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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초복아, 날 용서해라니... 네가 먼저 가서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나는 갈 수가 없게 되었구나... "오실거죠?" 네가 울면서 물었을 때 "미칬나? 당연히 가야지... 내가 너를 거기 두고 어찌 혼자 사나?" 하고 큰소리를 쳤는데... 너는 내 그 말만 철석같이 믿고 매일 기다릴텐데, 나는 약속을 지킬 수가 없구나... 초복아, 날 용서해라니. 그래도 정말 고마웠다니... 둘이 도망쳐서 살기를 원하냐고 물어봤을 때, 네 맘도 내 맘과 똑같다는 것을 알게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니... 나라고 왜 네 손만 붙잡고 도망칠 생각을 안 해봤겠나? 나는 사냥하고, 너는 농사짓고... 호랑이 잡아 가죽 팔아서 꽃놀이도 가고, 물놀이도 가고... 그렇게 살다가 애기도 낳고... 그렇게 살고 싶은 맘이 낸들 없었겠나? 그..
어차피 그들의 혁명이 실패하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허무할 거라는 예상은 솔직히 하지 못했습니다. 송태하의 수족같은 부하들이 모두 황철웅의 손에 추풍낙엽처럼 어이없이 쓰러져갈 때에도 설마 이것이 끝은 아니겠지 했었습니다. 송태하와 더불어 혁명군의 수장격이었던 조선비가 변절했을 때에도, 그 변절의 결과로 숨어있던 동지들이 모조리 잡혀들어갔을 때에도, 심지어 끝까지 남아서 활약하던 한섬이가 장렬한 최후를 맞이했을 때에도 설마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마지막 횃불인 송태하의 존재가 남아있는 한, 아직은 끝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후반으로 갈수록 초반의 이미지와는 달리 더 이상 송태하가 완벽한 인간상이 아님을 충분히 알게 되었으나, 저는 여전히 마음속으로 그를 믿고 있었..
아저씨, 업복 아저씨, 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아저씨, 혹시 날 좋아하나요? 아저씨를 만나기 전에는 한 번도 잠잘 때 꿈을 꾸어 본 적이 없는데, 참 이상하죠. 난 요즘 잠만 자면 꿈을 꾸어요. 그리고 그 꿈에는 항상 아저씨가 나와요. 그 못생긴 얼굴을 해갖고는 날 보며 헤벌쭉 웃는, 그런 아저씨가 요즘 매일 내 꿈에 나온단 말이에요. 아저씨는 나에게, 좋은 세상이 오면 뭘 하고 싶냐고 물었지만, 나에겐 꿈이 없었지요. 눈 뜨면 오늘도 죽지 않고 어떻게든 견뎌 나가야 할 또 하루의 삶이 펼쳐져 있었고, 밤이 되면 이제 쉴 수 있다는 안도감에 행복해할 겨를도 없이 잠에 빠져들곤 했는걸요. 나에게 무슨 생각을 할 여유가 있었겠어요? 이런 나에게 무슨 꿈이 있었겠어요? 그래서 난 대답했지요. "내..
'추노' 12회를 시청하면서 문득 그 작가의 여성관이 궁금해졌습니다. 드라마의 전개가 이미 중반에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히 비호감 모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주인공 언년이의 캐릭터를 보며,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여주인공이 두 개의 이름을 가진 관계로 리뷰를 쓰면서 어떻게 호칭해야 할까를 한동안 고민했으나, 제 느낌에는 혜원이보다 언년이라는 이름이 그녀에게 훨씬 더 잘 어울리는 듯하여 앞으로도 계속 언년이라고 부를 생각입니다.) '추노'에는 아찔할 정도로 멋진 남성 캐릭터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대길, 송태하, 최장군은 말할 것도 없고, 악역인 황철웅과 귀여운 바람둥이 왕손이, 궁녀를 사랑했던 우직한 한섬이 등의 남자들이 제각각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