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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가상과 실제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며 시청자에게 달콤한 연애의 환상을 선물해 온 '우리 결혼했어요' (이하 '우결')가 최근 출연자들의 잇단 열애설로 몸살을 치르고 있다. 어찌 보면 '우결'은 남녀 연예인들이 정해진 대본에 따라 만나고 정해진 날짜에 촬영하는 일종의 '변형된 드라마'라 해도 좋을 프로그램이다. 아무리 달달한 연애와 결혼 생활을 보여준다고 해도 그것은 가상일 뿐 현실이 아님을 시청자들 역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짜 연애와 결혼 생활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벌써 7년째 롱런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어쩌면 갖가지 이유로 연애와 결혼이 힘들어진 젊은 세대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충족시켜 주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를 가리켜 '삼포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한지는..
특정 기사에 따르면 원래 '나는 가수다2'의 MC는 가수 이소라로 확정되었으나, 최종적으로 의견 조율을 할 때 김영희 PD와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서 그만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김영희 PD 측에서는 이소라가 MC로 확정된 상태는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이소라가 아무런 출연 계획도 없는데 리허설 현장에 나타나서 곳곳을 세심히 살펴보며 참견했다는 것은 그녀의 성격상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되는군요. 아무리 '나는 가수다2'에 대한 관심이 크다 해도 스스로 참여할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 그렇게까지 할만큼 오지랖 넓은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확실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이소라의 합류는 어떤 식으로든 예정되어 있었는데 마지막 순간에 엎어진 것이 맞는 듯합니다. 만약 이소라가 MC로 확정되었던 것이..
문근영과 장근석의 출연만으로도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이 결국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쓸쓸한 종영을 앞두었습니다. 역시 결정적 원인은 '대본의 부재(不在)'라고 해야겠군요. 중간에 작가를 교체하는 진통까지 겪으면서 어떻게든 살려 보려 했으나, 남이 시작한 작업을 중간에 이어받아서 훌륭한 작품을 뽑아낸다는 것은, 다른 분야에서라면 몰라도 예술 분야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일입니다. 더구나 잘 나가고 있는 와중에 이어받은 것도 아니고 거의 회복 불능의 상태에서 이어받은 거였으니까요. 그러므로 후반에 집필을 맡은 고봉황 작가에게 책임을 물어선 안될 것 같고, 굳이 탓한다면 초반의 인은아 작가가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기본적 방향에 대해 감독과 의견 일치를..
사랑스런 청정소녀 위매리(문근영)와 매력적인 보헤미안 강무결(장근석)이 드디어 진짜 사랑에 빠졌습니다. 일단 두 사람의 모습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그림은 아주 예쁩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고 할 만큼 최상급의 비주얼이에요. 얼마 전 '도망자 Plan.B'에서 이나영과 다니엘 헤니가 만들어내던 그림도 아름답긴 했는데, 그들과는 또 아주 다른 느낌이지요. 문근영과 장근석은 다 큰 어른들이면서도 어딘가 소년 소녀같은 이미지를 풍기거든요. 특히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듭니다. 문근영이 최강 동안인 데다가 세상 물정에 어둡고 지극히 순수하기만 한 위매리와 강무결의 캐릭터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런데 매리는 현재 호적상 유부녀이며, 두 남자 사이에서 본의 아니게 이중결혼까지 한 상태로..
아버지는 나에게 신이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자애롭고도 가혹한 그 신에게 철저히 길들여졌다. 세상 어느 곳으로 달려가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보다 키가 커진 지금도 나는 여전히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나의 뜻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이, 거대한 신의 손에 조종당할 뿐이다. 끝없이 지속될 것 같던 반항을 포기하는 순간부터 내 삶은 평온해졌다. 기쁨도 슬픔도 없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내가 결혼을 누구와 하든, 나의 아내라기보다는 아버지의 며느리일테니 그것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아버지의 선택이 좀 뜻밖이긴 했지만, 유리집에 갇혀 인형처럼 살아 온 나 같은 여자보다는 나아 보였다. 주변에서 그렇게 꼭 닮은 커플들을 적잖이 보는데, 인형 두 개가 나란히 부부랍시고 걸어다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