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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구가의 서'(九家의 書) 제1회에서 주인공 최강치(이승기)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그의 비극적 운명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최강치는 아직 이 세상에 첫 숨결을 내뱉기도 전이건만, 아비 구월령(최진혁)의 마음속에 어미 윤서화(이연희)에 대한 사랑이 싹트는 순간, 이미 그의 모진 운명은 잉태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어쩌면 이는 태초부터 미리 계획된 일이었는지 모릅니다. 가장 뜨거운 용기와 긍정의 힘으로 절대 금기를 넘어 사랑을 이루는 최강치의 모습을 통해, 신은 이 땅의 나약한 인간들을 깨우치려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지요. 이 세상의 어떤 금기(禁忌)도 장벽도 사랑보다 강한 것은 없음을, 신분의 고하도 남녀의 차별도 심지어 인간과 짐승의 구별조차도 사랑보다 우선할 수는 없음을, 이 세상에 태어..
언년아, 어떠하냐? 네 눈에 비친 내 몰골이 어떠하냐? 네 기억 속에만 남아 있던 그 옛날 풍채 고운 도령은 온데간데 없이, 반은 짐승이요 반은 사람인 괴물로 변해버린 내 몰골이 어떠하냐? 너는 내게 물었다. 지난 10년 동안 가끔이라도 네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느냐고... 내 어찌 잊겠느냐? 네 오라비에게 칼을 맞고 불길 속에 쓰러지는 나를 뒤로 한 채 멀어져가던 네 모습은 지금까지 나를 살아있게 하는 힘이었다. 언년아, 너는 그 때 무슨 생각을 하였더냐? 네 오라비 큰놈이보다도 나는 너를 더 미워하였다. 잡아끄는 오라비의 힘을 뿌리칠 수 없었던, 연약한 너를 더 미워하였다. 언제나 감싸주고 싶던 너의 가녀린 어깨가, 언제나 꽁꽁 얼어 있던 너의 작고 차가운 손이 그지없이 미웠다. 나를 보며 아스라히 미..
인생이 뭐 재미있어 사나? 다들 내일이면 더 재미있을 줄 알고 사는 거지 '추노'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설명하기 전에, 그의 인생관이라 할 수 있는 한 두 줄의 대사를 인용해 놓았는데, 저것이 바로 최장군의 캐릭터를 말해주는 대사입니다. 그는 이미 30대 후반의 나이로 대길보다도 한참 손윗사람이며, 원래 신분은 양반이었습니다. 그런데 무과시험에 수차례 낙방하면서 패가망신을 당하고, 목숨을 버리기 직전에 대길을 만난 것으로 되어 있군요. 과거에 낙방해서 망신을 당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패가(敗家), 즉 집안의 재산을 모두 탕진하기까지 했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답은 금방 나오더군요. 최장군과의 첫 만남을 추억하던 대길의 회상씬에서 등장했던 대길의 대사가 바로 답이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