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춘배 (3)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신데렐라 언니'의 구대성(김갑수)이 '국민아빠' 였다면 '제빵왕 김탁구'의 팔봉 선생(장항선)은 '국민스승' 이라고 할만했습니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젊은 주인공의 곁에서 더없이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며 인생의 멘토가 되어 주던 이 성스러운 인물들은 그 존재감만으로도 가슴을 꽉 채워 주었지요. 이제 팔봉 선생이 불현듯 세상을 떠나고 보니 저절로 구대성의 서글펐던 최후가 머리에 떠오릅니다. 두 사람의 죽음은 그들의 삶 만큼이나 여러모로 비슷하지만, 그래도 팔봉 선생은 구대성보다 운이 좋은 편이었어요. 구대성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아들처럼 아끼던 홍기훈(천정명)이었으나, 산소호흡기를 달고 병원으로 실려가던 엠블런스 안에서 구대성은 "괜...찮...다..."는 최후의 한 마디로 그를 용서했습니다. 팔봉 선생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통속과 막장 논란은 있었으나 선과 악이 뚜렷이 구별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시대적 배경을 핑계삼아 구일중과 그의 어머니 홍여사를 선역으로 만들고, 서인숙과 한승재를 악역으로 몰아가려는 낌새가 있기는 했지요. 하지만 그때만 해도 서인숙과 한승재가 용서받지 못할 죄악을 저지르기 전이었으므로 양쪽의 균형추는 엇비슷했습니다. 비 오던 밤, 홍여사를 죽음으로 몰아가면서 그들은 본격적인 악역의 궤도에 들어섰습니다. 어린 김탁구를 원양어선에 팔아 넘기려 하고, 신유경의 아버지를 사주해 탁구 엄마 김미순에게 치욕적인 위해를 가하려 했던 점 등등, 서인숙과 한승재가 행하는 죄악들은 가히 인면수심이라 할만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약간의 균형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구마준이 그들..
양미순(이영아)의 사랑이 드디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보니 이 귀여운 아가씨의 사랑은 김탁구(윤시윤)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었네요. 두 사람은 마치 쌍둥이 같았습니다. 포옹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샴쌍둥이 같았다고나 할까요. 왜 그렇게 느꼈는지는 잠시 후에 언급하기로 하고, 우선은 스스로 파멸해가는 구마준(주원)의 이야기부터 잠시 해 보려 합니다. 저는 한동안 구마준을 동정심과 애틋함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나, 이제 거의 놓아버린 상태입니다. 지난 주에 탁구가 설빙초를 먹는 것을 막기 위해 "안 돼!" 하고 소리치며 허겁지겁 달려갈 때, 그리고 탁구가 설빙초 한 숟가락을 삼키는 것을 보며 절망적인 눈빛으로 주저앉을 때 "그래, 너도 사실은 탁구를 해치고 싶지 않았던 거야." 라고 생각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