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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수목드라마 대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내가 선택하고 잔뜩 기대하던 작품은 '별에서 온 그대'였다. 하지만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별그대'는 나에게 큰 실망을 안겨 주었다. 강경옥 작가의 만화 '설희'와의 저작권 분쟁도 가볍게 생각할 수 없었지만, 그보다는 부실한 스토리가 훨씬 더 큰 문제였다. 메인 스토리의 갈등 구조와 에피소드가 지나치게 단조로움을 느끼며 계속 지루해하던 나는 새로 시작한 김현중 주연의 '감격시대 : 투신의 탄생'에도 살짝 눈길을 돌려 보았지만 또 실패였다. 10여년 전에는 '야인시대'를 매우 즐겨 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와 비슷한 '감격시대'에는 왠지 집중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절대 내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처음부터 눈길도 안 주던 '미스코리아'를 중간쯤부터 보기..
이번 주에 김태균이 소개한 사연은 날마다 공부는 하지 않고 연예인을 비롯한 만화 캐릭터 등의 성대모사 연습에 여념이 없는 고등학생 아들 때문에 걱정이신 어머니의 사연이었습니다. 사연의 주인공이 등장하기 전에, 방 안에서 혼자 이불을 덮어쓰고 성대모사 연습중인 아들의 모습을 몰래 찍어서 보내신 어머니의 영상이 증거 자료로 제시되었습니다. 그런데 실력이 상당하더군요. 특히 이선균과 김경진의 목소리는 너무 똑같아서 저절로 탄성이 터져나올 지경이었습니다. 개그맨 중 성대모사의 달인이라 할 수 있는 정성호나 서경석과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을만한, 아마추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의 레벨이었습니다. 사연의 주인공이 등장하자, 김태균이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영상을 보니까 아드님이 굉장히 잘하시는데요!" 그러자 어..
의학 드라마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끌리는 작품이 있습니다. 2007년의 '하얀 거탑'이 그러했고, 이제 2011년 초겨울에 새로 시작된 '브레인'이 또한 그렇습니다. 지난 주에 1~2회를 보면서도 느낌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는데, 특히 어제 시청했던 3회는 저의 개인적인 기억과 맞물려 상당한 호기심과 흥미를 자아냈습니다. 주인공 이강훈(신하균)의 캐릭터에 제가 몰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릴 듯합니다. 이 인물에게는 변화가 예정되어 있거든요. 신경외과 전임의(펠로우) 2년차인 이강훈은 개천에서 난 용이며 욕망의 화신입니다. 아직까지는 '하얀 거탑'의 주인공이었던 장준혁(김명민)과 흡사합니다. 모두가 장준혁에게 열광할 때 저는 끊임없이 고개를 저었지요. 의사도 인간이기에 출세하고 ..
이번 주 '놀러와'는 '진짜 남자의 자격'이라는 주제로 4명의 중견 남자배우가 출연했습니다. 박중훈, 김정태, 이선균, 이성민이었는데, 사실은 그들이 함께 찍은 영화 '체포왕' 때문이었지요. 박중훈의 예능감이야 원래 자타가 공인하는 바이지만 이번에 특별히 더 빛난 게스트는 김정태였습니다. 그는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이미지를 쇄신해 보고자 마음을 굳게 먹고 출연한 듯했어요. 원래 이렇게 대놓고 티를 내면 인위적인 느낌 때문에라도 거부감이 들게 마련인데, 원래부터 제가 김정태라는 배우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인지 좀 오버하는 모습조차 자연스럽고 괜찮아 보이더군요. 오랜 무명 시절을 거친 배우 김정태는 장동건과 함께 출연했던 영화 '친구'에서 악역 유오성의 부하인 '도루코' 역으로 눈길을 끌며 존재..
MBC의 새 월화드라마 '파스타'는 아무래도 전작인 '선덕여왕'의 후광을 입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1회는 좀 유치하긴 해도 신선하고 상큼한 느낌이 있었는데, 2회는 유치함만 더해지고 산뜻함은 퇴색되었네요. 공효진과 이선균, 둘 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배우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현재까지 별로 매력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억척스러운 캔디 공효진의 캐릭터 '주방보조 서유경'은 그저 어디선가 많이 본 듯 식상할 뿐 특별한 점을 찾아볼 수 없고, 그나마 약간의 신선미를 띠고 있는 이선균의 캐릭터 '셰프 최현욱'은 어설픈 마초로서, 이선균의 매혹적인 목소리 톤에 어울리지도 않게 버럭질만 해대느라 정신 없습니다. 원작이 있는 드라마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여러가지 설정 자체가 참으로 유치합니다. '선덕여왕'이..
제가 만약 2007년 초에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었다면, 저는 '하얀 거탑'의 장준혁 캐릭터에 대해서 거침없이 비판을 해댔을 것이며, 어쩌면 지금 제가 '하이킥'의 황정음 캐릭터를 비판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위가 되었을 것입니다. 장준혁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현실적이기는 하지만 옳지는 않은" 캐릭터였습니다. 당시 '장준혁 신드롬'의 선풍적 인기를 기억하십니까? 그 장준혁 신드롬에 정면으로 대항할 수만 있다면, 저는 하고 싶었습니다. 연기자 김명민에 대해서야 감탄과 존경을 금할 수 없는 마음이 저도 남들과 똑같았으나, 장준혁 캐릭터에 대해서만은 남들과 다른 의견이었습니다. 장준혁은 명의(名醫)였지만, 인의(仁醫)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의사도 사람이기에, 자기 자신의 일이 환자보다 우선일 수밖에 없음..
이하루(민효린)와 장현태(윤계상) 등의 이기적인 사랑에 질려서 외면하겠다고 생각했으나, 종영을 앞두고는 어떻게 마무리될지 궁금한 마음에 다시 '트리플'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저 관성에 이끌리듯 무심한 시선이었을 뿐이나, 역시 주인공 이하루의 이유를 알 수 없는 급작스런 감정선의 변화 등으로 인해 기대감이 전혀 없었음에도 약간의 실망을 안겨준 최종회였다. 그나마 가장 현실적이고 크게 지탄받을 일 없었던, 나름대로 상큼했던 조해윤(이선균)과 강상희(김희) 커플은 쌍둥이를 낳아 평범한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지나치게 자기 중심적이고 자유로워 보이던 상희가 아이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쏟아붓는 평범한 엄마로 변신한 것은 일견 흐뭇하기도 했다. 장현태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대쉬로 지탄받았던 윤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