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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두아이두' 김선아가 박건형 아닌 이장우를 선택하는 이유 본문

드라마를 보다

'아이두아이두' 김선아가 박건형 아닌 이장우를 선택하는 이유

빛무리~ 2012. 7. 6.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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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황지안(김선아)과 박태강(이장우)은 어울리는 부분이 그야말로 단 한 군데도 없어 보였으니까, 굳이 나이차나 조건 등을 따지지 않더라도 두 사람이 서로에게 끌린다는 설정은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이었다. 하룻밤의 실수는 그냥 실수일 뿐이었고, 둘 다 너무 술에 취해서 그 날 밤의 기억은 자세히 나지도 않을 테니까, 그 일 때문에 서로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 날 밤의 일로 계획에 없던 임신이 되긴 했지만, 아이의 존재 역시 두 남녀가 서로를 사랑하게 되는 충분조건일 수는 없다. 별개의 문제다.

 

박태강에게 황지안은 엄한 큰누나 같은 직장 상사일 뿐이고, 황지안에게 박태강은 제법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풋내 나도록 설익은 신입 후배 직원일 뿐이다. 그렇다고 해야만 나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찌된 셈인지 황지안은 매력적인 남자로서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춘 데다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임신한 자기를 극진히 사랑하며 돌봐주는 의사 조은성(박건형)을 외면하고, 철부지 막내동생 같은 박태강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젖히고 있었다. 조은성이 곁에 없다면 모를까, 그런 남자가 곁에 있는데 어떻게 박태강에게로 마음이 더 끌릴 수 있는 걸까? 그 동안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12회를 보고 나서는 결정적인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그것은 '구두' 때문이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꿈' 때문이었다. 황지안과 박태강, 두 사람은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꿈을 꾸고 있었던 거다. 그들은 같은 것을 사랑했고, 같은 기쁨과 같은 열정을 공유했다. 그들은 구두를 통해 대화했고, 구두를 통해 서로를 보았다. 이것이 바로 조은성이 갖지 못한 박태강의 최대 강점이었다. 황지안에게 '구두'가 어떤 의미인지를 나는 왜 좀 더 일찍 깨닫지 못했을까? 자기 뱃속 태아의 심장박동 소리마저 "구두구두구두구두~"라고 들었던 그녀였는데.

 

조은성은 '인간 황지안'을 사랑했을 뿐, 그녀와 같은 꿈을 공유하지는 못했다. 그가 아무리 세심하게 챙겨주어도 황지안에게는 커다란 고마움과 약간의 부담감으로 다가갔을 뿐, 사랑으로 발전할 수는 없었던 거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조은성은 언제나 그녀가 구두보다 아이를 우선시하기를 바랬다. "난 구두 만드는 여자예요!" 라고 황지안이 말하면, 조은성은 "지금은 아이 가진 여자예요!" 라고 받아쳤다. 하지만 황지안은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음에도, 구두보다 아이를 우선순위에 놓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박태강은 구두를 향한 황지안의 열정을 100% 이해했다. 뿐만 아니라 구두 한 켤레에 울고 웃는 황지안의 감정을 완벽히 공감하며 공유했다. 어쩌면 황지안에게는 그런 남자가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어려서부터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았던, 자기 혼자만 소중히 감싸안고 키워 왔던 꿈... 그 꿈을 마음 깊이 이해하고 함께 나누어 줄, 가장 친한 친구같고 편안한 동료같은 연인.

 

황지안이 임신을 이유로 사장 자리를 거부하자, 그녀에게 실망하고 앙심을 먹은 장여사(오미희)는 허락도 없이 조은성과 황지안의 결혼 기사를 잡지에 실어 버렸다. 사실 장여사는 황지안이 그 기사를 핑계로 조은성과 결혼에 골인하기를 바랐던 거다. 구두는 여성들의 꿈과 희망을 상징하는데, 회사 사장이 될 여자가 싱글맘의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것보다야, 조은성처럼 멋진 1등 신랑감과 행복한 결혼을 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여겼을 것이다. 남편의 외도로 태어난 염나리(임수향)가 사장 자리에 앉는 꼴을 보는 것보다야, 좀 실망했어도 황지안이라는 대안을 놓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 느닷없는 임신만 아니었다면, 황지안은 염나리를 상대하기에 더할 수 없는 최상의 카드였으니까.

 

 

하지만 황지안은 보복이라도 하듯 조은성과 함께 잡지사 인터뷰를 했다. 자기는 당당히 싱글맘의 길을 선택했으며, 조은성은 주치의로서 많은 조언을 해 준 산부인과 닥터일 뿐이라고 본인이 나서서 밝히고 만 것이다. 이렇게 되니 장여사는 그야말로 x씹은 기분이 되고 말았다. 자기가 마련한 최후의 기회를 황지안이 보란듯이 걷어차고 말았으니까. 상처받은 것은 조은성도 마찬가지였다. 진심어린 청혼까지 했음에도 좋은 말로 에둘러 거절하더니만, 이제 당신과 나는 주치의와 환자일 뿐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온 천하에 공표한 셈이니까. 하지만 황지안의 태도는 더없이 단호하고 분명했다.

 

회사 내에 황지안의 사생활에 대하여 지독한 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심지어 뱃속의 아이를 가리켜 외국인 모델과의 원나잇으로 생겨난 아이라고 했으며, 결혼을 앞두고 있던 의사는 황지안의 문란한 성생활을 이유로 그녀를 차고 떠나갔다고들 했다. 보나마나 장여사의 복수극인데, 사람들은 모두 그 끔찍한 헛소문에 혹하여 황지안을 질시하기 시작했고, 구두 제작실 직원들은 콜라보레이션 경선에 출품할 구두마저 건성으로 허접스럽게 만들어 놓았다. 경선까지 단 하루밖에 남지 않은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황지안과 박태강은 포기하지 않았다. 태강의 부친 박영규와 지안의 절친한 입사동기 설봉수(조희봉) 등이 힘을 합쳐 밤새도록 작업하더니, 결국은 그럴싸한 구두를 경선 직전에 완성시키고야 말았던 것이다. 무리한 작업으로 모두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왔어도 그들은 기뻤다. 서로 눈빛만 보아도 알 수 있는 벅찬 기쁨을 두 사람은 매 순간마다 공유하고 있었던 거다.

 

박태강은 자기가 리폼한 구두를 황지안에게 선물했다. 그 날은 여러모로 특별한 날이었다. 콜라보레이션 경선이 끝나면, 박태강은 황지안에게 정식으로 청혼하리라 결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생 구두를 꿈으로 삼고 달려온 여자에게, 자기 손으로 만든 구두를 직접 신겨주는 남자... 그 순간 두 사람은 꽤나 잘 어울려 보였다. 늘 애송이같던 박태강이지만, 그 때 만큼은 황지안이 사랑할만한 남자로 보였다. 박태강이 선물한 구두를 신은 황지안은, 그가 내미는 손을 기꺼이 잡고 일어섰다. 그리고 과감히 그 남자의 뺨에 먼저 입술을 가져갔다. 더 이상 확고할 수 없는 황지안의 선택이었다. 그래, 어쩌면 그녀의 선택이 옳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거라고 했으니까.

 

* '아이두 아이두'에 소개된 지니킴의 멋진 구두를 더욱 다양하게 살펴보고 싶다면? <--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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