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아테나 전쟁의 여신 (6)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우리의 경쟁작은 동시간대의 타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전작인 '아이리스1'이다!" 라고 야심차게 밝혔던 출연진들의 인터뷰가 무색할 만큼, '아이리스2'의 출발은 별로 산뜻하지 못했습니다. 몰입을 방해하는 산만한 전개, 초반부터 과도한 남녀 주인공의 러브라인, NSS 정예요원이라는 설정이 창피할 만큼 기본적인 총기 사용법도 모르는 배우들의 모습 등, 작정하고 꼬집어 내자면 정말 수없이 많은 헛점을 드러내고 있었거든요. '아이리스1'은 평소 액션이나 첩보물을 즐기지 않는 저같은 시청자도 몰입해서 볼 수 있을만큼 초반부터 강렬한 포스를 뿜어내는 작품이었는데, '아이리스2'의 초반 전개는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전작을 따라잡기는 고사하고 전작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다 싶을 정..
예전에 나는 당신을 아저씨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는 그 어떤 말로도 당신을 부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유진이는 이제 더 이상 아홉살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남들처럼 나에게도 평범한 삶이 주어졌다면, 지금쯤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나를 닮은 아이의 엄마가 되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당신을 만나면서부터 나에게 주어진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지난 20년의 세월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의미였을까요? 나는 아홉살 나이에 LA 폭동으로 부모님을 잃었습니다. 그 사건이 있기 얼마 전, 부모님과 함께 다녀왔던 뉴질랜드 여행은 내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당신이 나를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나는 부모님과 함께 숨을 거두었겠지요. 그랬다면 이 세상에 대한 나의 짧은 기억..
이렇게 수습할 바에는 차라리 원래대로 진행하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입니다. NTS의 과학수사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인물 오숙경(오윤아)이 그토록 허술하게 일급기밀을 누설한다는 설정은 확실히 어이없는 것이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억지로 수습하려 하지 않아도 좋았습니다. 어차피 완벽한 드라마는 존재하지 않으니 앞으로 똑같은 구멍을 만들지 않도록 주의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아테나 전쟁의 여신' 제작진은 오숙경의 취중망언이 사실은 윤혜인(수애)를 시험하기 위해 던진 승부수였던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혜인과의 술자리 후, 오숙경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김명국 박사가 살아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중스파이라면 곧 움직임이 있을 것입니다." 라고 보고하는 장면을 하나 집어넣음으로써 꾀한 ..
'아테나 : 전쟁의 여신'은 4회를 지나면서 조금씩 안정적 구도를 찾아가는 듯 합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복잡한 상황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초반의 어수선함이 대략 정리되고 주요 인물들의 소개도 거의 마쳤습니다. 지금까지는 정신없이 이쪽 저쪽을 살피며 궁금증을 억누르고 시청해야 했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구도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가는 전체적 그림을 감상하면 되는 것입니다. 2회까지 밋밋한 존재감으로 우려를 자아내던 정우성은 3회를 기점으로 주인공다운 존재감을 80% 이상 회복했지요. 대통령의 딸 조수영(이보영)이 납치되던 순간, 그녀를 구하기 위해 이정우(정우성)이 보여 준 액션은 정말 멋졌습니다. 김기수(김민종)과 더불어 티격태격하면서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
'아테나 : 전쟁의 여신' 1~2회가 방송되었습니다. 1회까지만 보았을 때는 대박이겠다 싶었는데, 2회에서는 눈에 띄게 템포가 느려지며 실망감을 안겨 주는군요. 무엇보다 주변의 다른 인물들에 비해 턱없이 약한 존재감으로 자기를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주인공 이정우(정우성)의 캐릭터가 문제였습니다. 원래 주인공은 가능한 한 첫방송에서부터 시청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데, 벌써 2회가 지나갔는데도 이렇게 존재감이 희미하다면 그것은 앞으로 드라마 자체에 큰 결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까지로 봤을 때 가장 강하고 뚜렷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인물은 여주인공 윤혜인(수애)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동양적이고 고전적인 청순미인 수애와는 썩 어울리는 역할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수애는 1회부터 거..
사랑스런 청정소녀 위매리(문근영)와 매력적인 보헤미안 강무결(장근석)이 드디어 진짜 사랑에 빠졌습니다. 일단 두 사람의 모습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그림은 아주 예쁩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고 할 만큼 최상급의 비주얼이에요. 얼마 전 '도망자 Plan.B'에서 이나영과 다니엘 헤니가 만들어내던 그림도 아름답긴 했는데, 그들과는 또 아주 다른 느낌이지요. 문근영과 장근석은 다 큰 어른들이면서도 어딘가 소년 소녀같은 이미지를 풍기거든요. 특히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듭니다. 문근영이 최강 동안인 데다가 세상 물정에 어둡고 지극히 순수하기만 한 위매리와 강무결의 캐릭터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런데 매리는 현재 호적상 유부녀이며, 두 남자 사이에서 본의 아니게 이중결혼까지 한 상태로..