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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잠 못 이루는 밤이면 나는 항상 그대에게 편지를 쓰곤 했소. 글 공부를 하다가도 무술 연습을 하다가도, 문득 그대를 생각하면 가슴 벅찬 설렘에 혼자 얼굴을 붉히곤 했노라고, 나는 부치지도 못할 편지를 밤마다 적어 내려갔소. 혹시 그대가 읽는다면 못난 사내라 실망하지 않을까 염려하면서도, 나는 그대에게 하고 싶은 소소한 말들이 너무나 많았던 거요. 그렇게 나의 이야기를 풀어놓다 보면, 그대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곤 했소. 오늘은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냈을까, 그대도 가끔은 내 생각을 하며 미소짓는 순간이 있었을까, 이런저런 생각들로 뒤척이다가 치솟는 그리움에 몸이 달아오르면 방을 뛰쳐나와 찬바람을 쐬며 심호흡도 하고... 그렇게 밤새도록 엎치락 뒤치락 그대 모습만 떠올리다 부옇게 밝아오는 동쪽하늘을 맞이한 새..
초반에는 예상치 못한 타임슬립을 당하게 되었으니 어리둥절한 설정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고 애써 다독였습니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다 알고 보는 것이지만, 주인공 진혁의 입장에서는 매 순간마다 그저 생존하는 것만도 벅찼을 테니까요. 그 다음에는 약재를 개발하거나 환자를 치료하는데 힘쓰는 내용이 대부분이었고, 깊은 감정을 표현해야 할 내용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그런대로 볼만하다 싶었습니다. 다른 연기자들은 모두 사극톤으로 대사를 하는데 혼자만 엄청 튀고 어색하게 현대극톤의 대사를 하는 것도, 모두 타임슬립 설정 때문에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한계에 달했군요. 총 20부작으로 기획된 '닥터 진'은 이제 12부까지 방송되었습니다. 중반을 넘긴 만큼 등장인물 간의 갈등도 증폭되고 서로를 ..
1. 어머니의 작별 인사 '닥터 진' 11회에는 유독 가슴을 울리는 명장면과 명대사가 많았습니다. 진혁(송승헌)과 홍영래(박민영)와 흥선군(이범수)은 좌의정 김병희(김응수)의 계략에 빠져 대왕대비(정혜선)를 독살하려 했다는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히게 되는데, 죄목은 너무 큰 데다가 누명을 벗을 길은 막막하니 죽음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요. 영래의 어머니(김혜옥)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딸자식을 한 번이라도 만나 보고자 옥리에게 손이 발이 되도록 사정하여 간신히 옥사 안으로 들어오는데, 모진 고문으로 피투성이가 된 영래를 마주하자 회한의 눈물을 금치 못합니다. "차라리 이럴 줄 알았다면, 네가 원하는 대로 살게 해줄 걸 그랬구나!" 고분고분히 말을 듣고 평범한 여인으로 살았더라면 이토록 험한 운명에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