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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2012년 '추적자 THE CHASER'의 신선한 충격은 박경수 작가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와 기대를 한껏 높여주었다. 비록 2013년 '황금의 제국'은 전작만큼의 화제성과 시청률을 확보하지 못했으나, 인간의 내면을 무섭도록 냉정하고 끈질기게 파헤치는 작가의 묵직한 필력은 매니아들을 충분히 만족시켰다. 그 후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4년도 막바지에 이른 겨울, 드디어 고대하던 '펀치'가 방송되기 시작했다. 공중파와 케이블을 통틀어 100편이 넘는 드라마가 제작되었으나 그 중 깊은 인상을 남긴 수작은 1~2편에 불과했던 2014년의 혹독한 드라마 기근에 '펀치'는 과연 단비로 내려줄 수 있을까? 첫방송을 시청한 소감을 말하자면, 전작들에 비해 상당히 전형적인 구도를 지니고 있어 신선함은 느낄 수 없..
세상의 주인이 사람에서 돈으로 바뀐지는 한참 되었다지만, 드라마에서까지 너무 돈 이야기만 해대니 질린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건 제목부터가 '돈의 화신' 이라 처음부터 거부감이 들었던 작품이지요. 그런데 무심결에 보게 된 예고편에 낚여서 홈페이지에 들어가 살펴보니 생각보다는 흥미로운 드라마가 될 수도 있겠다 싶어 선뜻 1회를 시청했습니다. 일단 출발은 괜찮았어요. 돈 때문에 발생하는 원한과 음모,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주인공은 기억상실증에 걸리는 등, 흔해빠진 설정들도 적지 않았지만 의외로 느낌은 신선하더군요. 드라마 '자이언트'와 '샐러리맨 초한지'를 집필했던 작가 장영철, 정경순 부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신뢰가 갑니다. 대단한 수작(秀作)이 될 수 있을지 어떨지는 몰라도 최소한 껍데기뿐..
'유령' 11~12회에서는 이 드라마의 절대악이며 모든 범죄의 배후조종자인 조현민(엄기준)의 과거가 드러났습니다. 김은희 작가의 전작 '싸인'의 절대악이었던 강서연(황선희)은 선천적 사이코패스에 가까워 사람을 죽이는 데에 타당한 이유가 없었지만, 조현민은 전혀 다르게 설정되었군요. 물론 지극히 냉혹하며 무차별적이라는 면에서는 강서연과 별 차이가 없고, 그 스케일에 있어서는 강서연을 능가하는 수준이므로 사회에 전체적으로 끼치는 해악은 조현민이 훨씬 크다 하겠지만, 그를 희대의 악마로 만들어 버렸던 13년 전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니, 저는 조현민을 탓하기에 앞서 이 썩은 사회와 인간의 추악함에 치를 떨지않을 수 없었습니다. 1999년, 세상은 한 건의 빅뉴스로 떠들썩해졌으니, 바로 세강그룹 회장 조경문이 무..
그들의 줄다리기는 이미 너무 오래 끌어 온 경향이 있었습니다. 총 60부작의 긴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매번 비슷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언제부턴가 긴장감도 살짝 떨어지고 지루한 느낌마저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성모(박상민)를 대략 20년 동안이나 최측근으로 데리고 있었지만 그를 진심으로 믿지 않는 조필연(정보석)은 바늘 끝만큼의 꼬투리라도 있으면 언제나 의심의 눈초리를 번뜩이며 이성모의 목을 조여 왔고, 그럴 때마다 이성모는 극도의 영민함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조필연이 단 한 번, 이성을 잃고 흔들린 적이 있었지요. 이성모가 자기의 정적인 민홍기(이기영)와 결탁한 것을 눈치채고, 그 현장을 덮치기 위해 차를 몰아 달려갈 때 조필연은 마치 다른 사람 같았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