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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오래 전부터 제 기억에 남아있는 유재석의 모습은 '남들에게 당하는' 이미지였습니다. '공포의 쿵쿵따' 시절에는 특히 강호동으로부터 많은 박해(?)와 고난을 받았지요. 심지어 명실상부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지금도 그의 기본적 이미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동료와 후배들은 그를 매우 좋아하고 존경하면서도, 편하게 생각하고 자주 골탕을 먹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유재석이 모든 짖궂음을 기꺼이 웃음으로 받아주는 대인배니까 가능한 일이지요. 그런데 예전과 달리 지금의 유재석은 '아무리 당해도' 불쌍해 보이질 않습니다. 국내 최고의 MC가 된 지금과 무명으로 고생하던 시절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좀 말이 안되기는 하지만, 제가 지금 말하고 싶은 것은 그의 달라진 위상이 아니라 놀랍도록 향상된 '체력'입니다. ..
'1박2일 - 6대 광역시 특집 2편'의 주인공은 단연 이승기였습니다. 지난 주에는 오프닝 이후 강호동과 김종민이 미션을 마쳤는데, 이번 주에 미션 수행에 성공한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승기 밖에 없었습니다. 날이 어두워졌지만 이수근의 미션은 아직도 종료되지 않았고, 불쌍한 은지원은 멀리 인천에 홀로 버려진 채 미션을 전달받지도 못했습니다. 좀 이상한 것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은지원에게 먼저 미션을 주었어야 했을 것 같은데 그 순서를 맨 마지막으로 미루었다는 것입니다. 미션을 수행하고 나서 다시 대전으로 돌아와야 하니까 그만큼 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을텐데 말이에요. 어쨌든 이승기의 활약은 놀라웠습니다. 최근 부산의 상징이라는 이대호 선수와는 평소 안면도 없는 사이였는데, 과감히 통화를 시도하여 ..
김성민의 필로폰 투약과 구속 사건은 엄청난 충격을 몰고 왔습니다. 모두들 그의 잘못된 선택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로 인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듯한 '남자의 자격' (이하 '남격')을 염려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그런데 신원호 PD를 비롯한 '남격' 제작진은 예상보다 굉장히 발빠른 대응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저 충격적인 발표가 있은지 몇 시간 되지도 않아서 "김성민의 하차는 당연한 수순이며, 이미 촬영해 놓은 5일의 방송에서도 김성민의 분량은 통편집될 것이다. 그를 너무 믿었기에 배신감마저 든다." 라고 입장을 표명한 것입니다. 너무 단호하고 시원시원(?)한 그 태도는 또 한 번의 충격이었습니다. 하긴 '1박2일' 제작진이 물의를 일으킨 멤버들을 감싸느라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잃고 ..
김C와 MC몽이 빠진 이후 5인 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1박2일'을 보면, 요즈음 새로이 등장한 패턴이 눈에 띕니다. 예전처럼 3:3 복불복의 재미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김종민은 여전히 발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동안 '1박2일'은 고생하는 만큼 좋은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었지요. 말하자면 아무리 먼 곳까지 가서 개고생을 하다 와도 정작 방송이 재미없게 느껴지면 시청자는 냉정히 등을 돌려 버리니까요. 그런데 '만재도' 편에서부터 시작된 '책임할당제'는 이제 암암리에 고정적 패턴으로 자리잡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말하자면 이 한 몸 바쳐서 그 날의 방송을 책임지는 인물이 등장했다는 것이지요. 꼭 1명의 주인공을 설정하고 때에 따라 희생양(?)이 되거나 영웅이 되는 이 패턴은, ..
박칼린과 함께 했던 '하모니' 미션이 끝난 후 어쩔 수 없는 허탈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남자의 자격'은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예능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초심' 프로젝트가 기대 이하여서 실망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한창 상승세인 프로그램의 기가 꺾일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제 '남자의 자격'과 '1박2일'의 주도권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잠시 '1박2일'에 대한 언급을 해 본다면, 이 프로그램의 하락세는 이미 너무나 뚜렷해서 과연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말이 좋아서 '센티멘털 로망스' 여행이었지, 정작 그들이 한 일이라고는 몇 곡의 노래를 틀어놓고는 편안히 드라이브하여 설악산에 다녀 오면서, 점심을 배터지게 먹고 저녁도 배불리 먹고 모두 안락한 실내취침을 한 것이 전부였습..
김제동이 하차하면서 1차로 김이 빠졌고, 몇 차례 개편을 거치면서 계속 김이 빠지기는 했으나, 그래도 토요일 오후가 되면 특별히 다른 일이 없는 한은 꼭 시청하게 되는 프로그램이 '스타골든벨'입니다. 이번 주에는 추석특집으로 꾸며졌는데, 모처럼 만족스러운 웃음과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흐뭇하더군요. 이수근에 이어 1일 MC로 초청된 지상렬이 특유의 시원스럽고 선량한 태도로 선보인 진행은 나쁘지 않았고, 출연자들이 각각 털어놓은 에피소드들도 깨알같이 재미있었습니다. 이계인의 출연에 젊은 후배들은 저마다 괄괄하게 목소리를 긁어 '모팔모 성대모사'로 웃음을 주었고, 박은영 아나운서는 스스로 황정음보다 훨씬 낫다고 자부하는 수준급 요들송 실력을 보여주었지요. 그리고 은지원은 오늘따라 일부러 그러는 건지, 끊임없..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에게 있어 '1박2일 - 지리산 둘레길' 편은 솔직히 지루함 그 자체였습니다. 예전에는 멤버들이 일반인들과 어울리며 만들어내는 그림이 더없이 정겹고 따뜻하게 다가왔었는데, 이번에는 그것마저 식상하더군요. 제각각 흩어져서 다니다 보니, 이쪽 저쪽에서 거의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들은 주야장천 힘들게 걷다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친한 척을 했지요. 내용이라고는 거의 그게 모두였습니다. '남자의 자격'에서 감동을 담당한다면 상대적으로 '1박2일'은 빵빵 터지는 웃음을 담당해 주어야 지루함을 막을 수 있는데, '지리산 둘레길' 편에서는 웃음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제 식구를 감싸기 위해서 잘못된 방법을 선택한 그들의 어리석음은 그저 한..
아직도 '1박2일'에 대한 애정으로 꾸준히 본방사수를 하고 있습니다만, 솔직히 지난번 '혹서기 캠프'를 기점으로 조금씩 마음이 멀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나영석 PD가 복귀하면서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기미가 보이는가 싶었는데, 자꾸만 여러모로 삐그덕거리는 것이 눈에 띄면서 좀처럼 회복이 되지를 않네요. 마치 냉장고 안에서 차갑게 보관되어 있던 사이다가 밖으로 꺼내지고 뚜껑까지 열린 듯한 느낌입니다. 시원하던 냉기는 찌는 듯한 더위에 속절없이 식어가고 이제는 김도 빠져서, 미지근한 설탕물이 되어버리기 직전이에요. 게다가 요즘 M방송사에서 새로 시작한 '오늘을 즐겨라' 쪽에 자꾸만 관심이 끌리기 시작하니 조금씩 고민이 됩니다. 지리산 둘레길을 체험하는 것은 좋은데, 반드시 그런 고가의 장비들이 동원되어야 했는..
과연 OB와 YB의 재편성은 확실히 그 이전보다는 나은 듯 하였으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또 하나의 문제점을 각인시켰습니다. '오프로드' 체험을 하며 베이스캠프를 찾아오는 대결은 YB팀의 승리로 돌아갔지요. 만약 은지원 대신 김종민이 YB팀에 포함되어 있었더라도 승리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입니다. 은지원, MC몽, 이승기... 이 섭섭당의 조합은 역시 최고였어요. 재치와 귀여움과 활력을 겸비한 3명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한시도 멈추지 않고 프로그램의 재미를 이끌었습니다. 그런데 김C가 빠지고 그 자리를 김종민이 채운 OB팀에서는 정말 새삼스럽게 김C의 공백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더군요. 그 자리에 은지원이 있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사실 겉으로 드러나는 존재감은 김C보다 은지원..
개인적으로 최근 '1박2일'을 시청하면서 강호동의 협상 남발 다음으로 큰 문제점이라고 제가 인식했던 부분은 바로 OB와 YB의 현저한 불균형이었습니다. 김C가 하차하고 은지원이 OB팀으로 이동하면서, 현실적으로 대결이 불가능하다 할 정도로 YB팀의 약세가 두드러졌던 것입니다. 은지원의 이적으로 YB에는 우선 대장의 존재가 사라졌으며, 병풍 김종민의 무활약으로 인해 MC몽과 이승기 둘이서 쟁쟁한 형들을 상대해야 했으니, 이것은 예전에 밥차 아주머니의 말씀대로 "엄마도 없이 쬐끄만 아이들끼리 남아서 밥을 짓는 것처럼 애처로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OB팀에는 조용하던 김C를 대신하여 꾀돌이 은지원이 영입되면서 3명이 모두 최고의 예능감을 소유한 베테랑인데다가 모두 공격적인 캐릭터로 구성되었으니, 너무 강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