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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윤종빈 감독이 악역 조윤(강동원)의 캐릭터에 너무 심취했던 것일까? 조윤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캐릭터와 전체적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무게의 비극과 장중함에 비한다면 다소 가볍게 처리된 느낌도 있다. 하지만 '군도:민란의 시대'(이하 '군도')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 도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민초(民草) 들의 한(恨)이라면 그 메시지는 충분히 어필되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어쩌면 주인공 도치(하정우)의 캐릭터가 지극히 단순했기 때문에 표현이 극대화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도치는 원래 '돌무치'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쇠백정이었다. 배운 거라고는 고기써는 칼질뿐이요, 가진 거라고는 황소같은 힘과 돌처럼 단단한 육체뿐이다. 복잡한 생각이나 고민 따위를 할 줄 아는 인물이 아니다. 그런 ..
지상의 유토피아를 꿈꾸는 드라마 '대물'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심상치 않은 포스를 풍겼습니다. 현실과 아슬아슬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에피소드들은 최고의 스릴을 선사했고, 평범하던 여성의 변화가 시작되는 모습은 앞으로의 기대에 설레게 했습니다. 그러던 '대물'이 불과 3주만에 무너져가고 있군요. 저는 처음부터 현실과 허구의 경계선이 허물어질 경우에 대한 위험을 지적했었지요. ('대물' 현실과의 아슬아슬한 데자뷰, 성공할 수 있을까? ) 그 위태로운 경계선을 삽시간에 허물어뜨린 힘이 내부에서 작용했는지 아니면 외부에서 작용했는지는 모르나, 예상보다 그 때는 너무 빨리 찾아왔습니다. '대물' 7회를 보면서 저는 계속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에 시달렸습니다. 작가와 감독이 바뀐 후에는 계속 그랬지만, 이번에는 ..
얼마 전 예능에 출연해서도 너무 순둥이같은 모습을 보여 주었기에, 문근영이 얼마나 악역을 실감나게 소화해낼 수 있을지는 약간 염려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일단 합격점을 주어도 될 것 같군요. 그지없이 순한 얼굴인데 시퍼런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니, 재작년 S본부의 최연소 연기대상 수상자라는 것이 새삼스레 느껴졌습니다. 악녀 연기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이미숙의 서포트를 받고 있다는 것은 문근영에게 있어 매우 큰 행운이라고 여겨집니다. 마성(魔性)의 모녀, 송강숙과 송은조의 호흡이 얼마나 잘 맞는지에 따라 이 드라마의 성패가 좌우될 거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출발은 매우 순조로웠습니다. 이미숙의 능란함과 문근영의 풋풋함이 어우러지며, 엄마와 딸은 거의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어 악녀 연기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