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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복수극의 지존이라는 엄태웅의 칭호는 지극히 당연한 것임이 입증되었습니다. 차가운 복수심에 불타는 남자의 내면을 이보다 더 리얼하게 연기하는 배우가 있을까요? 특히 이번에는 처음으로 맹인 연기에 도전함에 있어 많은 연구와 노력을 했음이 엿보입니다. 눈을 뜨고 있되 앞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의 공허한 눈동자를 얼마나 실감나게 표현했는지, 각종 포털의 인기 검색어에는 '엄태웅 동공연기'라는 단어가 떠올랐군요. 엄태웅은 눈동자뿐만 아니라 표정과 몸짓과 언어 등,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이용하여 갑작스레 눈이 멀어버린 사람의 절망과 공포를 나타냈고, 차츰 기억이 떠오르면서 가슴 속 깊은 곳에 싹트기 시작하는 통렬한 분노와 복수심을 형상화시켰습니다. 엄태웅의 명품 연기와 더불어 '적도의 남자' 5회는 방송 시간..
2012년 3월21일 수요일, 공중파 3사에서 일제히 새로운 수목드라마가 방송되며 제2차 대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제1차 대전에서는 MBC의 '해를 품은 달'이 싱거울 만큼 큰 편차로 경쟁작들을 따돌리며 압승을 차지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2차 대전의 결과가 더욱 궁금합니다. 제가 선택한 1순위는 KBS '적도의 남자'이고, MBC '더킹 투하츠'가 그 뒤를 잇습니다. '더킹 투하츠'도 놓치기는 너무 아까운 생각이 들어서 꼬박꼬박 볼 생각인데, 아무래도 SBS '옥탑방 왕세자'까지 욕심내기는 힘들 것 같군요. '적도의 남자'는 김인영 작가가 2008년 화제작 '태양의 여자'를 남성 버젼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첫방송을 볼 때는 '태양의 여자'보다는 김지우 작가의..
'대물'은 여러모로 참 시끌시끌한 드라마입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출연을 강행하는 권상우 때문에 방송 전부터 말이 많더니만, 뚜껑이 열리고 난 후에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현실에 가까운 설정들로 놀라움을 자아냈습니다.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선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것은 결코 저만의 느낌이 아니었던 모양이에요. "위험한걸!" 하고 생각하기가 무섭게 '대물'은 총 26부작 중 겨우 4회까지 방송되고 나서 작가와 PD가 모두 교체되는 대파란을 겪었습니다. 저같이 눈치없는 사람이 보기에도 뭔가 심상치 않은 낌새는 분명하지만, 제작진 내에서의 의견 충돌 및 과다 업무 등의 문제로 그렇게 된 것일 뿐 외압은 없었노라고 그들 자신이 말하고 있으니, 추측만으로 단정짓고 뭐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