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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무진(차인표)이 자기 목숨을 바쳐 의자왕자(노영학)을 살리려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 해도 의자가 스스로 몸을 날려 무진의 몸에 칼을 찔러넣는 순간, 의자왕의 캐릭터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주군과 신하의 관계이지만 자신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둘도 없는 충신을 제 손으로 죽이는 임금이라니, 너무나 배은망덕하고 비겁해 보였거든요. 아역들이 퇴장하고 성인 연기자들이 등장하면서, 너무 급격히 늙어버린 계백과 의자의 모습은 역시 제가 보기에도 당황스러웠습니다. 의자(조재현)와 은고(송지효)가 함께 있는 장면에서는 영락없는 아버지와 딸의 분위기가 흘렀고, 한껏 시커멓게 생구(전쟁포로) 분장을 하고 있는 계백(이서진)의 모습에서는 뭐랄까 쿤타킨테의 향기가 났습니다. 하지만 ..
'로드넘버원'이라는 드라마에는 또 하나의 주목할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언제나 거칠고 야성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던 최민수가 자상하고 부드러운 캐릭터로 변신한다는 것과, 오히려 부드럽고 섬세한 역할을 주로 맡았던 손창민이 냉혈한 전쟁광을 연기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역시 베테랑 연기자들이어선지 아무런 어색함 없이, 원래 입던 자기 옷처럼 지금의 배역이 잘 어울리는군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최민수의 변신이 단연 돋보입니다. 연기자의 호감과 비호감을 좌우하는 요소는 일단 연기력이라 하겠지만, 아무래도 악역보다는 선역이 훨씬 강한 호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음은 당연지사인가 봅니다. 남성적이고 터프한 외모와 목소리를 가진 중년 남자 윤삼수(최민수)가, 그 삼엄한 포화 속에서도 부하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적 감정..
원래는 오늘 '천명공주의 편지'를 다듬어 올릴 생각이었으나, 어제 예고편을 보니 오늘 방송분에서 춘추 공자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 같더군요. 아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나서 어머니의 편지를 다듬는 편이 낫겠다 싶어 내일로 미루었습니다. 하여 오늘은 어제 39회 방송을 보며 가슴 깊이 느꼈던 서러움에 대해 가볍게 풀어 볼까 합니다. 어제의 주인공은 단연 덕만공주였습니다. 물론 미실이 차지하는 비중도 적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무엇보다 덕만공주가 마지막 순간에 보여준 충격적인 결단으로써 그녀의 존재감은 기존의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손에 피를 한 방울도 묻히지 않고 왕이 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제 그 하얗기만 하던 손에 스스로 피를 묻혔으니, 그녀는 스스로 왕이 ..
선덕여왕 27회에서 가장 인상깊은 인물은 월천대사였다. 학식도 깊고 기품도 있어 보이는 월천대사가 왜 미실을 돕고 있는지를 알 수 없었는데, 덕만의 협조 요청을 거절하면서 월천대사는 아주 솔직하고 시원하게 그 이유를 직접 말해 주었다. 대가야가 신라에 의해 멸망 위기에 처하자 가야의 위정자들은 제일 먼저 격물학자들을 암살했다. 자기 나라의 귀한 학문이 신라로 전파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악의와 원한으로 가득찬 만행이었다. 가야의 격물학자 집안에서 출생한 월천도 그때 죽을 고비를 맞이했으나, 미실의 첫사랑이었던 사다함에 의해 구해졌다고 한다. "미실이 나를 이용한 것은 사실이오. 그러나 나는 미실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다함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미실을 도왔을 뿐이오." 덕만이 언성 높여 "미실은 당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