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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퀸' 악녀 장인화, 원래는 착한 아이였다? 본문

드라마를 보다

'메이퀸' 악녀 장인화, 원래는 착한 아이였다?

빛무리~ 2012. 9. 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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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과연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해를 품은 달' 초반에 드라마가 너무 맘에 들어서 원작 소설을 구입할 정도로 깊은 정을 기울였지만, 한가인의 등장 이후 채 4회를 견디지 못하고 시청을 접어버린 저였으니까요..;; 지금은 천재성이 다분해 보이는 아역배우 김유정의 열연으로 꽤나 멋진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성인 연기자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 어떨지, 저의 예감은 별로 밝지 못한 편입니다. 아직 등장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안좋은 소리를 하는 건 좀 그렇지만, 특히 여주인공 천해주 역할을 맡은 한지혜의 경우는 심히 우려가 되는군요.

 

결혼 후 한동안 활동을 쉬고 있다가 오랜만에 컴백하는 듯한데, 전성기 시절에도 그녀의 연기를 보면서 단 한 번도 몰입하지 못했던 제 경험을 미루어 볼 때, 이번에는 차라리 애초부터 기대를 접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거든요. 아, 물론 이건 저의 개인적인 견해에 불과합니다. 험험...;; 드라마 자체의 퀄리티는 경쟁작인 '다섯 손가락'보다 '메이퀸' 쪽이 약간 나아 보이지만, 기대했던 만큼 상처받고 또 시청을 접게 될까봐 지레 걱정입니다. 혹시라도 한지혜가 저의 예상을 벗어나 괄목할 만큼 향상된 연기를 보여준다면 고마울 뿐이지만 그건 두고 봐야 알 일이지요. 

 

 

그런데 오늘은요, 시종일관 여주인공 천해주의 앞길을 가로막을 밉살스런 악녀 장인화(손은서)가 의외로 어린 시절에는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였음을 알게 되었기에, 그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습니다. 장인화는 그녀 자신이 천해주와 앙숙일 뿐 아니라 철천지 원수의 딸이기도 하지요. 인화의 아버지 장도현(이덕화)은 해주의 아버지 윤학수(선우재덕)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어린 해주까지도 죽이려 한 사람이거든요. 물론 이 끔찍한 비밀은 꽁꽁 숨겨져, 장도현의 비서 겸 하수인인 박기출(김규철) 한 사람 외에는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예상컨대 박기출은 머지않아 그 비밀을 간직한 채 숨을 거두게 될 것 같아요. 그냥 느낌이 그러네요..)

 

'나쁜 놈' 장도현은 '착한 놈' 윤학수를 모함해서 죽이고, 오랫동안 마음에 두었던 학수의 아내 금희(양미경)를 차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루 아침에 남편이 비명횡사하고 핏덩이 어린 딸마저 바다에 빠져 죽은 줄만 알았던 금희는 철천지 원수인 줄도 모른 채 장도현과 재혼하여 그의 전처가 낳은 남매(장일문, 장인화)를 정성껏 키웠지요. 그 중 딸인 장인화는 금희의 친딸 해주와 동갑내기입니다. 진작에 죽었을 해주가 살아있게 된 이유는 사실 마음 약한 박기출 때문이었죠. 주인의 명을 받았지만 차마 어린 것의 목숨을 끊을 수 없던 박기출은 군대 고참이었던 천홍철(안내상)을 찾아가 그 아이를 맡기고 대신 돈을 주며 입막음을 했습니다. 그걸로 다 끝난 줄 알았겠지만... 

 

 

차라리 아내 조달순(금보라)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천홍철은 일생 일대의 실수를 저지르고 맙니다. "여보, 사실 우리가 돈 없어 쪼들리는 신세잖소. 방금 군대 후임이 이 아기를 맡기고 친딸처럼 키워 달라고 부탁하면서 이만한 목돈을 쥐어주네... 애 하나 더 키운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니지만, 당장 급한데 어쩌겠소? 일단 이 돈으로 급한 불부터 끈 후에 천천히 이 아이 부모를 찾아봅시다..." 뭐 이런 식으로 말했더라면, 조달순이 아무리 그악스런 여편네라고 한들 어린 해주를 원수보듯 하며 쥐 잡듯이 잡았겠습니까? 그런데 천홍철은 어리석게도 핏덩이 해주를 안고 들어가서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 나 사고쳤다!" 이런..;;

 

어찌어찌 하다보니 아이들은 13살의 사춘기가 되었습니다. 천홍철의 맏딸로 자라난 천해주는 조달순에게 갖은 구박을 당하면서도 여주인공답게 긍정적이고 해맑은 성품의 소녀가 되었네요. 상대적으로 악역 장도현의 딸 장인화는 이기적이고 오만하고 밉살스런 소녀로 성장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인 것은 천해주의 생모이며 윤학수의 아내였던 이금희가 과연 좋은 여자인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윤학수의 동생으로서 정의의 사도처럼 등장하는 윤정우(이훈)가 재혼한 형수를 벌레보듯 외면하는 이유가 따로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만약 이금희에게 숨겨진 또 다른 비밀이 있다면, 가장 선량해 보이는 그녀가 사실은 악녀였다는 식으로 반전이 일어난다면, 오히려 장일문과 장인화는 그로 인한 최대의 피해자가 되겠군요.

 

 

그런데 인물소개에는 악녀로 등장하는 장인화가 어린 시절에는 썩 괜찮은 아이였음이 5회에서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원하는 건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 매사에 거침이 없는, 도도하고 고집 센 공주님...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당당하고 해맑은 천해주에게 오기와 열등감을 느끼며... 게다가 어려서부터 짝사랑하던 남주인공 강산(김재원)이 천해주를 사랑한다는 사실 때문에 점점 더 비뚤어져 가는 안티 히로인... 결국 강산의 마음을 돌리는데 실패하자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해주의 첫사랑이라는 이유로 박창희(재희)를 빼앗아 결혼까지 하는... 여기까지만 보면 그야말로 전형적인 악녀 캐릭터인데요. 이 아이가 원래는 정말 용감하고 멋진 소녀였더라는 겁니다.

 

좀 이기적이고 철딱서니 없는 건, 뭐 어린애니까 그럴 수도 있어요. 안하무인... 말을 너무 함부로 해서 한 대 콩~ 쥐어박고 싶을 때도 많지만, 차라리 따지자면 오냐오냐 모시듯이 키워준 어른들의 탓이겠죠. 아직 시시비비를 가릴 줄 아는 능력이 부족할 뿐, 소녀 장인화의 타고난 인품은 매우 올곧고 강직했습니다. 사실 그 인품은 해주를 처음 자기 집에 초대하던 날부터 뚜렷이 드러났는데, 저는 주목하지 않고 넘어갔었죠. 한 번은 우연일 수도 있다 싶었으니까요. 하지만 드라마 작법상으로 보면 "두 번은 모든 것" 입니다. 어떤 인물이 거짓말을 할 때 코를 긁는 장면이 한 번 나왔다면 우연일 수 있지만, 그런 장면이 두 번 나왔다면 "그 인물은 거짓말을 할 때 코를 긁는 습관이 있다"고 규정해도 무리가 없다는 거죠.

 

 

얼마 전, 장도현의 집 마루에서 소녀 천해주와 장인화가 단 둘이 있을 때, 인화는 아빠의 고려청자를 자랑한답시고 해주 앞에 꺼내들고 설치다가 떨어뜨렸습니다. 산산조각난 고려청자는 무려 삼천만원이 넘는 고가품이었죠. 곧이어 뛰어들어온 이금희는 도자기를 깨뜨린 범인이 천해주라 생각하고 다그치는데, 그 때 장인화가 나서서 외칩니다. "엄마, 그거 내가 그랬어... 내가 깨뜨렸어... 엉엉" 정말 뜻밖이었어요. 장인화의 캐릭터로 봐서는 전혀 그럴 아이가 아닌 것 같았거든요. 어쨌든 억울한 누명을 쓸 뻔했던 천해주는 장인화의 솔직함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다에서 죽을 고비를 넘긴 후에도 비슷한 상황은 반복되었습니다. 어른들은 단지 고장난 배를 운전했다는 이유만으로 천해주를 몹쓸 년 취급했고, 이금희는 자기 딸인 줄도 모르고 해주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장도현은 천홍철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생각까지 하고 있었죠. 하지만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장인화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모든 상황은 반전되었습니다. "아니야, 내가 그랬어. 내가 아빠 요트 자랑하고 싶어서 타 보자고 그런거야. 열쇠가 꽂혀 있길래 뽑았더니 배가 막 움직이기 시작했어... 내가 비뚤비뚤하게 몰고 가니까 할 수 없이 해주가 운전했던 거야... 그리고 내가 물 먹어서 죽을 뻔 했을 때도 해주가 나를 구해줬어!" ... 장인화의 솔직한 고백 덕분에 온갖 덤터기를 쓸 뻔했던 천해주와 그 가족은 삽시간에 은인 대접을 받게 되었군요.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장인화는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했을 뿐, 희생을 했다고 볼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현실 속에서 장인화와 같은 입장에 처했을 때, 선뜻 나서서 "사실은 제가 그랬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흔할까요? 물론 가족간에는 좀 낫겠지만, 만약 직장에서 벌어진 일이었다면? 본의 아닌 실수로 회사에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끼치게 되었는데, 모든 사람이 자기 아닌 다른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한다면? 자기가 나서지만 않으면 전혀 의심받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아 대충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면? 궁지에 몰린 타인을 보면서 양심의 가책을 이기지 못해 즉시 손 들고 용감하게 나서며 "제가 그랬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흔할까요?

 

만약 제가 그 입장이라면, 솔직히 그 자리에서는 나서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잔뜩 겁을 먹고 당황한 나머지 주변의 눈치만 보면서 벌벌 떨다가, 애꿎은 타인이 실컷 혼나는 모습을 그저 미칠 것 같은 심정으로 죽은 듯이 구경만 하다가, 그날 밤에 소주 한 병쯤 들이키고 펑펑 울면서 사장님을 개인적으로 찾아가 말하겠죠. "으헝헝~ 사실은~ 크헉헉~ 제가~ 엉엉~ 제가 그랬어요~!" ;;; 저는 뭐 그렇습니다. 나름대로 정직한 인간 축에는 든다고 생각하지만, 절대로 용감한 인간은 못 되거든요. 하지만 소녀 장인화는 참으로 용감했습니다. 물론 아빠의 사랑을 받는 공주님이니까 안심하고 털어놓았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어린아이인데요.

 

 

 

고려청자 사건 때도, 요트 전복 사건 때도, 장인화가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천해주는 억울한 누명을 절대 벗을 수 없었을 것이고,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막대한 고통을 끼치게 되었을 겁니다. 얼핏 별 것 아닌 듯 싶지만, 장인화의 용기는 생각할수록 대견한 것이었어요. 좀 싸가지는 없지만 이렇게 올곧고 정직한 성품을 지녔던 소녀가, 어쩌다가 거짓된 마음으로 남의 사랑을 가로채어 결혼까지 하는 '나쁜 년'으로 성장하게 되는 걸까요? 돌부처도 시앗을 보면 돌아앉는다더니, 역시 사랑으로 인한 질투심은 타고난 인성마저 변화시킬 정도로 막강한 힘을 지닌 걸까요? 모든 것을 가졌지만 가장 원했던 사랑 하나를 갖지 못해, 점차 그 순수함을 잃고 악녀로 변해갈 소녀를 생각하니, 장인화의 운명도 무척이나 서글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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