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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부모와 자식의 사랑이 엇갈린다면 당연히 승리는 아이들에게로 돌아갈 거라고,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진행과정과 스치듯 보여진 몇 차례의 화면을 통해서, 왠지 청춘커플의 미래가 밝지 못하다고 느낀지가 꽤 되었지요. 아니나 다를까, 이 착한 아이들은 부모의 못 다 이룬 사랑을 위해서 자신들의 사랑을 포기했습니다. 하긴 서인하(정진영)와 김윤희(이미숙)의 사랑에는 무려 32년이라는 세월의 무게가 얹혀져 있으니, 그 사랑의 직접적 피해 당사자(?)인 백혜정(유혜리)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차마 대놓고 나서서 반대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요. 그런데 14회 엔딩 무렵에 밝혀진 서인하의 비밀은 살짝 충격적이었습니다. 반전이라면 대반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며, 자식을 위해 부모가 희생..
경쟁 프로그램인 '강심장'이 신동엽과 이동욱을 새 MC로 맞이하여 야심찬 새출발을 선언함에 지나친 위기감을 느꼈던 걸까요? 가장 훈훈하고 편안한 토크쇼 중 하나였던 '승승장구'가 갑자기 상상초월할 정도의 자극적인 카드를 내놓았습니다. 이상해-김영임 부부가 게스트로 출연한 이번 주 방송은 그 어떤 공포영화보다도 더 무서운 충격 실화들의 향연이었습니다. 너무 끔찍해서 제발 농담이었다고 말해주길 바랐지만, 이상해는 모두 사실이라고 인정하며 지금은 후회하고 있노라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결혼 전, 이상해는 김영임에게 2년 동안 꾸준히 대쉬를 했으나 김영임은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김영임을 자기 여자로 만들기 위해서 이상해가 선택한 방법은 '납치'였습니다. 영업용 택시 한 대를 대절해서 그녀가 돌아오는 시간에 ..
시대 배경이 현재로 넘어오고 서준(장근석)과 정하나(윤아)의 산뜻한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드라마의 분위기는 한 순간에 싹 달라졌습니다. 4회까지의 견딜 수 없는 답답함에서 벗어난 것은 좋은데, 일본 올로케로 진행된 5회에서는 약간의 거부감을 떨칠 수 없더군요. 물론 북해도의 절경은 아름다웠지만, 일본의 여행지 곳곳을 친절하게 소개하듯이 보여준 것도 모자라, 하필이면 남녀 주인공의 역사적인 첫 만남을 거기서 처리하고, 남녀가 다이아몬드 스노우를 함께 보면 사랑하게 된다는 전설까지 등장하니까, 이건 뭐 완전히 일본 드라마 같았거든요..;; 하지만 어차피 일본 수출용이고, 자본의 힘을 무시할 수도 없으니 대충 이해해야겠죠. 6회에는 비로소 모든 등장인물이 2012년 현재, 한국으로 모이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사랑비'를 3회까지 시청했지만, 남주인공 서인하(장근석)의 매력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그 시대의 사랑 방식은 대부분 그랬었다고 아무리 변명해봤자, 이 시대 시청자들의 눈에는 답답하다 못해 찌질해 보일 뿐입니다. 김윤희(윤아)의 마음이 자기에게로 향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친구 이동욱(김시후)과 잘 됐으면 좋겠다는 둥, 사귀게 되어서 축하한다는 둥 속터지는 소리만 늘어놓더니, 자원입대 신청을 해놓고서야 비로소 그녀에게 자기 마음을 고백하는 태도는 백 번 이해할래도 이해할 수 없더군요. 그건 정말 이기적인 행동이었어요. 자기는 어차피 떠날 거면서, 왜 윤희를 부담스럽게 하는 거죠? 동욱과 잘 되기를 바랐던 마음이 진심이라면 아무 말 없이 떠났어야 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동욱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이제껏 ..
새로 시작하는 월화드라마 중 일찌감치 '사랑비'를 정해 놓고 기다리면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남주인공 '서인하'의 캐릭터였습니다. 여성 시청자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멜로드라마의 특성상 남주인공의 캐릭터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고, 또래 남자 배우들 중 최강으로 손꼽히는 장근석의 안정적인 연기력이 더해진다면 진짜 멋있을 듯 싶었거든요. 게다가 상대역인 윤아는 외모에서부터 순정만화 여주인공의 모습 그대로이니, 저는 오랜만에 복고풍 정통 멜로에 푹 젖어들 생각을 하며 벌써부터 약간 설레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이런 종류의 감성 멜로 드라마를 볼 수 없었기에, 2006년 '봄의 왈츠' 이후 6년만에 재결합한 오수연 작가와 윤석호 PD가 다시 한 번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기를 소망하고 있었지요. 일단 미적(美的) 감각..
제가 특별히 좋아하는 김영현 작가의 새로운 사극 '뿌리깊은 나무'가 시작되었습니다. 조선 초기 세종조의 한글 창제에 얽힌 비화들을 추리, 액션 등과 결합하여 독특하게 풀어나갈 듯합니다. 초반의 기세가 만만치 않은데, 이번에는 정말 기대를 걸어봐도 괜찮겠지요? 작가의 이름 때문에 신뢰가 가기는 합니다만, 최근 들어 제법 큰 기대를 가졌던 두 편의 사극에 차례로 실망한 뒤인지라 불안한 마음 또한 적지 않습니다. '계백'은 '상도'와 '다모' 등을 집필했던 정형수 작가의 작품이며, 아역들이 등장하던 초반의 느낌이 아주 좋았습니다. 게다가 주인공 계백의 아버지로 나왔던 차인표의 열연이 더욱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성인 연기자들로 교체되면서 어딘가 심상찮은 삐걱거림이 시작되더니, 중반을 지나 후반으로 달려가..
제 생각일 뿐이지만, 아마도 유재석은 자신에게 붙여진 수많은 별명 중에 '메뚜기'를 가장 편안해하고 '유느님'을 가장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메뚜기'는 무명의 그를 국민 개그맨으로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만큼 가장 애착이 가고 정겨운 이름일 거예요. 하지만 그를 한껏 추켜세우다 못해 인간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만들고, '하느님'과 동격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별명 '유느님'은, 언제나 겸손과 깊은 배려심으로 자신을 낮추는 유재석에게 있어서는 적잖이 불편한 이름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강호동의 걷잡을 수 없는 추락과 동시에,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MC로서 대체 불가능한 1인자 자리를 확고히 차지한 유재석이지만, 그의 성격상 '유느님'이라고 불리는 것을 결코 달가워하지는 않을 듯해요. 그런데 ..
저는 병원이 주무대로 등장하는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좀 더 간단하고 솔직히 말한다면 병원 자체를 매우 싫어한다고 하겠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병원에 대한 거부감이나 공포증을 갖지 말아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런 것이 좀 있습니다. 하여튼 그래서 주인공이 시한부 환자로 등장하는 '여인의 향기'를 처음엔 안 봤습니다. 1회에 잠깐 틀어보긴 했지만 병원 장면들이 너무나 생생한 데다가, 결과는 어차피 불치병에 시한부로 나올 것을 알고 있는데, 젊은 여주인공이 병원의 차가운 기계 속에 몸을 눕히고 검사받는 장면은 더욱 끔찍하기만 해서 진저리를 치며 채널을 돌려버렸습니다. 1~2회 방송 후 쏟아져 나오는 리뷰들을 읽으니, 일본 관광 상품을 홍보하는 느낌이 든다고들 하기에 역시 안 보길 잘했다 싶었습니..
나는 시트콤을 매우 좋아한다. 일반 드라마보다도 예능 프로그램보다도 더 좋아하는 장르가 시트콤이다. 그런데 시트콤이라는 장르는 자칫 잘못 만들면 웃기지도 못하고 감동도 주지 못한 채 딱한 모양새로 주저앉기가 일쑤이다. 하지만 김병욱 PD의 작품은 한 번도 실망을 준 적이 없다. 김병욱의 시트콤은 언제나 꽉 짜여진 구성과 독특한 인물들의 확실한 캐릭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일부러 웃기려고 하지도 않는다. 각각의 캐릭터가 성공적으로 구현되니까 자연스럽게 웃음이 발생한다. 또 김병욱 시트콤의 특징 중 하나는 웃음과 동시에 슬픔과 감동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방송 내내 유쾌하게 진행되던 시트콤을 몇 번씩이나 새드엔딩으로 마무리함으로써 충격을 주기도 했다. 1. 순풍 산부인과 (SBS 1998~2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