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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양미순(이영아)의 사랑이 드디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보니 이 귀여운 아가씨의 사랑은 김탁구(윤시윤)의 그것과 매우 닮아 있었네요. 두 사람은 마치 쌍둥이 같았습니다. 포옹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샴쌍둥이 같았다고나 할까요. 왜 그렇게 느꼈는지는 잠시 후에 언급하기로 하고, 우선은 스스로 파멸해가는 구마준(주원)의 이야기부터 잠시 해 보려 합니다. 저는 한동안 구마준을 동정심과 애틋함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나, 이제 거의 놓아버린 상태입니다. 지난 주에 탁구가 설빙초를 먹는 것을 막기 위해 "안 돼!" 하고 소리치며 허겁지겁 달려갈 때, 그리고 탁구가 설빙초 한 숟가락을 삼키는 것을 보며 절망적인 눈빛으로 주저앉을 때 "그래, 너도 사실은 탁구를 해치고 싶지 않았던 거야." 라고 생각했었지요...
수요일의 19회 방송에서 한승재와 서인숙이 마주 대하던 장면이었습니다. 구일중이 탁구를 만났으며 그 아이를 회사로 불러들이려 한다고 한승재가 보고하자 서인숙이 소리쳤죠. "당신, 대체 무슨 일을 이 따위로 하는 거야? 어떻게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그렇게 두고 보기만 하는 거야?" 한승재는 대답했습니다. "그냥 두고 본 적 없어요. 나도 안해 본 짓 없이 다 해봤다구." 서인숙은 절규합니다. "그런데 왜 그 아이가 아직도 우리 인생에 끼어들어, 왜?" 그 때 한승재가 다시 대답했습니다. "나보다 그 녀석의 운이 더 질기고 강했을 뿐이에요. 아무리 위협하고 모함해도 모질게 제 운명의 끈을 붙잡고, 다시 일어서고 또 일어서는 녀석이라구요. 지금 마준이는 그런 녀석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거요. 아시겠어요?" ..
서인숙과 한승재를 제치고 구일중이 최고의 악역이라는 제 의견에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을 알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 올렸던 포스팅 '나쁜 아버지 구일중, 비극을 부르다' 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반대 의견을 접했었지요. 그러나 19회를 시청한 후 저는 원래의 생각을 더욱 굳혔을 뿐 아니라, 구일중은 '나쁜 아버지'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악역으로 규정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인물임을 깨달았습니다. 서인숙과 한승재가 드러나 있는 함정이라면, 구일중은 교묘히 숨겨져 있는 함정입니다. 어느 것이 더 위험한지를 극단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예시입니다. 물론 서인숙과 한승재의 악행을 합리화하거나 감싸 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러나 '착한 척 하는' 구일중의 행각을 볼 때마다 제 가슴 속에서 치밀..
구일중은 참으로 나쁜 아버지입니다. 14년만에 재회한 아들 탁구(윤시윤)와 끌어안고 폭풍 눈물을 흘리는 전광렬의 연기는 더할 수 없는 명품이었으나, 그 순간에도 제 마음은 차갑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오히려 속으로 "탁구야, 속지 마!" 라고 되뇌었다죠. 탁구의 인생 중 12년을 허비하게 만든 장본인은 사실 조진구(박성웅)가 아니라 구일중이었습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가장 자애로운 아버지인 척하고 탁구를 끌어안고 있으니 제 눈에는 가증스럽게만 보였습니다. 그는 탁구를 사랑했다기보다는 욕심을 냈던 것입니다. 천부적인 후각을 타고나서 제빵 사업에 큰 도움이 될만한 아들 탁구를 온전히 자기 소유로 만들기 위해, 모자간에 생이별을 시키려 했던 것이지요. 아무래도 후계자 자리에 앉힐 장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