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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내가 2013년 한 해 동안 혼이 쏙 빠지게 몰입하며 보았던 드라마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나인 : 아홉 번의 시간 여행' 2편이었다. '너목들'에서는 남주인공 박수하(이종석)의 매력에 홀려 정신을 못 차렸다면 '나인'에서는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시간 여행의 결과를 궁금해하느라 매 순간 가슴을 졸이곤 했다. 어느 덧 '나인'이 방송된지도 1년이 넘어가는데, 요즘은 그렇게 내 마음을 강렬히 사로잡는 작품이 없다. 원래는 '신의 선물'에 가장 큰 기대를 걸었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나의 예상과는 많이 다른 작품이었다. 구성이 너무 복잡 산만하고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추리할 것이 너무 많아서, 정작 딸 샛별이(김유빈)를 향한 김수현(이보영)의 뜨거운 모성은 정신없는 껍데기 속으로 숨어버린 느낌이..
세상 누구인들 후회 없이 살아가는 인간이 있을까요. 이 문장에 굳이 의문형 부호를 붙이지 않은 이유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입니다. 때로는 이제껏 후회할 일 하나 없이 살아왔다고 말하는 오만한 사람과도 마주치지만, 그들의 깊은 속내를 들여다 보면 오히려 더 후회할 일이 많지 않을까 싶기도 하군요.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볼 때 가장 후회스런 일들은 지나친 오만으로 저질렀던 실수인 경우가 많으니까요. 우리는 부족한 인간이기에 모두 실수를 저지르고 후회를 하며 살아갑니다. 그 누구도 이 문제에서 예외일 수는 없어요. 그런 의미에서 현재 tvN에서 방송중인 드라마 '나인'은 우리에게 큰 위로를 줍니다. 비록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임을 알고 있지만, 원래 드라마를 비롯한 모든 예술작품은 판타지에서 비롯된 ..
"안개 속을 혼자 거닐면 정말 이상하다. 덩쿨과 돌은 모두 외롭고, 나무들도 서로를 보지 못한다. 모두가 다 혼자다. 내 삶에 밝은 빛이 비추던 때엔, 세상은 친구로 가득하였다. 그러나 지금 안개가 내리니 그 누구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 살아있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 사람들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모두가 혼자다." - 헤르만 헤세 헤세는 안개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을 노래했다. 하지만 나는 들리지 않는 세상으로 바꾸어 노래한다. 내 삶에 온갖 소리들이 존재할 때엔, 세상은 사랑할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이제 조용한 안개가 내려와 두 귀를 막으니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사라져 갔다. 아빠는 내 친아빠가 아니었지만 그런 것쯤은 별 상관이 없었다, 내 나이 13살, 운명의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