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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드라마 '모범택시' 11회는 뜻밖에도 왕 수사관(이유준)이 시체로 발견되며 충격적인 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을 수사중이던 검사 강하나(이솜)는 시신 유기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용의자 구영태(이호철)의 측근인 심우섭(정강희)을 정보원으로 포섭했다. 심우섭은 구영태를 취하게 만들어 정보를 얻어내는 데 성공하지만 강하나에게 전화로 그 사실을 보고하던 중 구영태와 그 쌍둥이 형인 구석태에게 발각되어 쫓기는 처지가 되고 만다. 통화 중에 위험을 감지한 강하나는 휴대폰 신호가 잡힌 경동시장으로 즉시 심우섭을 구하러 출동한다. 도중에 수사관 왕민호(이유준)와 통화하는데...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심우섭의 안전이에요" "알고 있습니다. 제가 꼭 지키겠습니다!" 언제나 강하나의 곁에서 커다란..
'비밀의 문' 7회에 처음 등장한 김무(곽희성)는 외로운 들개처럼 처연하고 위험해 보였다. 그는 현직 영의정이며 노론의 영수인 김택(김창완)의 버려진 자식이었다. 기생첩에게서 태어나 평생 바람처럼 떠돌던 그를 김택이 불러들였을 때, 그는 아비에게 인사를 올렸다. "오랫동안 격조하였습니다, 대감마님!" 어쩌다 칼 쓰는 법을 익히고 살수가 되었는지, 김무의 사연은 다뤄지지 않았다. 세도가의 얼자이며 기생의 아들로서 세상 어떤 집단에도 속할 수 없었던 그의 척박한 삶을 어림짐작할 뿐이다. "이제는 그저 사냥이나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대감의 청을 받들지 않을 것입니다!" 아비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아들은 반항했다. 그러나 아비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너를 찾아 불러올리느라 애 좀 먹었다. 따라 나서거라. 갈 ..
현재 tvn에서 방송중인 '삼총사'는 인조(김명수)와 소현세자(이진욱)의 이야기를, sbs에서 방송중인 '비밀의 문'은 영조(한석규)와 사도세자(이제훈)의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이다. 특히 '비밀의 문'은 '뿌리깊은 나무'의 세종 이후 3년만에 영조로 변신한 한석규의 귀환으로 화제를 모았던 2014년 하반기 최대 기대작이었다. 그러나 한석규의 명품 연기에도 불구하고 '비밀의 문'은 대본과 연출의 미흡함으로 대중의 혹평과 시청률 하락에 시달리고 있으며, 반면 '삼총사'는 제법 탄탄한 구성과 신선한 재미를 선보이고 있음에도 케이블의 한계와 주 1회 방송의 핸디캡 때문인지 작품 수준에 적합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비밀의 문'에는 '의궤 살인사건'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극 초반 세..
아찔하도록 매력적이었던 '뿌리깊은 나무'의 세종 이후 3년만에 임금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한석규를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다는 감사한 사실만으로도 '비밀의 문'을 향한 기대는 한껏 높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월화드라마 라인의 폭망으로 지루함에 시달려 온지가 벌써 수개월째라 '믿고 보는 한석규'의 귀환은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기대가 지나치게 컸던 모양이다. 나는 원래 김영현 작가의 사극 매니아이며 상대적으로 윤선주 작가의 작품을 선호하지는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불멸의 이순신' 등 높이 평가받는 작품을 많이 쓴 작가이니 한석규와의 호흡을 기대할만 하겠다 생각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솔직히 기대에는 못 미친 느낌이었다. '비밀의 문' 초반 전개는 영조의 즉위와 관련된 비밀 문서 '..
기본적으로 영화는 남주인공 이승민(엄태웅)의 감정선을 따라 진행됩니다. 그래서 얼핏 보면 아련한 첫사랑을 추억하는 남자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긴 여운을 되짚어 볼수록 이 영화의 초점은 오히려 객체로 표현된 여주인공 양서연(한가인)에게 맞춰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어느 분의 칼럼을 읽으니 남자의 기억 속에 첫사랑이 '여신'이면서 동시에 '쌍년'이기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의식적인 자기보호막 때문이라더군요. 아직 어렸기에 모든 것이 낯설고 미숙했던 시절, 세월이 흐른 후 돌이켜 보면 등골에 식은땀이 흐를 만큼 못나고 찌질했던 시절의 자신을 차마 그대로 인정할 수 없기에, 잃어버린 첫사랑에 대한 책임은 온통 그 '쌍년'에게로 돌아가야 하는 거라고 말이죠. 어쩌면 영화 속 이승민은 남자들의 그러한 심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