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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킹 투하츠' 이순재의 어이없는 실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더킹 투하츠

'더킹 투하츠' 이순재의 어이없는 실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빛무리~ 2012. 4. 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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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존 메이어, 윤제문)의 검은 손에 의해 국왕 이재강 내외(이성민, 이연경)가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보며, 따라서 급작스레 왕위를 계승하게 된 이재하(이승기)가 물러나겠다는 비서실장 은규태(이순재)를 만류해서 자기 곁에 두는 모습을 보며, 그런 은규태의 약점을 잡은 김봉구가 본격적으로 그를 협박해서 이용하기 시작하는 사태를 지켜보며, 저는 줄곧 한 가지 의문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은규태의 그 어이없는 실수는... 과연 실수였을까? 노련한 은규태가 순간적으로 무엇을 착각하거나 실수할만한 상황이 있었던가를 아무리 되짚어 보아도 찾아낼 수 없다는 것이 제 마음을 어둡게 했습니다.

 

은규태는 대한민국 왕실에 매년 큰 액수의 기부를 하고 있는 영국인 부호 다니엘 크레이그를 접견하여 30억원의 기부증서를 받고 담소를 나눕니다. 그 자리에서 다니엘은 "국왕이 휴가를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혹시 어디로 가는지를 알고 있느냐"고 묻지만, 은규태는 "그 장소는 우리들 사이에서도 비밀로 되어있다" 면서 단호히 대답을 거절하지요. 다니엘은 곧바로 "한국에서의 휴양지는 어디가 좋을지 추천받고 싶었을 뿐인데, 본의 아니게 실수했다" 면서 정중히 사과합니다.

집무실로 돌아왔을 때, 은규태의 책상 위에는 선물이 도착해 있습니다. 그가 좋아하는 비틀즈의 희귀 음반으로서, 나중에 알고 보니 전세계에 1장 밖에 남아있지 않은 귀한 것이라더군요. 보낸 사람의 싸인은 Daniel craig라고 적혀 있습니다. 은규태는 곧장 다니엘에게 전화를 걸어, 너무 과한 선물이라 받을 수 없으니 돌려보내겠다고 거절하는군요. 그러자 다니엘은 순수한 우정의 뜻으로 보낸 선물인데 왜 정치적으로 해석하느냐면서 정색을 하고 화를 냅니다. 심지어 "나는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친구로서 한국 왕실에 기부를 하고 있는데, 당신에게 보낸 우정의 선물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 기부도 잘못된 것이냐?"고 따집니다. 그 말에 더 이상 거절할 수 없게 된 은규태는 감사의 인사와 더불어 선물을 받아들이지요.

 

그런데 여기서부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선물을 받겠다는 말에 다니엘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으려는데, 갑자기 은규태가 "잠깐만요!" 하고 붙잡더니 "한국 휴가는 안면도 쪽을 생각해 보시죠. 노을이 아주 좋습니다." 라고 말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안면도는 바로 국왕 이재강의 휴가지였고, 그 소식은 곧바로 세계를 뒤흔드는 경제계의 큰 손, 클럽 M의 김봉구에게 전달됩니다.

무기 판매를 비롯하여 전쟁을 통한 돈벌이에 맛들인 김봉구에게, 끝없이 남북 관계의 평화를 추구하는 이재강은 눈엣가시였죠. 가뜩이나 WOC 때문에 예민해져 있던 판인데, 대한민국 왕제 이재하와 북한 여장교 김항아(하지원)의 약혼 소식이 들려오자 김봉구는 울화통을 터뜨립니다. 결국 안면도에 파견된 김봉구의 살인 조직에 의해 국왕 내외는 허무하게 살해당하고, 마침 큰오빠를 만나러 그 곳에 찾아갔던 공주 이재신(이윤지)은 살수들에게 쫓기다 절벽에서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되고 말았군요. 실로 엄청난 비극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런데 은규태는 왜 하필 안면도라는 지명을 발설한 것일까요? 그 장소가 국왕의 휴가지이며 국가적 극비사항임을 은규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단지 선물에 감사하는 의미로 다니엘에게 휴가지를 추천해 주고 싶었다면, 안면도 말고도 다른 장소가 수백 수천 곳은 있었을텐데, 은규태는 굳이 콕 집어서 아주 정확한 발음으로 '안면도'라는 지명을 다니엘에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것을 과연 '실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은규태는 노회하고 노련한 정치인입니다. 술을 마셨거나 마약에 취하지도 않았는데 순간적으로 그렇게 멍청해져서, 우정이라는 한 마디에 모든 경계심을 허물고 국가 기밀을 누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은규태가 고의로 발설한 것이며, 결코 실수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비틀즈의 음반 한 장을 선물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는 아니고, 앞으로 클럽 M과 손을 잡으려는 적극적 행보라고 판단했지요. 그런데 나중에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깜짝 놀라는 듯하던 은규태의 표정은 어찌나 생뚱맞던지요!

 

차마 그 사실을 새 국왕 이재하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은규태는 선왕이 머물던 펜션의 안전점검을 소홀히 한 책임을 지겠다면서 사퇴 의사를 밝힙니다. 그러나 갑작스레 왕위에 올라 정무에 서툰 이재하로서는 은규태처럼 노련한 비서실장의 도움이 절실했지요. 결국 은규태는 계속 왕실의 요직에 앉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데, 마침 김봉구로부터 협박 전화가 걸려오는군요.

김봉구는 뇌물을 받고 국가 기밀을 누설했다는 약점을 제대로 잡힌 은규태에게 "앞으로 연락드릴 일이 많을 겁니다. 난 그저 효율적인 일처리를 좀 해보자는 거예요!" 하고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차후로 은규태는 대한민국 왕실의 수뇌부에서 김봉구의 손발이 되어 활약하겠군요. 이제 은규태는 꼼짝달싹할 수 없는 악역이 되고 이재하의 심복지대환이 되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의 '은규태' 인물소개에는 "단 한 번의 어이없는 실수 아닌 실수로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변하고 만다." 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실수 아닌 실수'라니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겉보기엔 실수인 듯하지만, 사실은 실수가 아니었다는 뜻 아닐까요? 지금 은규태는 김봉구에게 약점을 잡히고 궁지에 몰린 듯 보이지만, 어쩌면 이 모든 상황은 그가 처음부터 예상하고 의도했던 것일지 모릅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서라도 김봉구와 손을 잡고 싶어 했다면, 드디어 위선의 탈을 벗어던지고 탐욕스런 본심을 드러낸 거라면 말입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가슴이 아픈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은규태가 악역이 되면 그 아들 은시경(조정석)의 행보도 불투명해지거든요. 그는 이제껏 아버지를 철석같이 믿고 존경하며 따르고자 노력해 왔는데, 삽시간에 변해버린 아버지의 모습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일 겁니다. 게다가 꿋꿋이 정의의 편에 서자면 늙은 아버지를 향해 총구를 겨누어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은 아니죠. 원래는 멀쩡한 청년이었는데 아버지 때문에 악인이 되어가는 젊은이의 모습을, 우리는 그 동안 수많은 드라마에서 보았습니다. 현재 방송중인 '적도의 남자'의 악역 이장일(이준혁)도 마찬가지의 경우이지요.

 

만약 은시경이 악역으로 돌아선다면, 공주 이재신이 너무나 가엾어집니다. 밝은 천성을 타고났지만 공주라는 신분 때문에 늘 외로웠던 그녀는, 이제 막 은시경에게 마음을 열고 사랑을 시작하려던 참인데 어쩌면 좋을까요?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고로 큰오빠를 잃고 하반신 마비의 장애인이 된 공주 곁에, 은시경 대위가 듬직한 연인으로 남아서 지켜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련만, 이제는 앞일을 예측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소망이 있다면, 힘겹더라도 은시경이 정의의 편에 서 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군인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서,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과 그 가족들을 위해서, 핏줄을 외면하는 고통이 아무리 크더라도 변절한 아버지를 따르지 말고 그 반대편에 서 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똥별을 바라보며 공주 곁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할 때, 맑고 순수한 이 청년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요? "부디 이 사람과 끝까지 함께할 수 있기를!" 만약 그런 마음이었다면, 저의 소망은 이루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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