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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공중파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케이블 방송이기에 오히려 김병욱표 시트콤의 진가를 보여주리라 기대했던 '원스어폰어타임 인 생초리'가 벌써 13회에 이르렀는데, 지금까지의 행보는 솔직히 실망스러운 편이었습니다. 시트콤의 특성상 각 회마다 개별적 에피소드로 진행된다 해도, 그 중심이 되는 큰 줄거리는 뚜렷이 잡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굉장히 산만했거든요. 멜로는 멜로대로 밍숭밍숭하니 지지부진하고, 심각한 미스테리 부분도 뭘 어쩌자는 건지 계속 떡밥만 흘릴 뿐 그닥 진전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들의 감정이 섬세하게 표현되지 못해서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멜로의 중심에 서 있는 4명의 남녀 중, 이제까지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자각하고 있는 사람은 오직 한지민(김동윤) 밖에 없었지요. 다른 ..
일일시트콤 '몽땅 내 사랑'은 작품성 면에서 보았을 때 크게 흥미로운 편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시트콤은 드라마보다 더욱 캐릭터가 중요시되는 장르지요. 드라마는 전체적인 스토리가 탄탄하게 짜여져 있으면 개별적 캐릭터가 매력없더라도 흥미를 유지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시트콤은 호흡이 짧고 각 회마다 별개의 에피소드를 소화해야 하므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것은 스토리보다 캐릭터의 힘입니다. 시트콤의 캐릭터는 매력적일 뿐 아니라 설득력이 있어야 하며,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지붕뚫고 하이킥'의 황정음, 신세경, 이지훈(최다니엘), 정준혁(윤시윤) 등은 모두 제각각 다른 스타일로 뚜렷한 개성을 지녔는데, 다양한 시청자들은 저마다 자기의 취향에 맞는 캐릭터를 골라 심취할 만큼 몰입..
한때는 매일을 행복하게 해 주던 김병욱표 시트콤을, 일주일에 달랑 1번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것은 차라리 고문에 가깝군요. '원스어폰어타임 인 생초리' (이하 '생초리')는 이제 겨우 3회까지 방송되었지만, 각각의 캐릭터는 거의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중에도 단연 압도적으로 눈에 띄는 인물은 바로 조민성(하석진)입니다. 그런데 왠지 하석진을 보면, 김병욱의 전작인 하이킥 시리즈에서 보았던 최민용과 최다니엘의 캐릭터가 자꾸만 겹쳐서 떠오르는군요.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이 3명의 남자에게서는 적잖은 공통점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우선은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 혹은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등의 단어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추억에도 잠길 겸 해서 이들의 흥미로운 캐릭터를 간단히 분석 비교해 보았습니다. ..
도대체 왜일까? 남들은 다 좋다는데 유독 내 마음에는 와닿지 않는 이 영화가 나는 원망스러웠다. 엄태웅, 이민정, 최다니엘, 박신혜, 네 명 모두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배우인데다가, 본 사람마다 좋았다고, 오랜만에 접하는 제대로 된 로맨틱코미디라고 칭찬이 자자하기에 꽤나 기대를 하고 본 영화였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저 그렇고 지루한 멜로물일 뿐이었다. '광식이 동생 광태'는 정말 재미있게 보았었는데, 지난 4년 동안 감독의 스타일이 변한 것일까? 아니면, 나의 감성이 달라진 것일까? 나의 취향에는 등장인물들도 그 연애의 설정도 하나같이 매력이 없었다. 연애를 도와주는 것도 정도껏이라야지, 자기 본연의 모습과 상관없이 너무 작위적으로 꾸며대면서 사랑을 시작한다는 설정부터가 별로 마..
'지붕뚫고 하이킥'이 마지막회 방송만을 남겨두고 있는 시점에서, 주요 등장인물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각자 어느 정도씩 성장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세경과 신애 자매의 영향으로 이순재옹을 비롯한 그 가족들의 변화가 두드려졌지요. 그러나 '지붕킥'이라는 시트콤의 가공할 위력에도 불구하고, 스쳐지나가는 단역들까지 성장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듯 합니다. 아주 잠깐씩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그가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역겨움을 참기 힘들었던, 지훈(최다니엘)의 후배 의사인 바로 저 인물입니다. 저 사람 외에 또 한 명의 동료 의사가 있었는데, 워낙 단역이다 보니 그들의 이름이나 행동을 구분할 수는 없지만, 하는 행동의 수준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 한 명은 민선생, 한 명은 안선생이라고 불렀던 ..
윤시윤이라는 연기자를 처음 본 것이 바로 '지붕뚫고 하이킥' 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어디에서도 본 기억이 없어요. 그런데 '지붕킥'으로 인해서 뜨고 난 후에,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에 나왔었다는 이야기를 어딘가에서 듣고 일부러 찾아서 보았던 기억은 있습니다. 그런데 역시, 아직 제대로 뜨기 전의 신인에게 있어 일반인으로서의 모습을 공개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실제 자기 나이보다 한참 어린 고등학생으로 출연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면도 있겠지만, 하여튼 순수한 사랑의 결정체인 준혁의 이미지와 걸맞지 않게, '스친소'에서의 이미지는 여성들을 앞에 두고 저울질하는 모습이라 안 보느니만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거침없이 하이킥'의 윤호(정일우)에 비해서 '지붕킥'의 ..
'지붕뚫고 하이킥' 122회를 보고 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회자정리(會者定離)' 였습니다.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뜻의 불교용어지요. 모든 것이 무상함을 나타내는 말인데, 왠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살짝 저려오는 이 단어는 김병욱표 시트콤의 결말에 참 잘 어울리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1. 세경 - 가녀린 그녀, 당차게 떠날 것을 결심하다 그녀의 아버지가 편지를 보내오신 나라는 남태평양의 어느 섬이었습니다. 부유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작고 가난한 나라였나봐요. 아빠와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오히려 이곳에서의 생활보다 더욱 쪼들리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정상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을지, 학교에 갈 수 있을지는 더구나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세경은 꼬박 이..
'지붕뚫고 하이킥'의 러브라인 중 현재 최고의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커플은 지훈(최다니엘)과 정음(황정음), 이른바 지정 커플입니다. 제가 초반부터 워낙 정음 캐릭터에 정을 못 붙여서인지 제 눈에는 아직도 별로 예뻐 보이는 커플이 아닙니다만, 다른 분들은 꽤나 예쁘게 보아주고 계시는 것 같아요..ㅎㅎ 저는 한 때 지훈과 세경이 연결되기를 바랬으나 이제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 둘이 함께 하는 장면이 여전히 제 눈에는 가장 아름다워 보이지만, 지훈의 존재가 결과적으로 세경에게 슬픔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좀 들거든요. 예전에는 현재 짝사랑이라서 슬픈 거라고, 서로 사랑하게 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지훈과 서로 사랑하게 되어도 세경이는 아플 것 같아요. 많은 분들..
'지붕뚫고 하이킥'은 이제 종영까지 2개월을 채 못 남겨둔 시점에서,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부딪치며 성장하고 화합해 나아갈 것인지, 94회에서 그 전초전을 보여 주었습니다. 저의 시선에는 그 충돌과 화합의 과정이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보여지더군요. 1. 객식구들의 이념적(?) 충돌 - 세경과 광수, 인나 메인 게임이라고 볼 수 있는 가족 간의 충돌보다 먼저 몸풀기 게임처럼 객식구들의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한 봉지에 100만원 가량이나 하는 르왁커피를 둘러싼 세경과 광수, 인나의 한판 대결이었지요. 사실 이들은 앞으로 같이 살게 될 운명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굳이 화합의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고 그냥 충돌 과정만 표현했는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만만치 않은 대립각은 앞으로 이 가족이 겪어 나..
준혁(윤시윤)의 친구 세호(이기광)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소설의 내용이 '지붕뚫고 하이킥' 90회의 주요 테마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세호의 소설은 그냥 단순한 환타지 충족이라는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듯 하네요. 물론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준혁과 세경(신세경)의 러브라인을 지지하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 개념도 있었겠지만, 김병욱 PD의 시트콤은 군데군데에 세심한 복선을 깔아놓는 경우가 많으니 만큼, 이렇게 한 회차를 모조리 소비하면서까지 세호의 소설을 형상화시킨 이유를 단지 팬서비스 차원으로만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보기에 세호의 소설이 암시하는 것은, 현재 진행중인 네 청춘 남녀의 러브라인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호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