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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내가 기억하는 연애 프로그램의 시초는 1994년에 시작되었던 MBC '사랑의 스튜디오'였다. 당시 나는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왔던 한동준의 '사랑의 마음 가득히'라는 노래에 반해서 끝없이 반복해 듣곤 했었다. "때로는 누군가 그리웠던 적도 있었지~ 그렇게 혼자만 있던 시간은 이제는 안녕~ 때로는 누군가 가슴에 품고 싶었었지~ 외롭게 보냈던 지난 날들은 잊고만 싶어~ 언제나 내 곁에서 날 위로해 줄~ 그 누군가가 필요한 거야~" 지금 들어도 참 좋은 이 노래의 가사는 사랑을 기다리는 마음의 간절함과 외로움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비범한 재능을 갖춘 젊은 연예인들이 '강호동의 천생연분'이나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등의 연애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폭넓게 알리기 시작했다. '비'라..
'못난이 주의보'를 계기로 취미 없던 일일연속극에 맛을 들여놨더니, 요즘은 볼만한 작품이 없는데도 그 시간이 좀 허전해서 일일연속극 하나쯤 골라 시청하게 된다. '믿고 보는 배우' 중 한 명인 장서희가 오랜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기에 나름대로는 '뻐꾸기 둥지'에 기대가 컸다. 황순영 작가의 전작들 중 맘에 끌리는 작품이 없어서 좀 염려스럽긴 했지만, 장서희의 안목을 믿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인어 아가씨', '아내의 유혹' 이후 복수극의 여신이라 불리는 장서희가 다시 복수극으로 컴백했다는데, 궁금증 때문에라도 어찌 안 볼 수 있겠는가? 하지만 드라마는 예상과 달리 진행되고 있다. 복수의 칼자루는 뜻밖에도 장서희가 아니라 내공 부족한 여배우 이채영에게 넘어갔다. 이전 리뷰에서도 누차 밝혔지만, 백연희(..
처음부터 1~2회 연속 방송이라는 초강수를 두었을 만큼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걸고 있는 방송사의 기대감이 큰 모양입니다. 더구나 같은 날 시작되는 '아이리스2'는 무려 17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니만큼 더욱 경계심을 늦출 수 없었겠지요. 다행히 첫 방송 후의 반응은 좋은 편입니다. 이른바 감성멜로 전문 콤비라 불리는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PD의 만남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깔끔한 짜임새와 감각적인 대사를 자랑하는 노희경 작가의 대본은 역시 명불허전이었고 '그들이 사는 세상',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에 이어 그녀와 세번째 호흡을 맞추는 김규태 PD의 영상미 또한 여지없이 빛을 발했습니다. 주연부터 조연에 이르기까지 누구 한 사람 삐걱거림 없이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배..
이 중요한 시기에 벌써 몇 주째나 MC 특집을 계속하고 있는 것을 보면 '승승장구'의 제 식구 챙기기는 좀 유별난 듯 싶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이기광을 필두로 '비스트' 전 멤버가 출연한다기에 오랜만에 기대감을 품고 시청했습니다. 제가 아이돌에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음악 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던 그 친구들이 우르르 한꺼번에 토크쇼에 나온다면 뭔가 새로운 재미가 창출되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그리고 대략 2년 전쯤 방송되었던 '승승장구-2PM' 편을 상당히 재미있게 시청했던 기억이 또한 구미를 당겼습니다. 현재 이기광의 자리에 그 때는 장우영이 있었죠. 그 때 이미 최강의 예능돌이었던 2PM 멤버들은 제각각 화려한 입담과 개인기로 쏠쏠한 재미를 뽑아냈습니다. 갑작스레 어려운 단체 안무를 요구해도 주..
저는 평소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그 어떤 예능을 보면서도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미친듯이 웃느라 정신을 못 차렸던 기억은 없습니다. 나중에는 얼굴도 아프고 배도 아파서 그만 웃으려고 애써 봤지만 도무지 멈출 수가 없더군요. 만만찮은 녀석이라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오죽하면 1년에 한 번 웃는다는 카메라 감독까지 웃겨버릴 만큼 '무릎팍 도사 - 장근석' 편은 정말 대박이었어요. 할 수만 있다면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면서 울적할 때마다 꺼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여기가 혹시... 무릎이 닿기도 전에..." 하면서 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 때, 게스트가 장근석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도 얼핏 "여자인가?" 하..
'도망자 Plan.B' 18회는 시종일관 긴박감이 넘치고 다이내믹했습니다. 마지막에는 기막힌 반전도 숨어 있었죠. 시청률이 아쉬울 정도로 드라마의 내실은 정말 대박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압도적 존재감을 뽐낸 사람은 바로 악의 축 양두희(송재호)의 아들 양영준(김응수)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예전부터 이 인물이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언제나 양두희만 부각되었을 뿐, 그가 모든 가진 것과 인생을 올인하여 뒷받침하려 하는 그 아들의 실체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거든요. 정치인으로서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라는 것 외에는 말이죠. 대략 16회쯤부터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양영준은 언뜻 보기에 청렴한 정치인의 대명사 같았습니다. 카이(다니엘 헤니)에게서 자기 부친의 범죄 사실을 들었을 때 그는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천성일 작가는 '여자'를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여자가 매력적인 여자인지를 모르는 듯해요. 올해 초에 대박을 기록했던 드라마 '추노'에서도 장혁을 비롯한 남성 캐릭터들은 모두 인기를 얻었으나, 여주인공 이다해는 '민폐언년'이라는 별명을 들으며 악평에 시달렸지요. 아무리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그녀였지만, 대본상 구제불능일 정도로 매력없게 그려지고 있는 언년이를 살려내지는 못했어요. 그에 비해 '도망자 Plan.B'의 여주인공 '진이'는 초반에 좀 다른 면모를 보이기에, 오랜만에 드라마로 컴백한 이나영을 위해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작가의 특이한 여성관은 '진이'를 끝까지 매력적인 여주인공으로 유지시키는 데 실패했군요. 차라리 이다해의 '언년이'는 ..
지나친 가벼움과 산만함에 좀처럼 몰입이 쉽지 않았던 드라마 '도망자'가 이제서야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저는 특히 주인공 지우(비, 정지훈)의 캐릭터가 적절한 무게감을 찾은 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죽은 친구 케빈(오지호)에 관한 이야기가 언급될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비실비실 웃고만 있던 그가, 이제야 비로소 허파에 바람 든 인형이 아니라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임을 여실히 증명했거든요. 다른 면에서의 가벼움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여주인공 진이(이나영)를 대하는 태도의 경박함은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툭하면 허락도 없이 입을 갖다대는가 하면, 위험한 장소에 끌어들여서 미끼로 사용하고 혼자 달아나더니만 그녀가 실컷 얻어맞고 굴욕을 당한 후에야 ..
'도망자 Plan.B'가 어느 새 5회를 넘겼습니다. 총 20부작이니 벌써 1/4이 지나간 셈입니다. 스토리가 탄력을 받기 시작하니 갈수록 재미있어진다는 느낌은 확실히 드는군요. 멜기덱의 정체를 쫓는 지우(정지훈)와 진이(이나영)의 다이내믹한 추격은 오늘도 계속되겠지요. 그들의 뒤에는 끊임없이 지우를 쫓는 도수(이정진)와 그의 부하들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쫓고 쫓기는 드라마인데, 숨막히는 질주 속에서 아주 조금씩 드러나는 멜기덱의 정체가 점점 더 흥미를 자극합니다. "네가 멜기덱이냐?"고 묻는 진이를 비웃으며 황미진(윤손하)은 "멜기덱은 사람이 아니야. 그때 그때 나타나는 얼굴이지. 이 애도 멜기덱, 저 애도 멜기덱~" 이라고 대답했지만, 설령 사람의 이름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들의 모든 움직임을 조종하는..
4회부터 '도망자'의 스토리에 탄력이 붙기 시작한 느낌입니다. 초반에는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인물들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이 산만했고, 3회까지는 지우(정지훈)와 도수(이정진)의 쫓고 쫓기는 액션을 과다하게 보여 주느라 정작 스토리의 진행은 약간 정체되어 있었지요. 그러나 4회에서는 주인공들이 일본에 도착하여 황미진(윤손하)과 히로키를 만나면서 드라마는 한결 흥미로워졌습니다. 물론 대한민국에 앉아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조종하고 있는 실력자 양두희 회장(송재호)을 제외하면 안 되겠지요. 아직도 멜기덱의 정체는 모호하지만, 그 하부조직으로 보이는 거물들이 속속들이 등장하니 긴장감이 배가되는군요. 지나치게 가벼워 보여서 거부감이 들었던 정지훈의 연기도 갈수록 괜찮아 보입니다. 초반에 캐릭터의 특징을 확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