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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처음부터 1~2회 연속 방송이라는 초강수를 두었을 만큼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걸고 있는 방송사의 기대감이 큰 모양입니다. 더구나 같은 날 시작되는 '아이리스2'는 무려 17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니만큼 더욱 경계심을 늦출 수 없었겠지요. 다행히 첫 방송 후의 반응은 좋은 편입니다. 이른바 감성멜로 전문 콤비라 불리는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PD의 만남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군요. 깔끔한 짜임새와 감각적인 대사를 자랑하는 노희경 작가의 대본은 역시 명불허전이었고 '그들이 사는 세상',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에 이어 그녀와 세번째 호흡을 맞추는 김규태 PD의 영상미 또한 여지없이 빛을 발했습니다. 주연부터 조연에 이르기까지 누구 한 사람 삐걱거림 없이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배..
서준(장근석)과 정하나(윤아)가 정원에서 등을 맞대고 앉아 있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설레었습니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유아독존식으로 살아온 그 까칠한 남자 서준이, 자기보다 한참 어린 하나에게 덥석 몸을 기대며 마치 엄마 품에 안긴 어린애처럼 편안한 표정을 짓는 모습은 흐뭇하면서도 서글펐습니다. 그의 가슴속에 차오르는 행복감이 그대로 전해져 왔기에 흐뭇했지만, 그 행복이 오래 지속될 수 없음을 알기에 서글펐습니다. 부모를 비롯한 세상 모든 사람에게 마음을 닫고 살아온 서준이 그 동안 얼마나 외로웠는지를 알기에, 처음 느끼는 이 따스함과 편안함이 찰나의 순간으로 지나갈 거라는 사실은 더욱 서글펐습니다. 부모의 사랑과 자녀의 사랑은 결코 공존할 수가 없습니다. 둘 다 이루어지지 않거나, 어..
'글로리아'의 후속작으로 MBC의 새 주말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이 시작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과 제목은 똑같지만 내용상으로는 아무 연관이 없더군요. 가난한 집 아가씨가 부잣집 아가씨를 보면서 "나와 동갑이고 생일도 같은데, 나하고는 너무 달라. 그 여자는...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반짝반짝 빛이 나..." 라고 말하는 대사가 2회 예고편에 등장했는데, 바로 그 대사가 이 드라마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 주제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부잣집 아이와 가난한 집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뒤바뀌었고, 나중에 성장해서야 그 사실이 밝혀진다는 기본적 내용은 역시 식상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오래 전부터 '생인손', '사모곡', '만강' 등의 사극에서 애용되었고, 현대극 중에서도 '가을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