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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그 동안 제가 예상한 것과는 좀 다른 방향의 러브라인이 갑자기 55회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예상하던 커플은 윤계상-김지원이었는데, 이 둘이 따로 떨어져서 각각 윤계상-백진희, 김지원-안종석 커플로 진행될 듯한 기미를 문득 보이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55회를 시청하면서, 오히려 저의 예상이 궁극적으로는 맞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윤계상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실없는 농담을 던지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방향이 백진희 한 사람에게로 집중되는군요. 윤계상은 백진희가 자신의 블로그에 악플을 남겼음을 다 알면서도, 일부러 기밀 자료를 빼내간 범인을 찾는다면서 짖궂게 놀려댑니다. 별로 고차원적인 수단의 장난도 아니어서 금방 눈치챌 법도 하건만, 백진희는 끝까지 눈치를 못채고..
김병욱의 '하이킥' 시리즈에는 언제나 '삼촌'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이 '삼촌'들은 하나같이 훤칠한 외모의 싱글남으로서 멜로의 중심을 담당했고, 더불어 20~30대 젊은층의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하이킥3'에는 특이하게도 삼촌이 두 명이나 등장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그 점이 매우 의외였고, 도대체 두 명이나 되는 삼촌 캐릭터를 어떻게 겹치지 않도록 조화시키며 이끌어 나갈 것인지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일단 '거침킥' 최민용과 '지붕킥' 최다니엘의 계보를 이어가는 삼촌 캐릭터는 윤계상입니다. 까칠민용, 시크지훈과 달리 윤계상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따스한 남자로서 성격은 전혀 딴판이지만, 시트콤 전체를 장악할 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여성 캐릭터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누구인들 쉬운 길로 가고 싶지 않았을까요? 누구인들 모두가 칭찬하고 박수갈채 치는 방향으로 가고 싶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쉬운 선택을 한 사람들을 탓할 수 없는 이유는, 나 자신부터가 그런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진짜 좋은 작품과 인기 많은 작품이 꼭 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또한 진정한 명작 예술품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작품이 같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문외한도 다 아는 원칙을 그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베테랑이 모를 리가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대다수에게 칭찬받고 시청률을 높이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지, 김병욱 PD가 모를 리는 없습니다. '하이킥3'는 유난히 초반부터 대중의 관심이 높았고, 또 그만큼 질책도 심한 작품입니다. 김병욱은 언제나 그렇듯 자기 고집대..
김병욱 PD는 이번 작품에서 특히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욕구를 리얼하게 표현하려는 듯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면 먹고 자고 배설하는 문제 말입니다. 그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모든 생명체는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해봤자 인간도 별 수 없습니다. 안내상 일가가 빚쟁이에 쫓겨다니면서도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이 바로 굶주림이었습니다. 입을 옷이 없어서 아빠가 딸의 옷을 입고 우스꽝스러워지는 것쯤은 웃어 넘길 정도로 괜찮았으나 배고픔만은 견딜 수 없었지요. 오죽하면 며칠 전까지도 부자였던 그들이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서 낯선 소년(강승윤)이 사주는 피자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을까요.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이 초반 6회까지 달리고 있는 이 때, 기본적 생존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서 가장 헉..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의 기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얼마나 더 독해지려고 초반부터 이렇게 심한 설정들이 등장하는지, 나중을 생각하면 머리카락이 쭈뼛 곤두설 지경입니다. 지난 1년 6개월 동안 김병욱 PD의 칼날은 더욱 날카롭게 벼려진 것 같습니다. 사실 '지붕뚫고 하이킥'도 처음부터 만만치 않게 독한 작품이었지요. 어린 자매는 어느 날 갑자기 서울 한복판에 모질게 내던져졌고, 아홉살배기 어린 신애는 전쟁고아처럼 비참한 몰골로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걸어다녔습니다. 언니 세경의 손을 놓쳐서 잠시 떨어지게 되었을 때, 계속 울면서도 거리에서 눈에 띄는 음식만 있으면 몽땅 주워먹고 다니던 신애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남의 집 대문 앞에 배달되어 놓여 있던 1000ml 짜리 우유..
김병욱 PD의 신작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 1회가 드디어 방송되었습니다. 일단 제 느낌에는 전작인 '지붕뚫고 하이킥'보다 훨씬 밝은 분위기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약간 마음이 놓입니다. '지붕킥'은 제가 몹시 사랑했던 작품이긴 하지만, 솔직히 시트콤 치고는 너무나 분위기가 무겁고 마음이 아파서 보기가 조금은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이번엔 그 정도까지는 아닐 것 같습니다. 비록 아빠(안내상)가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서 잘 살던 집이 삽시간에 폭삭 망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여전히 4인 가족이 함께이고, 비록 힘을 잃은 부모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가 아이들 곁에 있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앞으로 외삼촌(윤계상)의 집에서 살게 될 예정입니다. '지붕킥'의 출발은 이보다 훨씬 열악했지요. 갓 스무살의 신세경..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 제작발표회에서 김병욱PD의 첫 인사는 '지붕뚫고 하이킥' 결말에 대한 사과였다고 합니다. 전작의 결말이 우울했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결말 부분은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는 것입니다. 저는 기사의 여백을 한참이나 노려보았지만, 더 이상 그 부분에 대해 덧붙여지는 말은 없었습니다. 도대체 왜 사과를 하는 것인지, 어떤 점에서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기에 사과를 하는 것인지, 아무런 부연 설명도 없었습니다.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무조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신작 '하이킥3'에 대한 소개와 설명이었습니다. 김병욱 PD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았습니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소중한 신작이 바야흐로 안방극장에 개봉되려 하는..
앞으로 2개월하고 12일이 더 지나서 9월 19일이 되면, 김병욱 감독의 '하이킥3 - 짧은 다리의 역습'이 첫방송됩니다. '지붕뚫고 하이킥'이 2009년 9월에 시작되었으니, 꼭 2년만의 재회(?)로군요. 저는 벌써부터 반갑습니다. 저절로 신명이 나서 어깨가 들썩거릴 정도로 반갑습니다..ㅎㅎ 그런데 오늘은 가수 이적이 '하이킥3'의 음악감독을 맡으며 합류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건 그야말로 금상첨화로군요.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담담히 털어놓는 인생 스토리를 듣고 '말하는 대로'와 같은 명곡을 탄생시킨 이적이라면, 스토리의 전개와 캐릭터의 특성을 깊이 파악하여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들로 재미와 감동을 더해 줄 거라 믿습니다. 더구나 이적의 역할은 음악감독에서 그치지 않고 고정출연과 내레이션까지 겸..
대한민국에서 시트콤의 일인자를 꼽으라면 95% 이상의 사람들은 김병욱 PD를 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만큼 '순풍 산부인과' →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 '똑바로 살아라' → '거침없이 하이킥' → '지붕뚫고 하이킥' 순으로 이어져 온 김병욱 PD의 시트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기와 시청률을 자랑해 왔지요. 김병욱 PD 시트콤의 특징은 드라마보다 더 정밀하게 짜여진 스토리로 개연성을 확보하고, 주연부터 단역까지 각각의 캐릭터에 모두 매력적인 개성을 부여한다는 점입니다. 기본 구성이 탄탄하기 때문에 시청할수록 초반보다 몰입도가 더욱 강해지며, 그 안에서 발생하는 웃음은 결코 유치하지 않습니다. 시트콤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약간의 과장은 있지만, 절대 허무맹랑하지 않고 매우 현실적입니다. 인..
공중파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케이블 방송이기에 오히려 김병욱표 시트콤의 진가를 보여주리라 기대했던 '원스어폰어타임 인 생초리'가 벌써 13회에 이르렀는데, 지금까지의 행보는 솔직히 실망스러운 편이었습니다. 시트콤의 특성상 각 회마다 개별적 에피소드로 진행된다 해도, 그 중심이 되는 큰 줄거리는 뚜렷이 잡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굉장히 산만했거든요. 멜로는 멜로대로 밍숭밍숭하니 지지부진하고, 심각한 미스테리 부분도 뭘 어쩌자는 건지 계속 떡밥만 흘릴 뿐 그닥 진전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들의 감정이 섬세하게 표현되지 못해서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멜로의 중심에 서 있는 4명의 남녀 중, 이제까지 자신의 감정을 명확히 자각하고 있는 사람은 오직 한지민(김동윤) 밖에 없었지요. 다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