 건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한 20분을 헤맨 후였습니다. 어느 한 쪽의 문이 열리고........

 

<다음 편에 계속>

*** 죄송합니다. 짧게 정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쓰다 보니 예상보다 너무 길어져서 두 편으로 나누어야겠네요. 
     좌충우돌 파리 신혼 여행의 다음 이야기는 내일 이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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