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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초반 1~2회의 애절함에 너무도 푹 빠졌던 나머지 3회부터는 오히려 적응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입니다. 풍전등화의 운명에 놓인 나라를 구하러 나서는 이순신(유동근)의 모습이 비칠 때면 이보다 더 장중한 드라마는 없는 것 같다가도, 주인공 최강치(이승기)와 그 주변 인물들이 나오면 갑자기 무게감이 절반으로 줄면서 아무리 비감한 장면이 나와도 별로 슬프지 않았거든요. 코믹한 와중에 진지함인지, 진지한 와중에 코믹함인지, 제가 보기에는 두 가지 분위기가 적절히 어우러지지 못하고 제각각 따로 노는지라, 좀처럼 몰입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전개 과정 중에 납득하기 어려울 만큼 작위적인 설정들까지 보이면서 제 마음은 조금씩 멀어져 갔었는데, 이를테면 박무솔(엄효섭)이 최강치를 대신하여 조관웅 수하의 칼에 찔려 죽..
'구가의 서'(九家의 書) 제1회에서 주인공 최강치(이승기)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그의 비극적 운명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최강치는 아직 이 세상에 첫 숨결을 내뱉기도 전이건만, 아비 구월령(최진혁)의 마음속에 어미 윤서화(이연희)에 대한 사랑이 싹트는 순간, 이미 그의 모진 운명은 잉태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는 태초부터 미리 계획된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가장 뜨거운 용기와 긍정의 힘으로 절대 금기를 넘어 사랑을 이루는 최강치의 모습을 통해, 신은 이 땅의 나약한 인간들을 깨우치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지요. 이 세상의 어떤 금기(禁忌)도 장벽도 사랑보다 강한 것은 없음을, 신분의 고하도 남녀의 차별도 심지어 인간과 짐승의 구별조차도 사랑보다 우선할 수는 없음을, 이 세상에 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