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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뜨거운 씽어즈'는 평균 연령 57세의 중견, 노년 배우 15명으로 이루어진 합창단이다. 그 동안 다수의 참신한 음악 예능을 만들어 온 JTBC에서 새로 시작된 프로그램인데, 개인적으로는 그 중에서도 가장 역대급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평생 연기만 해 왔던 배우들이, 연기가 아닌 오직 노래만을 하기 위해서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신선하거니와, 출연하는 배우들이 정말 그 이름만으로도 귀가 번쩍 뜨일 만큼 쟁쟁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두 명의 원로 여배우, 86세의 김영옥과 82세의 나문희는 그 자리에 함께 하는 존재만으로도 가슴이 든든하고 따스해진다. 일단 15명의 출연진을 소개해 본다. 제작진은 한 사람마다 재치있는 별명을 붙여서 첫 만남의 어색함을 재미있게 풀어가 보려 시도한 듯하다. 김영옥(아들딸이..
최근 KBS는 '해피투게더3'의 대대적인 개편 소식을 알렸다. 박미선과 김신영이 하차하고 전현무가 새 MC로 합류하며, 기존 사우나 토크 방식에서도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대는 거의 생겨나질 않는다.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 모르나, 박명수가 남아있는 한 새로운 느낌은 전혀 들지 않을 것 같다. 유재석과 박명수의 조합에서 더 이상 무슨 신선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게다가 전현무 역시 그간의 과도한 이미지 소비로 너무 낯익은 인물이 되어버렸기에, 이제는 그가 나와서 어떤 말과 행동을 할지 안 봐도 다 알 것 같다. 기껏 열심히 개편이라고 한다지만, 보기 전부터 식상한 느낌이 확 든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도 있듯이, 오랫동안 지루함의 늪에 빠진 목요일 밤 ..
이번 주에 방송된 '비정상회담 - 티끌 모아 부자?' 편에서는 이제껏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진풍경이 발생했다. 각기 다른 문화 속에 성장한 세계 각국의 청년들이 모여 민감한 이슈에 관해 토론하는 만큼 일촉즉발의 분위기는 흔히 조성되곤 했지만, 누군가가 정색을 하며 불쾌감을 드러내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더욱이 감정 조절에 실패한 그 멤버가 항상 차분하고 이성적이던 타일러(미국)였기 때문에 생소한 느낌은 더욱 크게 다가왔다. 게다가 타일러의 기색이 심상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유럽 연맹'을 결성하여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대다수의 모습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로빈(프랑스)에게서 비롯되었다. '부자'에 관한 토론을 하던 중, 로빈은 자기 나라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명품 시계를 과시하는 듯한 모습을..
'비정상회담' 제22회의 안건은 '차별'이었다. 직장 내 성차별로 승진의 기회가 막혀 이직을 고민중이라는 한국 여성의 안건을 주제로 G10의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 주 '비정상회담'은 더욱 더 유익하고 감동적이었다.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모여 수많은 종류의 차별과 그에 대처하는 자세를 진솔히 털어놓으니 귀 기울여 듣고 배우며 본받을 내용이 무척 많았다. 그 중에도 특별히 내 마음에 깊이 와 닿았던 장면들은 다음과 같다. 다니엘은 자신의 조국 독일의 역사를 이야기하던 중, 아주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지나가듯이 말했다. "1차 대전 때 사실 독일이 잘못했잖아요, 그래서..." 독일인인 다니엘이 수많은 외국인들 앞에서 그토록 선선하게 독일의 과거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니, 무척이..
'히든싱어' 시즌3의 개막을 앞두고 그 전야제(?)가 한창이다. 시즌1과 시즌2의 출연 가수들이 나와서 저마다 시즌3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는가 하면, 시즌3의 첫번째 포문을 열게 될 가수 이선희를 중심으로 몇몇 후배 가수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며 함께 노래하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한 번도 블로그에 포스팅한 적은 없었지만 '히든싱어' 시즌1, 2의 열혈 애청자였던 나에게 시즌3 자체는 물론 그 전야제까지도 놓칠 수 없는 보물같은 방송이었다. 가수 이선희, 김경호, 백지영, 임창정, 그리고 사회자 전현무와 패널 송은이가 함께 한 방송은 매우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김경호, 백지영, 임창정 모두 이 시대 최고의 가창력을 자랑하는 가수들이지만, 선배 이선희를 향한 그들의 경외심은 형언하기조차 어려..
지난 주에는 오랫동안 고정 출연하던 가수들이 무려 4팀이나 한꺼번에 하차했고, 이번 주에는 그 자리를 채워줄 새로운 가수들이 등장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임태경의 하차가 무척이나 아쉬워서 앞으로 '불명2'를 시청하는 재미가 대폭 줄어들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다행히도 '울랄라세션'이 고정으로 합류하면서 토요일 저녁의 화려한 축제는 계속 이어지게 될 듯하군요. 어떤 노래를 불러도 클래시컬한 느낌이 들던 임태경과 달리 울랄라세션은 어떤 노래든간에 가장 대중적이고 현대적인 해석을 보여주니, 그들의 상반되는 색채로 인해 축제의 빛깔도 달라졌습니다. 임태경이 눈 덮인 크리스마스의 하얀빛이라면 울랄라세션은 한여름 바다의 짙은 푸른빛이라고나 할까요? 그러고 보니 벌써 6월... 여름의 시작이네요. 알리의 빈자리는 소냐가..
'나는 가수다' 시즌2는 여전히 전쟁터이지만, 순위와 탈락의 부담이 없는 '불후의 명곡2'는 점점 더 흥겨운 축제의 장이 되어가고 있군요. 특히 전설 '윤복희-윤항기' 편은 깊은 감동을 주면서도 아릿한 슬픔이 느껴졌고, 한편 아쉬우면서도 한편 흐뭇한 것이 마치 기나긴 축제의 마지막 밤처럼 느껴졌습니다. 오랫동안 '불명2'의 가족으로 함께 해 온 가수들이 무려 4팀이나 한꺼번에 잠정휴식을 선언하고 하차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탈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야 있겠지만, 그래도 이별은 이별인지라 허전함을 달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에 출연한 6팀의 무대는 모두 알차고 훌륭했습니다. 하차하는 가수들이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여 마지막 무대를 준비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남..
김구라가 하차한 뒤 처음으로 방송되는 '불후의 명곡2'는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새 MC로 합류한 전현무의 어리버리 좌충우돌 적응기도, 어떻게든 전현무와 손발을 맞추어 진행해 보려는 문희준의 몸부림도, 평소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입담과 재치로 무대를 장악하는 신동엽도, 전부 다 흥미로웠어요. 전현무가 김구라의 자리를 제대로 메꾸기는 좀 어려워 보이지만, 일단은 성공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싶군요. 대기실에서는 MC들뿐만 아니라 출연 가수들까지 한 마음으로 뭉쳐 김구라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는데, 그 가족적인 모습이 참으로 훈훈하고 좋았습니다. 이번 주의 전설은 80~90년대의 전설적인 명곡들을 수없이 탄생시킨 작사가 이건우였습니다. 원래 작사가나 작곡가가 출연하면, 가수가 전..
성시경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오직 여성 팬들을 위해 최적화된 남자 가수처럼 보였습니다. 달콤하고 부드럽다 못해 느끼하기까지 한 목소리는 노래할 때만이 아니라 말할 때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 밤, 성시경입니다'를 진행할 무렵 "잘 자요~" 라는 특유의 마무리 인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지요. 불특정 다수의 청취자를 향해 마치 연인에게 하는 듯한 속삭임으로 건네는 그 인삿말을 가끔씩 듣게 되면, 저는 소름 돋는 민망함에 진저리를 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극도의 오글거림을 즐기며 웃을 수도 있었습니다. 의외로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더라는 말이죠..^^ 그런데 같은 남자들이 듣기에는 정말 재수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ㅎㅎ 하여튼 꽤나 특이한 분위기를 풍기던 성시경을 저는 썩 ..
'해피투게더' 200회 특집에서 가장 제 눈을 사로잡은 사람은 김신영이었습니다. 언젠가 김신영의 선배이자 스승으로서 이영자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신영이는 개그우먼으로서 정말 훌륭한 재능을 지녔고 열심히 하니까 앞으로도 계속 잘 될 거예요. 그런데 신영이가 정말 여자로서도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대견하면서도 걱정이 돼요. 직업적인 성공도 중요하지만 여자로서의 행복도 중요한데..." 그리고 이번에 함께 출연한 정선희 또한 김신영을 가까이에서 겪어 보니까, 예능인으로서 적합한 성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의외로 내성적이고 어두운 면도 많고, 무엇보다 인생에 대해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다면서 말이지요. 그토록 깊은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개그를 위한 아이디어들을 무궁무진하게 짜내는 걸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