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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아무래도 천성일 작가는 '여자'를 잘 모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어떤 여자가 매력적인 여자인지를 모르는 듯해요. 올해 초에 대박을 기록했던 드라마 '추노'에서도 장혁을 비롯한 남성 캐릭터들은 모두 인기를 얻었으나, 여주인공 이다해는 '민폐언년'이라는 별명을 들으며 악평에 시달렸지요. 아무리 미모와 연기력을 겸비한 그녀였지만, 대본상 구제불능일 정도로 매력없게 그려지고 있는 언년이를 살려내지는 못했어요. 그에 비해 '도망자 Plan.B'의 여주인공 '진이'는 초반에 좀 다른 면모를 보이기에, 오랜만에 드라마로 컴백한 이나영을 위해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작가의 특이한 여성관은 '진이'를 끝까지 매력적인 여주인공으로 유지시키는 데 실패했군요. 차라리 이다해의 '언년이'는 ..
나는 유능한 형사다. 이름(小蘭)에 걸맞게 작은 난초처럼 아름답고 청초하지만 결코 그렇게 연약하지는 않다. 나는 못된 놈들을 때려잡고 싶어서 형사가 되었고, 지금까지 아주 잘 해 왔다. 무술 실력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남자 동료들에게 짐이 될만한 수준은 넘어섰고, 무엇보다 머리가 좋아서 외국어 실력과 정보 수집 능력이 뛰어나다. 그래서 모두 자존심 때문에 겉으로 내색은 안하지만, 사실은 어디서나 내가 없으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쩔쩔 매는 거다, 귀여운 것들. 남들은 내가 도수(이정진)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잘못 생각하고 있다. 평소 여자들에게 매너 좋고 친절한 그의 태도 때문이라는 거다. 하지만 나는 바보가 아니다. 나에게만 잘해주는 것도 아니고 다른 부서의 여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인데, 멍청이가 아니..
지나친 가벼움과 산만함에 좀처럼 몰입이 쉽지 않았던 드라마 '도망자'가 이제서야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저는 특히 주인공 지우(비, 정지훈)의 캐릭터가 적절한 무게감을 찾은 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죽은 친구 케빈(오지호)에 관한 이야기가 언급될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비실비실 웃고만 있던 그가, 이제야 비로소 허파에 바람 든 인형이 아니라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임을 여실히 증명했거든요. 다른 면에서의 가벼움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여주인공 진이(이나영)를 대하는 태도의 경박함은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툭하면 허락도 없이 입을 갖다대는가 하면, 위험한 장소에 끌어들여서 미끼로 사용하고 혼자 달아나더니만 그녀가 실컷 얻어맞고 굴욕을 당한 후에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