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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인간의 본성은 과연 선한 것일까 악한 것일까? 어쩌면 이것은 정답이 없는 문제로서, 인간의 본성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는 것이 나의 견해이다. 어린 아기들은 그저 본능에 따라 행동할 뿐인데, 본능 자체에는 선악의 구별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성인이 되어 사회의 규범을 충분히 익힌 후에도 무작정 본능에 따라서만 행동한다면 그것은 악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타고난 품성을 논할 때 선악보다 중요시해야 하는 것은 '공감 능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있다면, 최소한 악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이나마 타인의 고통을 자기 가슴으로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의도적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았어도 인간은 참 많은 실수를 저지..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 김상철(정진영) 교수는 어진 의사입니다. 그는 치료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환자일지라도 실낱같은 가능성만 존재한다면 기꺼이 환자와 함께 싸워주려 하는 의사입니다. 자칫하다가는 성공 가도를 달려온 자신의 의사로서의 명성에 치명적 누를 끼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의 입장보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의사입니다. 너무 비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50대의 나이에도 미혼인 그는 거의 병원에서 생활하지만, 아주 가끔씩은 자전거를 타고 혼자 사는 작고 허름한 집으로 돌아갑니다. 들어서는 즉시 대여섯 개의 화분에 차례차례 물을 주고, 우편함에 밀려 있던 편지들을 읽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그의 손에 목숨을 건지고 새 삶을 살고 있는 환자들의 정이 담뿍 ..
1회를 보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현재 '시티헌터' 속의 이윤성(이민호)은 복수의 화신이 아니라 선량한 영웅입니다. 자고로 복수의 화신이라면 먹구름이 드리운 듯 어두운 카리스마를 풍겨야 하는 법인데, 이윤성은 오히려 눈부실 만큼 흰 빛깔을 띠고 있습니다. 차라리 1회를 시청하지 않고 2회부터 보았다면 좀 더 적응하기가 쉬웠을 텐데...... 저는 3회까지 시청한 지금도 아직 어리둥절한 상태입니다. 1회는 분명히 어둡고 진지한 복수극이었으며, 그 와중에 정치와 역사적 사실까지 맞물려 있어서 드라마가 굉장히 묵직했거든요. 그래 놓고 2회부터는 갑자기 새털처럼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로 바뀌어 버리는 바람에 저는 너무나 당황을 했습니다. 이게 도대체 같은 드라마가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그래도 2회의 당황스러움을 ..
첫방송의 느낌은 예상보다 더 괜찮았습니다. 저는 원작만화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아무 선입견 없이 감상에 임할 수 있었지요. 처음부터 긴장감과 몰입도가 상당하고, 주인공 이윤성 역할을 맡은 이민호는 캐릭터에 자신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더군요. 아직은 자기 출생의 비밀을 모르던 17세 소년 시절의 티없는 싱그러움도 잘 나타냈고, 모든 사실을 알고 나서 냉혹한 킬러로 훈련받아 변신한 24세 청년의 어두운 카리스마도 제법 그럴듯하게 표현했습니다. 이윤성의 캐릭터는 다중적인 면이 있어서 표현하기 쉽지 않은데, 이만하면 일단 합격점을 주어도 될 듯 싶습니다. 드라마의 시작은 1983년에 일어났던 실화, 아웅산 테러사건에서부터 비롯됩니다. 북한은 당시 버마를 방문 중이던 대통령을 노리고 테러를 감행했으나..
'신데렐라 언니'의 구대성(김갑수)이 '국민아빠' 였다면 '제빵왕 김탁구'의 팔봉 선생(장항선)은 '국민스승' 이라고 할만했습니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젊은 주인공의 곁에서 더없이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며 인생의 멘토가 되어 주던 이 성스러운 인물들은 그 존재감만으로도 가슴을 꽉 채워 주었지요. 이제 팔봉 선생이 불현듯 세상을 떠나고 보니 저절로 구대성의 서글펐던 최후가 머리에 떠오릅니다. 두 사람의 죽음은 그들의 삶 만큼이나 여러모로 비슷하지만, 그래도 팔봉 선생은 구대성보다 운이 좋은 편이었어요. 구대성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아들처럼 아끼던 홍기훈(천정명)이었으나, 산소호흡기를 달고 병원으로 실려가던 엠블런스 안에서 구대성은 "괜...찮...다..."는 최후의 한 마디로 그를 용서했습니다. 팔봉 선생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통속과 막장 논란은 있었으나 선과 악이 뚜렷이 구별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시대적 배경을 핑계삼아 구일중과 그의 어머니 홍여사를 선역으로 만들고, 서인숙과 한승재를 악역으로 몰아가려는 낌새가 있기는 했지요. 하지만 그때만 해도 서인숙과 한승재가 용서받지 못할 죄악을 저지르기 전이었으므로 양쪽의 균형추는 엇비슷했습니다. 비 오던 밤, 홍여사를 죽음으로 몰아가면서 그들은 본격적인 악역의 궤도에 들어섰습니다. 어린 김탁구를 원양어선에 팔아 넘기려 하고, 신유경의 아버지를 사주해 탁구 엄마 김미순에게 치욕적인 위해를 가하려 했던 점 등등, 서인숙과 한승재가 행하는 죄악들은 가히 인면수심이라 할만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약간의 균형은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바로 구마준이 그들..
양미순(이영아)의 사랑이 드디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보니 이 귀여운 아가씨의 사랑은 김탁구(윤시윤)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었네요. 두 사람은 마치 쌍둥이 같았습니다. 포옹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샴쌍둥이 같았다고나 할까요. 왜 그렇게 느꼈는지는 잠시 후에 언급하기로 하고, 우선은 스스로 파멸해가는 구마준(주원)의 이야기부터 잠시 해 보려 합니다. 저는 한동안 구마준을 동정심과 애틋함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나, 이제 거의 놓아버린 상태입니다. 지난 주에 탁구가 설빙초를 먹는 것을 막기 위해 "안 돼!" 하고 소리치며 허겁지겁 달려갈 때, 그리고 탁구가 설빙초 한 숟가락을 삼키는 것을 보며 절망적인 눈빛으로 주저앉을 때 "그래, 너도 사실은 탁구를 해치고 싶지 않았던 거야." 라고 생각했었지요...
'신데렐라 언니' 5회에서 은조과 기훈은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보기엔 아직도 너무 어리고 약해 보이는 외모이지만, 문근영은 그 약점을 연기력으로 충분히 커버했습니다. 그리고 천정명도 한결 중후한 느낌으로 변신에 성공했더군요. 저로서는 무엇보다도 가장 염려스럽던 부분이 천정명이었는데 한시름 놓았습니다. 이제는 제법 다크 왕자님의 포스를 제대로 풍기면서 그 어두운 속셈을 궁금하게 만드는 내면 연기도 얼핏 보이니 대견하더랍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들은 서로를 차갑게 외면합니다. 일단은 오해 때문이라고 봐야겠지요. 은조의 입장에서는 기훈이 말도 없이 떠난데다가, 충분히 소식을 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8년이라는 세월동안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