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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저도 아저씨를 따라서 르완다에 가고 싶어요!" 언젠가는 김지원의 입에서 그 말이 꼭 나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장면에서 제가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실은 오랫동안 설레면서 기다려 왔던 장면이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표정과 목소리로 그 말을 할지가 늘 궁금했지요. 아직 신인에 불과한 김지원의 연기력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김병욱이 선택한 여주인공이니까, 연기자가 좀 부족하더라도 정성껏 이리저리 고치고 다듬어서 최고의 모습으로 만들어 주리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무슨......;; 지난 번 놀이공원 에피소드 이후로 급격히 망가져 가고 있는 김지원의 캐릭터 때문에 좀 불안하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지붕뚫고 하이킥' 122회를 보고 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회자정리(會者定離)' 였습니다.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는 뜻의 불교용어지요. 모든 것이 무상함을 나타내는 말인데, 왠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살짝 저려오는 이 단어는 김병욱표 시트콤의 결말에 참 잘 어울리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1. 세경 - 가녀린 그녀, 당차게 떠날 것을 결심하다 그녀의 아버지가 편지를 보내오신 나라는 남태평양의 어느 섬이었습니다. 부유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작고 가난한 나라였나봐요. 아빠와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오히려 이곳에서의 생활보다 더욱 쪼들리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정상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을지, 학교에 갈 수 있을지는 더구나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세경은 꼬박 이..
'지붕뚫고 하이킥' 배우들의 신종플루로 인하여 모처럼 얻었던 일주일의 휴식기간을 나는 불만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엄청나게 무리를 하고 있었을 그들이 휴식을 취하고 나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 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휴식을 취한 후 '지붕킥'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현재의 '지붕킥'은 김빠진 맥주처럼 닝닝하다. 1. 반복 설정과 반복 눈물로 지겨워지는 러브라인 휴식을 취하고 온 제작진은 현재 '지붕킥' 흐름의 핵심인 러브라인에 과감히 '반복' 설정을 집어넣었다. 지훈과 정음의 데이트 장면을 세경은 모두 세 번이나 목격했다. 미술관에서 처음 보던 날 세경은 울었고, 두번째로 준혁의 '내게 오는 길'을 듣고 돌아오던 길에도 우연히 그들을 목격하고는 또 울었다. 세..
'지붕뚫고 하이킥'의 러브라인 중 현재 최고의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커플은 지훈(최다니엘)과 정음(황정음), 이른바 지정 커플입니다. 제가 초반부터 워낙 정음 캐릭터에 정을 못 붙여서인지 제 눈에는 아직도 별로 예뻐 보이는 커플이 아닙니다만, 다른 분들은 꽤나 예쁘게 보아주고 계시는 것 같아요..ㅎㅎ 저는 한 때 지훈과 세경이 연결되기를 바랬으나 이제는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 둘이 함께 하는 장면이 여전히 제 눈에는 가장 아름다워 보이지만, 지훈의 존재가 결과적으로 세경에게 슬픔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좀 들거든요. 예전에는 현재 짝사랑이라서 슬픈 거라고, 서로 사랑하게 되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와 생각하니, 지훈과 서로 사랑하게 되어도 세경이는 아플 것 같아요. 많은 분들..
'지붕뚫고 하이킥' 93회에서 세경은 갑자기 목도리 부자가 되었네요. 목도리라는 소품이 굉장히 유용하게 쓰이는군요. 그 단순하고도 구하기 쉽고, 값도 싸고, 떨어뜨려도 깨질 위험도 없고, 겨울이라는 계절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목도리라는 아이템을 선택한 제작진의 혜안에 감탄할 뿐입니다. 어제 92회에서 생전 처음 보는 국밥집의 욕쟁이 할머니도 세경의 눈빛만 보고 지훈에 대한 연정을 알아차리는데, 눈치 100단 고수인 지훈이가 그녀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더군요. 저는 어제까지만 해도 지훈이가 모르고 있다 쪽이었는데, 그것은 이지훈 캐릭터를 좀 보호해주고 싶은 감정이 앞서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멋있는 캐릭터인데 망가지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사실 제가 보기에도 ..
준혁(윤시윤)의 친구 세호(이기광)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소설의 내용이 '지붕뚫고 하이킥' 90회의 주요 테마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세호의 소설은 그냥 단순한 환타지 충족이라는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듯 하네요. 물론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 준혁과 세경(신세경)의 러브라인을 지지하는 팬들을 위한 서비스 개념도 있었겠지만, 김병욱 PD의 시트콤은 군데군데에 세심한 복선을 깔아놓는 경우가 많으니 만큼, 이렇게 한 회차를 모조리 소비하면서까지 세호의 소설을 형상화시킨 이유를 단지 팬서비스 차원으로만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보기에 세호의 소설이 암시하는 것은, 현재 진행중인 네 청춘 남녀의 러브라인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호가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
(부제 : '지붕뚫고 하이킥'... 세경과 지훈과 준혁... 또 비껴가는 그들의 일기) 세경 : 내일이 준혁 학생의 생일이라고 한다. 나는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다. 만약 그가 없었다면, 이 집에서 나의 하루 하루는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다. 될 수 있으면 그가 원하는 것을 선물해 주고 싶어서, 일부러 용기를 내어 직접 물어 보았다. 준혁 학생은 지난번에 내가 떠 준 목도리로 충분하니 더 이상의 선물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나는 계속 말해 달라고 졸랐다. 그가 너무 편해서 나는 이렇게 졸라대기도 하고 장난도 치고 웃기도 한다. 그는 함께 영화를 보자고 말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서 다행이다. 준혁 : 내 생애 최고의 생일이다. 모든 것은 언제나와 똑같지만, 그 한가운데에 세경, 그녀가 있다..
옛날 옛날에... 아니, 그렇게 옛날은 아닌지도 모르겠는데... 해리라는 어린 공주님이 살았어요. 공주라고 하니까 아주 예쁘고 사랑도 듬뿍 받았을 것 같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해리 공주는 그렇지를 못했어요. 해리 공주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큰 회사의 사장님과 부사장님이에요. 임금님처럼 돈이 많아요. 그래서 언제나 해리 공주는 예쁜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냥 그것뿐이었어요. 해리네 나라보다 더 가난한 이웃나라 왕자님과 공주님은 모두 가족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노는데, 그 커다란 궁궐같은 집안에서 해리 공주는 늘 혼자예요. 심지어는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아빠와 엄마는 해리를 혼자 놔두고 둘이서만 저녁을 먹으러 나갔어요. 할아버지도, 삼촌도 모두 여자친구가 있어서 자기들만 행복했을..
세경 : 그 사람은 언제나 바쁘다. 오늘도 새벽같이 나가는 바람에 얼굴 한 번 못 봤다. 하지만 그가 숨쉬는 공간에 내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내 심장은 뛴다. 그가 내 곁을 스칠 때면 여전히 가슴이 에일 듯 아프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그 아픔의 순간만을 기다린다. 아픔이 이렇게도 행복한 줄을 지금껏 몰랐었다. 준혁 : 오늘도 그녀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내가 볼 수 있는 곳에 있어 주어서 내가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그녀가 알까? 그녀의 모습만 보면 나는 하늘을 날아갈 것 같다. 발이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기분이다. 언젠가 그녀가 떠나간다고 했을 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었다. 세경 : 준혁 학생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다가 장난치는 손가락에 코를 찔리고 말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바로 그 ..
'지붕뚫고 하이킥' 82회는 언제나처럼 두 갈래의 에피소드를 보여주었지만, 묘하게도 그 안에서 보여준 감정은 하나였습니다. 바로 '질투'였지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멋지기만 한 그 남자, 신애의 첫사랑인 '발냄새 왕자님' 줄리엔 아저씨가 그만 악동 해리의 눈에 제대로 꽂히고 말았습니다. 하교길에 우연히 만난 신애에게 목마를 태워주는 줄리엔을 보자 해리는 자기도 목마를 타고 싶은 욕망에 불타게 되지요. 집에 와서 자기 아버지 정보석에게 목마를 시도해 보지만 허약한 보석은 일어나지도 못합니다. 어쩌면 보석이 너끈히 해리를 어깨 위에 태우고 일어섰더라도 해리의 허전한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을 겁니다. 이미 키 크고 건장하고 멋진 서양 출신 우등 말(馬) 줄리엔을 목격한 이후였는걸요. 자기가 시험에서 100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